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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메시지가 왔습니다. 스팸이라고 하기에는 내 이름과 주요 신상 정보를 정확히 알고 있었는데 그럼 피싱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읽어보니 기존에 가입했던 보험 회사가 다른 회사에 피 인수 되어 담당자가 변경되었는데 내가 바로 그 담당자이니 한 번 만나서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모든 정보가 일치했고 적어도 당장 무슨 앱을 설치하라든지 어디에 입금하라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미루어 피싱은 아닌 것 같아 보여 회신했습니다. 어느 날 회사 근처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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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을 차려 입은 두 사람이 앉아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나에게 연락한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사람의 상사라고 소개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머리 모양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비싸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내가 장례식에 갈 때 입는 언제 산 건지 기억나지도 않는 싸구려 검은 정장보다는 더 좋은 정장을 입고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잘 어울리지는 않지만 반짝이는 시계와 반지 같은 장신구가 눈에 띄었고 또 잘 닦은 것 같지는 않았지만 분명 평소에 잘 신고 다녔을 것 같은 구두도 눈에 띄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는 도통 보기 어려운 가죽 서류가방과 클리어파일에 잘 정리된 인쇄물, 그리고 인쇄물 사이사이에 끼워져 있는 책갈피용 포스트잇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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