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러운 책

최근에 읽은 실망스러운 책 두 권 이야기입니다. 하나는 '원씽', 다른 하나는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입니다. 이 이야기는 순전히 제 관점에서 실망스러울 뿐 제 이야기가 이 책들의 평가에 영향을 끼칠만한 것은 아닙니다.

원씽

사실 이런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책은 몇몇 선입견을 가지고 잘 읽지 않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책들에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나열해보면 책 제목에 큼직하게 써있는 한 두 단어로 된 컨셉을 책 앞부분에서 설명하고나면 남은 지면을 이끌어갈만한 소재가 이미 고갈되어 서로 다른 설명 을 통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어떤 책들은 앞에서 제시한 컨셉을 실천한 사례를 제시하며 간신히 책을 끝까지 이끌어나가기도 합니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 이 사례들이 확증편향 냄새를 강하게 풍기기는 하지만 서로 다른 챕터 이름 밑에 중언부언을 반복하며 지리하게 책을 이끌어가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이 책은 중간에 짧은 사례가 나오기는 하지만 확증편향을 의심하기 이전에 처음 제시한 컨셉과 직접 관련이 있는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처음에 제시한 컨셉이 너무 넓은 범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컨셉 설명은 짧게 끝나고 남은 지면은 중언부언과 확증편향에도 이르지 못한 사례가 나열될 뿐이었습니다.

물론 이 책이 제시한 컨셉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컨셉이 궁금하다면 서점 페이지의 설명을 읽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굳이 책 전체에 걸친 중언부언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사례를 읽기 위해 돈을 낭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뇌졸중을 이겨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글쓴이와 글쓴이를 도운 모든 사람들의 노력과 강한 의지에 경의를 표합니다. 특히 뇌 혹으 정신질환 환자들을 더 잘 돌보고 더 잘 치료할 수 있는 접근방법을 제안하고 연구하는 점이 너무 훌륭합니다. 스스로 경험하고서도 이를 자신의 일로 승화시키는 과정 역시 달리 할 말이 없이 훌륭합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우뇌의 목소리를 앞세운 내 좌뇌가 느끼기에는 아무말 퍼레이드는 글쓴이가 스스로 글에 예상한 대로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사실은 저 역시 자신에게 친절하게 말을 걸 때가 있습니다. 지금 이 일을 너무나도 마무리하기 싫지만 어쨌든 여기까지 해 놓으면 퇴근할 수 있으니 조금만 힘내보자든지 밥 먹을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날 의욕도 없는 순간에도 지금 밥을 먹어야 하루를 버틸 수 있다고 자신을 설득하기도 합니다. 자신에게 말을 걸어 의지를 북돋우고 또 설득하는 건 달리 말하면 내 뇌에게 말을 거는 일과 비슷합니다. 글쓴이처럼요. 하지만 이런 행동이 과학자가 쓴 책의 절반을 차지할만한 내용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뒤로 갈수록 우뇌를 앞세운 온갖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대체 언제부터 건강보조식품과 게르마늄목걸이와 마음의 안정을 찾아줄 명상프로그램을 판매하기 시작할지 궁금해하며 책을 읽어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