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가리지 않는 인첸트 인터페이스

화면을 가리지 않는 인첸트 인터페이스

폰을 가로 방향으로 돌려 플레이 하는 모바일 게임 인터페이스는 흔히 화면을 세 칼럼으로 구분해 디자인 하곤 합니다. 팝업을 주로 사용하던 시대에는 팝업 자체가 폰 전체 폭에 비해 좁아져 두 칼럼으로 나눠 사용하는 정도가 한계였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폰이 커져 긴 변이 더 길어졌고 인터페이스도 팝업을 띄우기보다는 화면 대부분을 사용하는 씬 단위로 변하면서 세 칼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령 가상의 모바일 MMO 게임에서 대장장이를 찾아가 봅시다. 대장장이 NPC의 캐릭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임이라면 가운데 칼럼에 대장장이가 나타나고 왼쪽 칼럼에는 대장장이가 수행할 여러 기능 목록, 오른쪽 칼럼에는 인벤토리가 나타날 겁니다. 가운데 칼럼의 하단에는 오른쪽 칼럼의 인벤토리에서 선택한 아이템이 이 작업을 통해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 알려주는 인터페이스가 있고요. 익숙한 장면입니다.

그런데 리니지W의 인첸트 화면을 보며 분명히 익숙한 세 칼럼 인터페이스이기는 한데 이건 뭔가 기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인첸트는 인첸트 주문서를 이용해 플레이어가 직접 수행합니다. 그래서 딱히 화면에 중요하게 보여줘야 할 캐릭터가 없습니다. 물론 전통적인 모바일 튜토리얼과 인터페이스의 충돌 사례 등에서 여러 번 설명한 것처럼 리니지는 자주 사용하는 인터페이스가 절대로 화면 중앙의 내 캐릭터와 전투장면을 가려서는 안됩니다. 이를 만족했지만 이 인첸트 화면은 인첸트에 대한 아무런 내러티브도 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임 상에서 인첸트란 무엇인지 기능 이외에는 아무런 힌트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이게 대장장이게 뭘 해주는 건지 아니면 주문서를 장비에 비비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이 모든 과정은 상상할 수밖에 없었는데 같은 게임에서 자동전투 기능의 내러티브화 사례를 경험한 터라 많이 아쉬웠습니다.

인첸트는 같은 장비에 여러 번 수행하거나 여러 장비에 걸쳐 수행할 일이 많습니다. 높은 등급의 인첸트를 시도하다가 장비가 사라질 수 있는 가혹한 메커닉을 포함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오른쪽 칼럼의 인터페이스는 같은 장비에 연속으로 인첸트를 시도하거나 여러 장비에 걸쳐 인첸트를 수행하기에 편리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이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려고 할 때 일반적으로 여러 단계에 걸친 과정을 인터페이스에 표현하는 상식과는 반대 방향으로 인터페이스를 사용해야 해서 머리로는 이렇게 생긴 이유를 알았지만 몸은 그렇게 반응하지 않는 상황을 경험했습니다. 이 화면에서 맨 먼저 인첸트 주문서를 선택해야 합니다. 인첸트 주문서는 오른쪽 칼럼 하단의 서브밋 버튼 바로 위에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인첸트 대상 장비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는 오른쪽 칼럼 위에 있습니다. 인첸트를 실행하기 전에 확인할 예상 결과는 왼쪽 칼럼에 있고 인첸트 실행 버튼은 오른쪽 칼럼 하단에 있습니다. 흔히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구성하던 익숙한 습관과는 완전히 달리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른 가상의 게임을 개발하며 이런 인터페이스를 제언했다면 아마 쉽게 진행할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리니지이고 리니지는 게임 이름이 아니라 게임 장르 이름입니다. 이 장르에서는 다른 게임에서 고려하는 것과 상당히 다른 요구사항들이 있고 이를 반영하면서 다른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또 적용하기 힘든 신기한 결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저는 이 인첸트 인터페이스가 그런 사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