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함의 과학

쎄함의 과학

서늘한 신호라는 책이 있습니다. 주로 범죄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분명 뭔가 잘못 됐음을 느끼지만 결국 범죄의 표적이 되고 맙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사람들은 세상을 살며 여러 환경에 놓여 상황에 따른 결과를 학습하고 있습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면 당장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학습해 온 결과에 따라 실제로 뭔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느낌을 빋고 행동해 범죄를 피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의사결정의 가이드맵에서는 중요한 순간에 숙련된 사람들이 내린 의사결정의 원인을 연구합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에 의해 훌륭한 결과를 얻었지만 막상 당사자는 이를 잘 설명하지 못합니다. 연구자들은 의사결정에 도달한 원인을 분석합니다. 결국 스스로 설명할 수 없는 빠른 의사결정 과정은 그 동안의 학습 결과입니다. 의사결정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다만 이를 즉시 설명할 수 없었을 뿐입니다.

도로 위에 소위 ‘쎄한’ 차량이 있습니다. 곧 이상한 짓거리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차는 곧 이상한 짓을 하고 도로 위에 모든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립니다. 시간이 지난 다음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는 우리들은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위험하게 운전하는 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차량입니다. 특정 글자가 적힌 번호판이 달려 있거나 매연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차가 한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습니다. 한쪽 차선을 밟고 달리고 있습니다. 아직 차선을 밟지는 않았지만 차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운전자가 통화중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즉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뭔가 ‘쎄함'을 느끼고 그 차로부터 멀어질 뿐입니다.

한때 어느 대기업에서는 신규 채용을 할 때 관상을 보는 사람이 동석했다고 합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웃기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사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훌륭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 느낌을 제외한 모든 것이 훌륭하기 때문에 어려운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이 사람을 놓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마음이 뭔가 불편합니다. 이 상태는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훌륭한 지원자로부터 느껴지는 불편한 느낌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없어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론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개인적으로 쎄함은 과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룸미러에 보이는 흰색 과학 5호기는 곧 방향지시등 없이 차선을 변경해 빠른 속도로 내 앞을 지나갈 겁니다. 내 앞을 지나가고 보니 번호판에 특정 글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사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문제일수록 자신의 쎄함을, 본능을 어느 정도는 믿어야 합니다. 만약 이 본능의 결과를 연구하기 시작한다면 분명 원인을 파악해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연구에 도달할 수 없다면 우리들은 스스로의 느낌을 믿고 판단해야 합니다.

단 느낌에만 의존하는 의사결정은 분명히 위험합니다. 때문에 의사결정 전후에 이 느낌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만약 이 느낌을 잘 설명할 수 없다면 잘못된 의사결정에 의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 하는 규칙과 절차를 갖춰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