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가 장비를 드랍하지 않도록 하자!

몬스터가 장비를 드랍하지 않도록 하자!

개연성도 없고 인벤토리에 넘쳐나는 장비를 처리하기도 불편하니 몬스터가 장비나 기타 재료 아이템을 직접 드랍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종종 희망으로 가득 찬 성숙하지 않은 프로젝트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성숙은 항상 올바른 방향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희망을 접고 출시를 위해 나아가는 타협한 팀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개연성이 없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요. 개연성은 고객의 요구사항이기 이전에 제품에 대한 개발팀 스스로의 요구사항입니다.

자. 바로 몬스터가 개연성 없는 아이템을 드랍하지 않게 해보겠습니다. 몬스터는 이제 설정에 의한 개연성 있는 아이템을 드랍합니다. 몬스터들이 정말 들고 있었을 것 같은 아이템과 조금 무섭지만 몬스터 신체의 일부를 드랍합니다. 아이템을 잔뜩 얻어 인벤토리가 가득 찬 플레이어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개연성을 위해 제작은 마을에 있는 제작 NPC가 합니다. 제작을 위해서는 마을로 이동해야 합니다. 이제 플레이어에게 마을이 어디 있는지 가이드 해야 합니다. 플레이어가 마을이 어디인지, 어떻게 이동하면 되는지 당연히 알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제작 NPC는 어디에 있을까요. 이번에는 플레이어에게 제작 NPC가 마을 어디에 있는지 가이드 해야 합니다. 제작 NPC는 제작 댓가로 재료와 골드를 받습니다. 재료는 인벤토리에 가득합니다만, 골드는 어디에 있죠? 깜빡하고 이야기를 안 했는데 개연성을 위해 몬스터가 골드를 드랍하지 않게 했습니다. 몬스터들은 화폐를 사용하지 않을 테고 당연히 골드에 별 관심이 없었을 겁니다. 플레이어가 골드를 얻으려면 이번에는 재료를 상인 NPC에게 팔아야 합니다. 상인 NPC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나마 다행인 건 상인 NPC가 같은 마을 안에 있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부유한 상인들의 도시가 있어 상인들이 거기에만 있었더라면 아주 곤란할 뻔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어떤 시대에는 플레이어에게 이런 플레이를 요구하는 일이 당연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에는 슬슬 그렇지 않게 변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또 마을 안에서 NPC를 찾아 뛰어다니는 플레이가 당연할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또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몬스터가 개연성을 무시하고 장비와 골드를 드랍하게 해봅시다. 오크 사회는 암만 봐도 의학이나 과학이 발전된 것 같아 보이지 않지만 골드와 약초를 가지고 다닙니다. 오크와 전투를 통해 보상을 얻은 플레이어는 자신의 첫 번째 장비를 가지고 좀 더 도전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강화 도중 장비가 파괴될 수 있지만 강화에 도전합니다. 인벤토리에는 이 사냥터에서 얻은 다른 장비가 있습니다. 강화하다가 장비를 깨면 아쉽기는 하지만 바로 다른 장비를 사용해 게임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 골드를 요구하는 여러 메커닉을 자연스럽게 사용합니다. 상인 NPC를 찾지 않아도 인벤토리에 몬스터들로부터 얻은 골드가 있거든요. 골드를 만들러 마을까지 이동해 상인 NPC를 찾아 골드를 마련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벤토리가 재료 아이템으로 가득 차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벤토리 인터페이스에서 바로 제작 인터페이스로 이동합니다. 제작 인터페이스에서 직접 재료 아이템과 골드를 사용해 다른 아이템을 얻습니다.

인벤토리에 잔뜩 쌓인 사용하지도 않을 장비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들을 강화 시스템에 사용합니다. 강화 단계에 따라 같은 강화 단계의 장비 여럿을 요구합니다. 장비를 강화하기 위해 쌍둥이 장비가 필요함은 어떻게 생각하면 이 세계에서 개연성 있어 보이는군요. 또한 장비가 파괴될 경우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수집 시스템에도 사용합니다. 수집 시스템은 다양한 아이템 뿐 아니라 각 아이템의 특정 강화 단계를 요구합니다. 지속적으로 아이템을 투입해 다른 아이템이나 골드나 스탯을 얻습니다. 수집 시스템이 요구하는 플레이어가 직접 획득하기 어려운 아이템은 거래소에서 구입합니다.

내가 가진 아이템을 거래소에 올릴 수도 있습니다. 게임 시스템은 몬스터를 통해 장비를 생산해내는 만큼 강하게 장비를 요구합니다. 직접 시간을 투입해 장비를 얻을 수도 있지만 거래소를 통해 더 빠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 여지가 있습니다. 거래소는 더 적은 비용을 지불하는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플레이 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법정화폐를 지불하지 않고서도 다이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종종 현대적인 P2W 디자인에 충분히 익숙하지 않은 프로젝트에서 개연성을 위해 게임디자인을 희생하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은 접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탐탁찮게 여겨지는 몬스터들의 장비 드랍, 강화와 장비 파괴, 수집, 거랫소는 서로 간에 존재 이유를 가지고 단단히 연결된 시스템입니다. 몬스터가 직접 장비를 드랍하는 세계는 플레이어에게 좀 더 직접적으로 의사소통을 해 플레이어가 게임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수많은 메커닉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시스템을 플레이어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튜토리얼을 통해서는 아닙니다.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이며 이는 개연성을 동시에 충적하기에 간단하지 않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직관적인 의사소통을 유지하면서도 개연성을 만족하는 것은 게임디자이너의 과제입니다. 다만 단기적으로 어느 하나의 우선순위를 올려야 한다면 직관적 의사소통을 더 중요하게 여길 겁니다. 그래서 몬스터가 직접 장비를 드랍 하도록 만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