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개인의 대체가능성

평범한 개인의 대체가능성

최근 겪은 사례로부터 다시 한 번 우리들 모두는 쉽게 대체 가능하다는 점을 기억해 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들 모두는 혼자서 살 수 없습니다. 잠에서 깬 다음 사람 비슷한 몰골을 하고 밖에 나가 출근하고 일하고 밥을 먹고 숨을 쉬는 이 모든 활동은 다른 누군가의 도움에 의한 것입니다. 만약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물을 틀어 세수를 할 수도 없고 회사까지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할 수도 없습니다. 심하면 숨 조차 쉴 수 없을 겁니다.

일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들 모두는 혼자서 일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조직을 관리하는데 중요한 점 중 하나는 조직이 원활하게 임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조직 구성원들을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작게는 지속적인 면담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완화하는 것이고 좀 더 크게는 안정적이지 않은 구성원이 있다면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이 일어날 때 대응할 방법을 미리 마련해 놓는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의 거의 모든 협업은 대체 가능한 모양으로 설계합니다. 의도적으로 설계했든 그렇지 않든 모든 조직 구성원들은 대체할 때 충격이 없지는 않겠지만 대체 가능해 집니다.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생각해보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서 같은 교육을 받습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같은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접하고 간접 경험을 쌓습니다. 서로 다른 여러 업무들은 상황에 따라 디테일이 달라지겠지만 잡 디스크립션을 통해 누구나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모양으로 정규화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조직 구성원 중 누구라도 대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종종 조직에서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보곤 합니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대체불가능함은 곧 조직의 불안정한 구성요소가 된다는 말입니다. 실은 자신의 업무 분야에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효율이 높은 인력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실수로 곧이곧대로 잘못 받아들이면 충분히 높은 퍼포먼스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대체 불가능하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착각은 사실 아무 문제도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며 객관적인 시각을 얻으면 이런 생각이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집에 가서 이불을 하늘 높이 걷어차기는 하겠지만 겉으로는 아무 문제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착각이 종종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면 문제가 됩니다. 충분히 높은 퍼포먼스를 내는 사람이라도 충격을 조금 감수하면 항상 대체 가능하기 때문에 대체 불가능성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이를 협상 대상으로 사용하려고 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조직을 구성하는 개개인이 대체될 수 있음은 스티브잡스마저도 대체 가능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그는 애플의 영광스러운 시대를 이끌었지만 가장 현대의 애플은 그를 대체한 다른 사람들이 이끌어 냈습니다. 현대의 애플 이벤트는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출연하는데 이는 과거의 대체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던 사람 한 명이 좌우하는 회사에서 각자의 업무를 맡은 대체 가능한 여러 사람이 이끌어가는 지속 가능한 회사로 변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충격을 좀 겪겠지만 대체 불가능한 사람은 없습니다. 조직을 관리할 때 대체 불가능성이 증가한다면 장기적으로 이 위험을 관리할 방안을 이미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때문에 평범한 개인의 대체 불가능성은 절대 협상 대상으로 사용하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