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션을 위키처럼 사용하지 마시오

트위터마스토돈을 통해 문서에 특정 리비전을 가리킬 방법이 필요해요라는 이전에 쓴 글을 공유했습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사용하던 미디어위키, 도쿠위키, 컨플루언스 같은 도구에서는 한 문서의 이전 버전을 주소로 가리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문서에서 다른 문서를 인용할 때 문서의 특정 버전을 인용할 수 있었는데 위키에서 문서는 계속해서 수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용하는 시점에는 문서에 있었던 내용이 이후 시간이 지나 없어졌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전 문서가 잘못된 인용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문서의 특정 버전을 주소로 가리킬 수 있으면 이후 문서가 수정되더라도 잘못된 인용을 할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노션은 뷰 모드와 에디트 모드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편집을 시작하면 일정 시간마다, 또 집중적인 편집이 끝나고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버전이 변경되는데 이 시점을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2022년 현재 이전 버전을 주소로 가리킬 수 없습니다. 노션에서 다른 문서를 인용 하려다가 특정 버전을 가리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순간 상당히 답답했습니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싶었고 노션을 별로 쓰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노션을 위키처럼 쓰지 말라는 의견을 읽었는데 생각을 잘못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노션은 노션일 뿐 워드프로세서도 아니고 위키도 아닙니다. 노션은 노션일 뿐인데 노션으로부터 위키와 비슷한 특징 몇 가지를 찾아낸 다음 위키라고 멋대로 정의하고 이전에 사용하던 위키에 있던 기능이 없다고 생각한 것은 저 자신일 뿐이었습니다. 노션은 그냥 노션으로써 동작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심지어 위키위키의 핵심은 수정에 따라 이전 버전을 보관하거나 이전 버전에 주소를 통해 접근하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위키위키는 웹사이트의 모든 문서에 편집 기능이 붙어 있어 여러 사람이 동시에 여러 문서를 편집해 내용을 빨리 채워 웹사이트를 완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전 버전을 유지하거나 이전 버전에 쉽게 접근하고 이전 버전을 주소로 가리킬 수 있는 기능은 여러 사람이 문서를 편집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완화할 수는 있지만 이 기능들이 위키의 본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노션은 위키가 아니고 노션을 사용하는 이상 노션의 기능 안에서 요구사항을 만족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전 버전을 주소를 통해 가리킬 수 없다면 내가 인용하고 싶은 버전의 복사본을 만들면 됩니다. 회의 도중 문서에 메모하고 싶다면 콜아웃을 사용하거나 답글을 달면 되고요. 나중에 콜아웃을 제거하고 이전 버전을 만들고 싶거나 콜아웃이 포함된 버전을 나누고 싶으면 역시 복사본을 만들어 현재 문서 하위에 두면 됩니다. 노션에서는 하위 문서 링크가 문서에 직접 나타나기 때문에 이 문서를 복사한 다른 버전이 있음을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이전에 다른 도구를 사용하던 방식과는 좀 다르긴 하지만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완전 새로운 도구를 이전에 비슷한 다른 도구를 사용하던 습관에 비추어 해석하고 특정 기능의 부재에 강한 불만을 가졌었지만 이게 올바르지 않은 접근이라는 점을 배웠습니다. 노션은 노션이고 위키는 위키이며 노션은 위키가 아닙니다. 저 자신이 위키 사용에 익숙할 수는 있겠지만 주로 사용하는 위키가 제가 예상하는 기능을 더 많이 지원한다고 해서 위키에 가까운 것도 아니고 노션이 그런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위키와 먼 것도 아닙니다. 서로 다른 도구에는 서로 다른 작업 방식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노션을 위키처럼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