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6999’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생각

제가 종종 분노하며 이야기하는 CLOUD-6999는 적어도 컨플루언스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전설적으로 유명한 지라 태스크입니다. 전설적인 이유는 개발 중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12년째 기능이 배포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틀라시안 제품군은 크게 서버,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제품군으로 나뉩니다. 서버 제품군은 중소규모로 아틀라시안 제품을 사용할 때 언프레미스 환경에서 사용하는데 몇 년 전부터 판매가 중단되었고 작년에 지원이 중단되었습니다. 이전에 경험한 몇몇 조직에서는 보안 문제로 컨플루언스 서버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해 메이저 버전업 때마다 라이선스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고 싶지 않아 오래된 서버 버전을 유지해 사용자(직원)들로부터 컨플루언스에 낡은 사용 경험을 주기도 했습니다. 데이터센터 제품군은 대규모로 아틀라시안 제품을 사용할 때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사용하는 제품으로 컨플루언스 기준 최소 계약 단위가 500명 부터입니다. 연간 소프트웨어 이용 요금으로만 몇 만 달러를 지불해야 하는데 여기에 데이터센터 환경에 별도로 지출할 수 있는 수준의 기업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서버 버전의 판매와 지원이 종료되었지만 데이터센터 버전은 여전히 구입할 수도 있고 개발과 지원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클라우드 버전은 아틀라시안이 AWS에 직접 배포한 환경에서 아틀라시안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데이터센터 버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안성이 낮고 종종 안정적이지 않을 때가 있는 환경입니다. 상대적으로 보안이 낮다고 하더라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아틀라시안은 로드맵 상의 다양한 컴플라이언스를 만족하는 환경을 개발하는데 집중해 왔습니다.

CLOUD-6999는 특히 컨플루언스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커스텀 도메인을 사용하게 해 달라는 요구사항으로 2011년 7월에 등록됩니다. 이 태스크는 2023년 현재 12낸째 방치되고 있는데 그나마 몇 년 전부터 이 태스크가 할당된 PM이 주기적으로 나타나 진척 상황을 알려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진척사항이라는 것이 영어를 잘 못 읽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 내용이 없고 그저 커스텀 도메인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이를 위한 각종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는 내용 뿐이어서 실제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습니다. 이런 아무 내용도 없어 보이는 답글을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번 받으며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티셔츠와 스티커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스티커를 구입해 랩탑과 아이패드에 붙여 놓고 매일 12년째 진행 중인 이 태스크의 어처구니 없음을 곱씹곤 합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기다리다가 미쳐버린 나머지 답글에서 틱택토를 하기 시작했고 이 지경이 되고 보니 과연 아틀라시안이 클라우드 제품군에 커스텀 도메인을 지원할 의지가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담당자의 답글이 어처구니 없고 또 신뢰가 가지도 않지만 적어도 개발 중이라는 표면적인 말 자체를 신뢰하기로 합니다.

일단 컨플루언스 클라우드 사용자 입장에서 커스텀 도메인이 왜 필요한지, 지금까지는 어떻게 해 왔는지 설명하겠습니다. 컨플루언스는 서버 버전으로 시작했고 서버 버전은 당연히 커스텀 도메인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경험한 컨플루언스를 사용하는 조직에서는 인트라넷 도메인에 물려 놓고 사용하기도 했고요. 사용 시나리오에 따라 다르지만 컨플루언스를 인터넷에 공개해 놓고 정보를 제공하거나 지금 이곳 처럼 컨플루언스를 웹사이트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또 FAQ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사용 시나리오에서는 커스텀 도메인이 중요합니다. 고객은 자신이 방문한 웹사이트의 신뢰성을 웹사이트가 서빙 되고 있는 도메인으로부터 판단하기도 합니다. 최근 한 마스토돈 커뮤니티에서는 무료 도메인이라는 이유로 특정 TLD 전체를 차단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적어도 컨플루언스 기준에서는 커스텀 도메인이 중요한 기능입니다. 그런데 아틀라시안이 서버 버전의 판매와 지원을 중단하고 클라우드 버전으로 마이그레이션을 지원하면서 전담 팀을 통해 마이그레이션 과정에서 일어나는 온갖 이상한 문제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거의 유일하게 커스텀 도메인만은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클라우드로 옮긴 고객들은 더이상 커스텀 도메인을 사용할 수 없었고 이는 위에 설명한 신뢰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기업용 서비스이면서도 커스텀 도메인을 지원하지 않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요즘 세상에 커스텀 도메인 지원이 대순가 싶은 생각을 잠깐 했지만 조금 보수적인 관점에서 특정 조직의 커스텀 도메인 사용은 여전히 신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상황을 완화하는 서비스가 나오기 했는데 이 웹사이트도 1년 가까이 이 cloak.ist라는 서비스를 사용해 제한적으로나마 커스텀 도메인을 제공했습니다. (과거형인 이유는 이제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이 이야기는 따로 하겠습니다.)

이제 개인적으로 어쩌면 아틀라시안은 클라우드 제품에 영원히 커스텀 도메인을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아틀라시안 입장에 빙의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아틀라시안은 컨플루언스 서버 버전의 판매와 지원을 종료했습니다. 서버 버전은 여태까지 중소규모의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보안 요구사항을 만족하기 위한 적당한 선택이었습니다. 적당한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면 몹시 괜찮은 전사적 자원관리도구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버 버전을 사용하던 고객들이 아틀라시안이 원하는 만큼 최신 라이선스를 갱신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전에 컨플루언스를 사용하던 여러 조직에서도 최신 버전으로부터 몇 년이나 뒤쳐진 버전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곳도 최신 버전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덕분에 사용자(직원)들 입장에서 컨플루언스는 뭔가 구닥다리같은 이미지로 남았습니다.

아틀라시안 입장에서 이 상황을 돌파할 방법은 중소규모 비즈니스에 사용하던 서버 버전을 없애고 완전히 클라우드로 이전시키는 것입니다. 일단 중소규모 비즈니스들은 데이터센터 버전에 준하는 보안을 요구할 필요가 별로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일단 클라우드로 이전 시켜 놓으면 버전 업데이트나 새로운 라이선스를 적용하기도 훨씬 쉬워집니다. 서버 버전의 지원 종료 후에 일어난 클라우드 버전의 요금 인상을 보면 이 계획이 꽤 유효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 버전은 관리하기 꽤 편하고 사용자(직원) 입장에서 꽤 현대적입니다.

이런 상태를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컨플루언스 로드맵에 가장 자주 등장한 기능이 바로 여러 가지 컴플라이언스를 준수하는 것입니다. 서버 버전을 사용하던 고객들을 클라우드에 데려온 이상 이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컴플라이언스를 아틀라시안이 직접 만족해야만 하고 상당한 자원을 들여 여기 집중해 왔습니다. 이제 거의 끝까지 왔고 데이터 레지던시 변경 기능이 모든 인스턴스에 릴리즈 되고 나면 서버 버전을 클라우드 버전으로 이주 시키는 계획이 거의 마무리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규모 비즈니스 말고 아예 대규모 고객들은 여전히 클라우드 버전을 원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여전히 더 강력한 보안이 필요하고 그보다 작은 규모의 비즈니스에서 고려하기 힘든 요구사항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실은 이 정도 규모에서 무슨 요구사항이 있을지 상상하기도 어려움) 그래서 이런 고객들이 계속해서 서버에 남을 선택을 남겨뒀습니다. 그게 어느 정도 규모의 고객이냐 하면 데이터센터 라이선스의 최소 계약 단위인 500명입니다. 아틀라시안 클라우드 로드맵을 보면 최근 컨플루언스 업데이트에 35,000명보다 큰 규모 확장이 있었는데 아틀라시안 입장에서는 이 정도 규모의 고객은 여전히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컨플루언스를 사용하게 해도 괜찮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반면 이보다 작은 모든 규모의 비즈니스는 클라우드로 통합해 처음에 말했던 라이선스를 따라오지 않아 구닥다리로 방치되는 사례를 없애고 어차피 클라우드에서 다양한 컴플라이언스를 제공하므로 서버를 유지할 필요를 없애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CLOUD-6999 요구사항은 데이터센터 고객 미만의 중소형 고객들에게 제공할 이유가 없는 기능으로 인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데이터센터 고객들은 저 요구사항과 무관합니다. 이미 그들은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서비스하기 때문에 저 요구사항이 개발되든 말든 이미 똑같은 기능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이미 아틀라시안에 충분한 요금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뭐하러 저 요구사항을 클라우드 고객들에게 충족해야 할까요. 그래서 좀 빡치긴 하는데 이런 생각의 과정에 따라 아틀라시안은 CLOUD-6999를 클라우드에 영원히 제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