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서드파티 서비스의 API 제한에 어느 정도 동의

2023년 초 트위터가 서드파티 앱의 API 접근을 차단합니다. 덕분에 오랜 시간에 걸쳐 유용하게 사용하던 트윗봇이 하루 아침에 못 쓰게 되어 황망했습니다. 한편으로는 트윗봇에서 지원하지 않는 기능이 필요할 때만 사용하던 트위터 앱을 이제 트위터를 사용해야 할 때마다 항상 사용해야 했는데 기초적인 가독성부터 시작해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현대의 트위터 앱은 지난 2008년에 처음 출시되어 ‘당겨서 새로고침’을 처음으로 소개한 트위티를 인수해서 개발한 것입니다. 지금은 너무 많은 곳에서 아무렇게나, 또 맥락 없이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이 사용 방법이 처음 등장했을 때 타임라인을 당겼다 놓을 때 경험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또 당겼다 놓지 않고 계속해서 당기면 그 자리에 제작사 로고가 나타나는 동작들도 재미있었고요. 트위티는 당시 난립하던 트위터 앱 중 가장 진보한 앱이었지만 트위터에 인수되고 나서 세월이 흐르면서 그저 트위터의 리퍼런스 앱 정도의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트위터가 서드파티 앱을 차단한데 빡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래 전에 하던 고민이 생각납니다. 2천년대 초 유행하던 블로그에는 다들 RSS 피드 주소가 있어 글을 웹사이트에 방문하지 않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 이를 활용한 RSS 리더 서비스가 널리 사용되던 시대였고요. 다른 블로그 글 전문을 RSS를 통해 받아 보면 굉장히 편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럼 그 블로그 웹사이트에 직접 방문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 경험 자체가 단시간 안에 글을 많이 읽을 수 있게 해 주기는 했지만 글을 많이 읽는 것이 글을 쓴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블로그에 광고를 붙여 운영비용을 충당하던 곳들은 RSS에 전문을 공개하지 않기 시작했는데 이는 RSS 리더 서비스를 심각하게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세월이 흘러 아무도 블로그 글을 읽는데 RSS를 사용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이 웹사이트에도 RSS를 붙일 수 있지만 굳이? 라는 생각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습니다.

트위터가 타임라인에 광고를 하고 있지만 트윗봇 같은 서드파티 앱을 사용하면 광고 없이 사용할 수 있었고 웹 트위터도 광고차단 익스텐션을 사용하면 광고 트윗이 화면에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진 상태의 타임라인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정리된 타임라인이 더 좋았지만 그게 트위터 입장에서 올바른 상황은 분명 아니었을 겁니다.

수 억 명이 사용하는 거대한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분명히 큰 돈이 필요합니다. 트위터가 최근 제시한 유료 모델들은 이 서비스를 십 수년 째 사용한 입장에서도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적어도 광고 정도는 이 서비스가 유지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월 이용료를 직접 내거나 서비스를 유지할 수 없을 겁니다. 물론 그런 상황에 대한 조정이 이딴 방식으로 일어나는 건 을 펠콘해비에 실어 화성 궤도로 던져버리기 전까지 까도 시원찮을 일이지만 트위터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현재 사용 가능한 마스토돈 인스턴스들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대형 인스턴스들은 월 사용료가 제법 나갈 텐데 광고도 없고 이용료도 없는 인스턴스에는 누가 돈을 대는 걸지, 또 그 돈을 언제까지 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