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6999의 괴상한 2레벨 서브도메인 접근

제가 CLOUD-6999라는 아틀라시안 제품 사용자들 사이에 전설적으로 유명한 지라 태스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업용 제품을 판매하고 또 서버 버전 라이선스 판매를 종료하고 클라우드 버전으로 통합하는 마당에 커스텀 도메인을 지원하지 않아 보수적인 고객 관점에서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 *.atlassian.net을 서비스 주소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한동안은 ‘cloak.ist’라는 서비스를 사용해 왔으나 사용하기 시작할 때와 달리 이 서비스에서는 명시적으로 컨플루언스를 지원한다는 표현을 삭제했고 주요 매크로가 동작하지 않아 원활하게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또한 최근 컨플루언스 위키에 robots.txt 설정이 검색을 허용하지 않도록 일괄 변경되면서 더 이상 이 서비스를 유지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사용을 중단했습니다. 무려 태스크가 처음 생성되고 나서 12년이 흘렀고 또 최근 커스텀 도메인에 대한 기업용 제품들의 느슨한 접근을 보며 아틀라시안이 클라우드 제품군에 커스텀 도메인을 제공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점점 굳혀 가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2년 동안의 긴 세월 동안에 처음으로 이 태스크를 가지고 있는 담당자가 ‘의미 있는’ 답글을 달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온갖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여러 답글을 여러 해에 걸쳐 달아 온 것과 비교해 이번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뭔가 의미 있는 진행에 대해 소개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면 지난 12년에 걸친 의미 없는 진행상황 공유 끝에 처음 나온 의미 있는 진행이라고 보기에 아틀라시안이 제안한 기능의 스크린샷은 너무나 이상합니다. 먼저 CLOUD-6999에 달린 담당자의 답글부터 살펴봅시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분기에는 여러 기존 고객들, 특히 Atlassian Cloud 관리자를 포커스 그룹 세션에 참여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저희의 방향과 초기 관리자 환경 디자인을 검증하고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예비 디자인을 Atlassian Enterprise 커뮤니티에서 공유했습니다. 여기에서 업데이트를 참조하세요.

다음 분기에 최신 정보를 가지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선 지난 분기에 CLOUD-6999에 뭔가 진행을 하긴 했으며 그 작업은 디자인 시안에 대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였다는 모양입니다. 투박하게 이야기하면 아직 뭔가 개발됐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들도 'early admin experience design'이라며 아주 조심스럽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표현에 따라 이 글에서 제시한 이미지는 스크린샷이 아니라 인터페이스 목업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링크를 따라가 보면 Custom Domains in Cloud - Development Update라는 글이 나타나는데 다른 설명은 집어 치우고 세 번째 이미지를 봅시다.

먼저 커스텀 도메인 메뉴가 사이트 어드민 주소 하위에 있습니다. 이 말은 커스텀 도메인을 제품 단위로 설정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아틀라시안 계정은 계정 하나 하위에 여러 제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령 계정 하나 하위에 컨플루언스, 지라 소프트웨어, 지라 서비스데스크, 빗버킷, 트렐로 같은 제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품 단위로 커스텀 도메인을 설정하면 한 사이트에서 동작하는 모든 컨플루언스, 한 사이트에서 동작하는 모든 지라가 같은 커스텀 도메인을 사용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가령 컨플루언스 스페이스 별로 다른 커스텀 도메인을 사용하거나 지라 프로젝트 별로 다른 커스텀 도메인을 사용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약간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지금의 ‘아무것도 안 되는 상태’보다는 낫습니다.

문제는 커스텀 도메인에 반드시 고정된 ‘키워드’를 사용해 전체 주소를 반드시 2레벨 서브도메인으로 구성해야 하는 점입니다. 위 이미지를 보면 커스텀 도메인은 internal.support.acme.com이 되는데 여기서 support 부분을 아틀라시안이 미리 제공하는 어떤 키워드로 변경할 수는 있지만 이 키워드를 생략하고 1레벨 서브도메인으로 구성할 수는 없습니다. wiki.personal.woojinkim.org로 만들 수는 있지만 wiki.woojinkim.org로는 만들 수 없다는 겁니다.

만약 한 사이트에서 운영되는 컨플루언스의 각 스페이스마다 다른 커스텀 도메인을 사용할 수 있거나 지라의 각 프로젝트마다 다른 커스텀 도메인을 사용할 수 있다면 이런 제한이 엄청나게 이상하지는 않다고 받아들였을 겁니다. 하지만 한 사이트에서 운영되는 제품 하나에 커스텀 도메인 하나를 대응 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제한은 뭔가 이상합니다. 이미 이 글의 답글에 ‘모든’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지만 이 2레벨 서브도메인을 강제하는 디자인은 길게 말할 것도 없이 명백히 그냥 이상합니다. 커스텀 도메인을 사용하게 해 달라는 요구사항에 ‘커스텀 도메인을 사용하게 하되 2단계 서브도메인을 반드시 사용하게 해 달라’는 요구사항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아틀라시안 바깥의 사람들이 볼 때 그냥 너무나 명백히 이상하다 못해 괴상한 이런 디자인을 떳떳하게 공개하는 상황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은 뭔가 회사 바깥의 고객들이 모르는 회사 내부의 요구사항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가상의 요구사항은 기술적인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가령 인증서를 관리하는 부서가 있는데 이 부서에서는 jira.atlassian.net 같은 1레벨 서브도메인을 포괄하는 인증서를 ‘자사 서비스에서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고 이 원칙을 깨기에는 인증서 관리 부서의 권한이 너무 막강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명백히 이상하지만 어쩔 수 없이 2레벨 서브도메인을 강제할 방법을 찾다가 이런 괴상한 방법을 제안하게 됐을 수 있습니다.

혹은 지난 12년에 걸쳐 그래 온 것처럼 그저 시간을 끌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저 아무 것도 안 하고 시간을 보내는 전략으로 일관해 왔지만 클라우드 로드맵에 커스텀 도메인을 걸어 둔 이상 이전처럼 무응답으로 일관하거나 의미 없는 답글을 다는 전략을 고수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치 콜라 회사가 가끔 ‘괴상한’ 콜라를 발매해 오리지널 콜라에 대한 수요를 유지하듯 명백히 괴상한 디자인을 공개하고 이후 몇 달에 걸쳐 의견을 수렴하는 것처럼 행동하며 몇 달 또는 다시 몇 년을 딜레이 시킬 명분을 확보하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떠올리며 스스로가 너무 쓰레기처럼 느껴집니다. 사람들을 대하면서 그들이 표면적으로 보여주는 의사를 그들의 진실한 의도로 받아들이며 행동할 때 내 스스로가 상황을 더 잘 판단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가 표면에 드러난 의도를 신뢰하지 않고 그 뒤에 숨겨져 있는 나쁜 의도를 찾아내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커스텀 도메인이 뭐라고 12년이나 기다리며 다른 사람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뒤에 숨은 의미를 추측하는데 집중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2레벨 도메인 강제 정책은 뭔가 회사 밖의 고객들이 모르는 숨겨진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만큼 괴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