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S5의 검문소와 파크라이6의 검문소 디자인

여전히 파크라이 6을 플레이 하고 있습니다. 민간인에게 총을 쏠 수 있나요는 이런 아군과 적과 민간인이 뒤섞여서 돌아다니는 오픈월드 게임을 플레이 할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었고 오픈월드 게임 개발에 지레 겁먹음은 오랜 세월에 걸쳐 오픈월드 게임을 만들어 내고 있는 사람들도 여러 인게임 요소들이 상호작용 해서 일어나는 예상하기 어려운 동작을 피하기 어려운데 과연 우리가 잘 할 수 있을지 겁 먹었다는 이야기였으며 지난 뉴스레터 타이틀이었던 세계를 잠시 떠나는 의식은 굳이 파크라이 6과 관계 없이 오픈월드 게임을 대하는 개인적인 자세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이런 조금은 게임 바깥을 빙빙 도는 이야기들 말고 조금 본격적으로 오픈월드 제어 메커닉 중 하나인 검문소에 대해서 비슷한 메커닉을 채용했던 메탈기어솔리드 5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메탈기어솔리드5는 이 시리즈의 창시자인 코지마 감독이 코나미에서 관여한 마지막 게임으로 알려져 있는데 시간이 흐른 다음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면 메탈기어 시리즈 팬들 조차도 메탈기어솔리드 5를 인상 깊게 기억하지 않는 것 같은 인상을 자주 받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메탈기어솔리드 시리즈의 전통적인 모든 플레이를 집대성 하면서도 현대적인 오픈월드를 도입하고 나서도 이 게임이 여전히 메탈기어솔리드로써 동작하게 만든 대단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입장에서 이 게임에 오픈월드 게임의 역사 등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 것을 보면 조금 아쉽습니다. 그나마 데스스트랜딩은 그 수려한 오픈월드 게임디자인과 이를 지탱하는 우아한 설정에 의해 그나마 회자되는 것 같아 보여 다행입니다.

메탈기어솔리드 5는 레벨디자인에 극도로 정성을 들인 여러 스테이지가 오픈월드 곳곳에 아주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고 메인퀘스트 진행에 따라 스테이지가 활성화 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느 오픈월드 게임에서 보기 어려운 극도로 정상을 들인 레벨디자인을 체험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이 스테이지 밖으로 나가면 다양하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휑한 자연환경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물론 그 자연환경을 활용한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정성을 들인 레벨디자인을 체험해 보고 나면 그 바깥의 공간은 마치 행성계 사이의 빈 공간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메탈기어솔리드 5에도 요즘 플레이 중인 파크라이 6처럼 무작정 오픈월드 전체를 사실상 제한 없이 돌아다니며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예상하지 않은 상호작용을 제한하기 위한 최소한의 검문소 메커닉이 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비포장 도로를 달리다 보면 검문소를 마주치게 되는데 검문소는 주로 두 지점을 가장 편안하게 이동하는 동선에 놓여 있어 이 동선을 회피해 검문소를 완전히 무시하는 선택을 함께 제공합니다. 파크라이 6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이는 오픈월드 레벨디자인을 한 평면 상에 사실상 두 가지 길이 동시에 존재하도록 만든 것으로 이 입체적인 레벨디자인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 하겠습니다.

검문소를 지나는 방법은 그냥 자동차에 탄 채로 빨리 지나갈 수도 있고 말을 타고 있다면 병사가 없는 방향으로 몸을 기울여 들키지 않을 수도 있으며 검문소를 지키는 모든 병사들을 처리한 다음 다시 차에 올라타고 진행할 수도 있고 목적지가 가깝다면 이제부터 차에서 내려 검문소를 숨어서 지나간 다음 스테이지 입구까지 걸어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핵심은 오픈월드를 마냥 자유롭게 돌아다닐 때 생기는 예상하지 않은 시점에 예상하지 않은 요소끼리 일으키는 상호작용 문제의 완화, 그리고 심혈을 기울인 레벨디자인 바깥 오픈월드의 긴장감 유지에 있습니다.

파크라이 6의 검문소는 메탈기어솔리드 5의 검문소와 아주 비슷합니다. 파크라이 6에는 플레이어의 오픈월드 이동을 제한하기 위해 지상에는 검문소, 하늘에는 대공포대 메커닉이 있으며 대공포의 경우 메인퀘스트에 의해 제어되기도 하고 또 중후반에 등장하는 대공포대는 저공비행으로도 뚫을 수 없도록 대공포대 범위에 진입하면 아무리 저공으로 날아도 그냥 포 맞는 효과와 함께 대미지를 입어 비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파크라이 6에서도 비슷하게 검문소를 만나면 입체적으로 구성된 레벨디자인에의해 검문소를 완전히 우회할 수도 있고 작은 탈것을 이용해 검문소를 빠르게 지나갈 수도 있으며 걸어 지나간다면 검문소 옆으로 허리를 숙인 채 유유히 지나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운 나쁜 병사를 마체테로 썰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메탈기어솔리드 5와 파크라이 6의 검문소 디자인에서 가장 큰 차이는 타이어에 펑크를 내 자동차를 무력화시키는 장치가 바닥에 깔려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탈것이든 타이어가 달려 있다면 빠른 속도로 검문소를 통과하려고 해도 정확히 길을 따라갈 경우 타이어가 터져 자동차가 반파 되어 검문소를 그냥 통과할 수 없습니다. 거의 모든 경우 그냥 통과하려다가 타이어가 터지면 바로 전투에 돌입하게 됩니다. 그나마 바이크류를 타면 바닥의 타이아 무력화 장치를 약간 돌아서 지나갈 수는 있지만 스킬이 필요하고 운이 나쁘면 꼭 그 사이에 서 있는 병사를 치어 속도가 느려져 공격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전투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반면 메탈기어솔리드 5에서는 그런 장치가 없는데 이는 처음부터 검문소가 긴장감을 유지하고 예상하지 못한 상호작용이 너무 심하게 일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만 동작하기를 원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또한 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지나가거나 말을 타고 피해 가는 등의 게임이 허용하는 일종의 꼼수를 통해 검문소를 통과하면서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부수적 효과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동차를 타고 무작정 검문소를 통과하면 검문소에서 무전을 통해 지원을 요청해 백미러에 헬리콥터가 쏘는 미사일을 보게 되니 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통과하는 꼼수를 언제 까지 사용할 수 있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파크라이 6에서는 초반을 지나면 탱크를 쉽게 얻을 수 있는데 무한궤도를 장착한 탱크는 검문소에서 무력화 되지 않으므로 원한다면 그냥 빠르게 지나가면 총알 몇 방을 맞아도 대미지를 전혀 입지 않은 상태로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뒤로 갈수록 검문소의 화력이 강해지며 지원이 아주 빠른 시점에 도착하기는 하지만 일단 물리적으로 통과 가능하고 검문소로부터 빨리 멀어질 수 있어 지원을 무시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중후반으로 갈 때 메탈기어솔리드 5와 파크라이 6의 검문소가 게임 초반과 중후반에 하는 역할이 서로 반대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메탈기어솔리드 5와 파크라이 6에는 오픈월드의 지상이동을 통제하는 검문소 메커닉을 사용하는데 서로 거의 동작이 비슷하지만 파크라이 쪽은 자동차가 검문소를 무시하고 통과하지 못하게 해 초반에 검문소를 무시하게 어렵게 만들지만 중후반에는 검문소를 무시할 수 있으며 메탈기어솔리드는 초반게 검문소를 무시할 수 있지만 중후반에는 지원을 통해 검문소를 무시하기 쉽지 않게 만들어 비슷한 메커닉을 사용했지만 서로 상당히 다른 결과를 보입니다.

물론 어느 쪽이나 후반에 여러 가지 탈것을 얻으면 검문소고 뭐고 그냥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있고 앞에서 잠깐 소개한 단일 평면 상에 두 가지 입체 경로를 만들어 놓은 심혈을 기울인 특수한 레벨디자인은 게임 초반에는 아주 유용하지만 중후반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같습니다. 물론 이런 레벨디자인은 상황에 따라 게임에 상하게 이입해 전혀 들키지 않고 이동하거나 전설 속 게릴라들처럼 한 방 먹이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식의 플레이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로써 동작하기에 후반에 필요성이 줄어든다고 해서 의미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