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주가를 최소 10배 올리는 두 가지 비법

실은 지난 ‘자동전투는 해석과 표현의 기로에 섰다’에서 이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거기서 이야기를 전부 다 하자니 제목과 너무 동떨어지게 될 것 같아 전체 두 가지 방법 중 한 가지에 해당하는 게임 제목을 바꾸는 이야기만 하고 나머지 한 가지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지난번에 했던 이야기를 포함해 회사 주식을 당장 10배쯤 끌어올리고도 남을 방법을 제안하겠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팀에서 함께 일하는 분들께 이야기했더니 ‘미친놈아 그만해’라는 평을 듣기는 했지만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먼저 지난번에 이전 십 수년에 걸쳐 모바일 플랫폼에서 큰 경제적 성공을 달성한 게임들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부터 추측할 수 있는 장르와 실제 게임을 플레이 해 봐야 알 수 있는 실제 장르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습니다. 흔히 양산형 모바일 게임이라고 불리는 이 장르는 게임 플레이 영상이나 스크린샷만 봐서는 서로 다른 여러 게임을 구분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비슷합니다. 서로 다른 게임들 사이에 서로의 장점을 복제해 게임들은 서로 점점 더 비슷해졌고 카메라 시점을 비슷하게 설정한 채 스크린샷을 찍으면 확실히 여러 스크린샷이 같은 게임에서 나온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 구분하기는 이제 더더욱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겉으로 비슷한 중세 판타지에 기반한 MMO처럼 보인다는 점만 같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 게임을 플레이 해 보면 전통적인 MMO보다는 매니지먼트 장르에 가깝다는 점 역시 비슷합니다. 다만 게임마다 서로 자신들이 만드는 게임 장르가 전통적인 MMO인지, 아니면 그에 기반해 모바일 환경에서 플레이 하기 편안하게 만든 모바일 MMO인지, 아니면 완전한 매니지먼트인지 이해하는 수준에 따라 멀쩡한 게임이 되기도 하고 기괴한 게임이 되기도 하는 차이는 있습니다.

이런 비슷해 보이는 게임 중 잘 된 사례는 사실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이미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 같으니 넘어가고 방금 이야기한 자신들이 만드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개발한 나머지 탄생한 기괴한 사례는 조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여러 프로젝트의 구인공고를 찾아보면 모바일 MMO를 개발하는 팀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이전에 MMO 게임 개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우대한다는 메시지를 남겨 둡니다. 여기서 MMO 게임 개발 경험이란 아마도 전통적인 MMO 게임 개발 경험을 의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MMO는 규모가 작은 멀티플레이 환경을 확장해 게임 세계 전체에 동시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 하며 이들이 상황에 따라 꽤 좁은 공간에 모여 서로 부대끼며 상호작용 하는 상황 자체가 플레이의 일부인 장르를 말한다고 생각합니다. MMO 개발에 이전 개발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그렇잖아도 닫힌 세계를 구동하는 규칙이 개개인의 지능을 뛰어넘도록 복잡한데 여러 플레이어가 동시에 게임과, 또 서로 상호작용 하며 일으키는 온갖 문제에 대비한 규칙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설계에 실패했을 - 아마 성공했다면 더 이상 업계에 남아있지 않을 테니 - 경험에 기반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십 수년의 세월이 흐르며 게임 겉모양은 여전히 비슷해 아무 게임의 스크린샷을 찍어도 다른 게임과 비슷한 지경에 이르렀지만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해봐야 알 수 있는 본질적인 장르가 이전의 롤플레잉에서 매니지먼트로 변했고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면 기괴한 결과를 만들게 됩니다. 인터넷 상의 빅 마우스들의 입맛에 맞춰 게임을 소개하며 모바일이지만 전통적인 PC나 콘솔 같은 본격적인 경험 플랫폼에서 하던 경험을 가져오기 위해 노력했다는 인터뷰 기사를 보며 이 집 이제 큰일 났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모바일 환경에서 MMO 게임을 플레이 하기를 원하는 고객은 전통적인 경험 플랫폼에서 하던 경험을 모바일에서 하기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언급한 적 있는 레이싱 게임을 제대로 하려면 드라이빙 휠이 필요하지만 드라이빙 휠을 갖춰 놓고 레이싱 게임 경험을 하는데는 온갖 제약이 있으므로 이 제약을 피하면서도 여전히 레이싱 게임을 하기 위해 책상 밑에 숨겨뒀던 게임패드를 꺼내 레이싱 게임을 플레이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모바일 환경에서 MMO 게임을 플레이 하는 고객들은 전통적인 MMO의 상호작용 경험이나 그라인딩 경험, 탐험이나 발견 경험을 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들은 모바일 환경에서도 이전 시대에 플레이 하던 MMO 경험과 유사하지만 여전히 모바일 환경에서 적은 관여 만으로도 이전과 시청각적으로 유사한 경험을 하기를 원하지만 그 경험과 경험의 결과는 이전과 동일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모바일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게임에는 여러 자동 플레이 메커닉이 들어가고 자동 플레이 메커닉이 차지한 게임 경험은 게임 자체,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상호작용, 특히 경쟁적 상호작용에 집중한 모양으로 변했습니다. 즉 현대의 모바일 MMO 게임은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장르가 달라졌으며 인터넷 상의 빅 마우스들의 입맛에 맞춰 직접적 경험이 핵심인 플랫폼의 경험을 모바일로 가져오겠다고 말하면 서로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게임을 개발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괴한 결과는 무엇일까요. MMO 장르의 본질을 구현하기 위해 자동 기능을 없애고 직접 공격 하나하나에 고민과 정성을 다해 플레이 하게 만든 액션에 가까운 게임입니다. 이런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 찬사를 보낸 고객들은 모바일 플랫폼에서 이 장르의 경험을 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기존 모바일 플랫폼에서 플레이 하는 고객들은 어떤 플랫폼에서든 그런 경험을 원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런 기괴한 결과를 플레이 해 보면 모바일 환경의 제한된 입출력 덕분에 딱히 플레이 경험이 신나지도 않고 모바일 환경에 의해 피로도는 훨씬 높은 반면 그에 따르는 보상 경험이 나쁘고 모바일 플랫폼의 매니지먼트 장르에 흔히 나타나는 경쟁적 상호작용이 잘 갖춰지지 않습니다. 결국 어떤 고객도 만족하지 못하는 기괴한 결과는 순식간에 앱스토어 차트 저 아래 무저갱으로 사라집니다.

자. 그래서 회사 주가를 올릴 조치 첫 번째. 시대가 변했고 게임 장르가 변했음을 인정하고 회사에서 개발하는 게임 장르가 더이상 MMO-RPG가 아니라는 사실을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각인 시키기 위해 게임 이름 뒤에 ‘매니저’를 붙이는 겁니다. F1매니저, 풋볼매니저와 같은 장르로써 여전히 외형은 전통적인 MMO 장르와 비슷하지만 게임의 본질은 매니지먼트이기 때문에 ‘MMO Manager’라는 게임 이름을 본 고객과 투자자들은 이제 회사가 시장을 깊이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효율적인 개발을 해 나갈 거라고 예상하고 또 인정할 겁니다. 또한 매니지먼트 게임들이 해마다 개선을 거쳐 매 해 새로운 버전을 출시하며 게임 뒤에 연도를 붙이는 것처럼 과거의 대규모 업데이트를 이제 매년 게임 이름 뒤에 연도를 붙여 출시하면 고객들이 새로운 게임의 장르와 출시 시점, 그리고 대규모 업데이트의 존재 여부를 아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게임 이름을 ‘[Your MMO Game name Here] Manager 2024'라고 바꿔야 합니다.

두 가지 비법 중 첫 번째 비법을 이야기하는데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으니 두 번째 비법은 먼저 비법을 말한 다음 이를 설명하겠습니다. 게임 내 시스템으로 완전히 정착한 거래소를 닫힌 게임 경제 안에 두고 이전과 완전히 동일한 프론트엔드를 유지하되 백앤드를 '[Your Ingame currency name Here] Chain' 블록체인 기반으로 바꿉니다.

한때 블록체인에 기반한 NFT는 그 스스로가 자산 가치를 가지기도 하고 동시에 소위 상호운용성에 기반해 서로 다른 닫힌 세계 사이를 연결하는 메타버스를 구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그런데 코비드 국면이 마무리되며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축소되고 금리가 오르는 시대에 접어들며 굳이 블록체인과 NFT에 기반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갖추지 않아도 전통적인 자산만으로도 효과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출 수 있게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NFT를 포트폴리오에 포함할 만한 유동성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NFT 스스로가 자산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질적인 목표를 달성하고 이 약속이 단단해지기 전에 자산 가치 유지에 실패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주 많은 사람들이 NFT의 근거가 되는 블록체인 기술이 현재의 경제 상황이 다시 변화할 때 의미를 가질 거라고 예상하곤 합니다. 블록체인은 그저 데이터베이스일 뿐이지만 데이터베이스를 읽고 쓰기 위해 누군가의 직접적인 허락을 받지 않은 채 그저 이전에 정립된 입출력 규칙을 따르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블록체인에 근거한 가상 세계의 자산은 지금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지만 시장의 변화에 따라 한 닫힌 게임 세계 바깥으로 확장될 수 있을 가능성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에 기반해 모바일 매니지먼트 장르에 경쟁적 상호작용을 지원하는 거래소 시스템은 전통적으로 닫힌 인게임 경제와 미래의 가능성으로 해석되는 블록체인 사이에 중간 다리 역할을 훌륭히 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게임은 여전히 전통적인 닫힌 경제 시스템 기반으로 동작하되 거래소에 등록된 자산은 기존 백엔드 대신 '[Your Ingame currency name Here] Chain' 블록체인 기반으로 동작하게 바꾸면 당장 기존 게임 동작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고객과 투자자들, 특히 투자자들에게 전통적인 블록체인에 기대하던 미래의 확장성을 회사가 제대로 인지하고 있고 이미 준비가 끝나 있어 언제든 상황이 바뀌면 즉시 시장의 중심에 위치할 수 있음을 완전히 납득 시킬 수 있을 겁니다.

결론. 회사의 주춤한 주식을 단번에 적어도 열 배 쯤 끌어올릴 비법 두 가지. 첫째. 게임 이름을 ‘[Your MMO Game name Here] Manager [Release year number Here]'로 바꿀 것, 둘째. 게임 내 거래소 백엔드를 ‘[Your Ingame currency name Here] Chain’체인으로 바꿀 것.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