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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장, 순환 메커닉을 설계하기 전에 주요 동작 설정을 만들다가 문득 디렉터의 비전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게임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흔히 방향성 또는 비전 같은 것들이 불분명하다는 불만을 자주 듣게 됩니다. 제 스스로도 도대체 방향성이 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문득 그 방향성과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또 이것들을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해봤습니다. 이전에는 나보다 높은 디렉터나 프로듀서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프로젝트를 피칭하고 돈을 받아와 팀을 빌딩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이런 비전이 명확히 설정되어 있어야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생각이 맞을지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암만 생각해봐도 디렉터나 그 윗사람들이 그보다 낮은 우리들 같은 실무자들이 생각하는 비전과 방향성을 우리에게 잘 말해줄 수 있을 정도로 예쁘게 정리해서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 개인의 경험 상 어떤 디렉터도 제가 만족할 만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제시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요. 처음에는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화가 났습니다. 아니 우리가 뭘 만들어야 하는지, 실무 수준의 의사결정에 참고할 방향성 정보조차 얻을 수 없는 환경에서 어떻게 개발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온갖 컨퍼런스에 발표하는 훌륭한 분들은 그분들이 비전을 가지고 프로젝트 전체를 리딩해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 같은데 왜 나는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없는지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이런 과정 끝에 제가 내린 결론은 디렉터든 누구든 그런 비전을 가진 사람은 존재하기야 하겠지만 내가 일하는 업계에서 마주칠 가능성은 없고 내 스스로가 게임디자인 경험을 갖춰 없거나 희미한 비전만으로도 의미있고 또 구체적인 게임디자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디렉터의 업무 중에는 분명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있기는 할 겁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업무는 예측 가능한, 또는 설명 가능한 일관된 의사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이 바탕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어떤 비전에 바탕을 두고 있을 수도 있지만 내구도 수리는 낡은 메커닉일까요? 사례처럼 직관을 바로 그 자리에서 설명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맞춰 게임디자이너인 우리들이 할 일은 디렉터나 그 윗선의 일관된 의사결정들로부터 희미한 비전을 감지하고 이로부터 게임디자인을 도출해내며 동시에 같은 팀을 포함한 모든 협업자들에게 희미한 비전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알맞은 시나리오를 생각해내고 이를 단단하게 굳히는 일입니다. 어느 순간 우리들은 디렉터보다 더 구체적으로 게임의 비전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또 그 일관된 의사결정과 아주 비슷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될 거고요. 또 더 이상 방향성이나 비전의 부재를 탓하는 사람도 없어질 겁니다. 그건 우리 업계에서 대부분의 디렉터가 할 일이 아니라 게임디자이너인 우리들이 할 일입니다.

요약. 방향성이나 비전이 희미하다고 느껴진다면 그걸 정립하는 건 게임디자이너인 우리들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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