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회사와 신입 사이 관계

지난 11회차 뉴스레터에 포함한 포트폴리오 문서의 독자 고려 전략ㅁ게임의 엔진변경에서 현대에 인력을 채용한 다음 바로 이어서 제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할 수 있는 적당한 사람을 이직 시킬 수 있을 가능성이 낮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금씩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지금 받는 급여의 두 배를 준다고 하면 이직 시킬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인력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심각해지더라도 회사는 결코 이런 시도를 인정하려 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차선으로 이전에는 서류 단계에서 걸렀을 가능성이 높은 분과 함께 하기로 결정하거나 이전에는 그리 신뢰하지 않던 구인 플랫폼을 활용해 보기도 하지만 우리가 감수해야 할 위험성과 비용에 비해 결과는 그리 훌륭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채용 문제로 내가 믿던 세계의 붕괴를 겪으며 정신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이런 일들을 겪으며 회사의 고위 의사결정자, 그리고 경영진들 사이에 뭔가 다른 접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는데 이르렀습니다.

이전에는, 그리고 지금도 업계 전체 관점에서 신입 인력을 효과적으로 교육하는 곳은 업계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큰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규모가 크면 여러 장점이 있는데 일단 구직 하는 입장에서 이미 상당한 신뢰를 쌓은 조직에서 시작할 수 있고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인사, 교육 과정이 구축되어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급여가 밀리는 등의 회사와 나 사이에 신의 관계가 무너질 가능성도 낮아 안정적으로 일을 배울 수 있고 또 회사 입장에서도 교육 비용을 투자해 인력을 성장 시킨 다음에도 여전히 회사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아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음습니다. 그래서 회사에 따라서는 전통적인 공채 시스템을 유지하며 문턱을 높이는 대신 공채를 통해 채용한 인력을 별도로 관리하고 이 분들이 회사 밖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추적하며 관리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작은 회사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것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작은 회사는 인사,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며 개인차가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체계적인 업무 습득 기회가 적을 수 있습니다. 애초에 작은 회사는 더 적은 자원으로 비슷한 수준의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회사의 목표와 방식에 동의하는 경력자들이 모여 교육 비용 같은 피하려고 마음 먹으면 피할 수 있는 비용을 최소화하며 일해야 간신히 성공할까 말까 하며 심지어 여기에 운까지 따라 줘야 급여를 밀리지 않고 업계에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맨 처음에 이야기한 대로 2023년 여름 현재 작은 회사에서 업계에서 이미 경력을 쌓은 인력을 이직 시키기는 상당히 어려우며 특히 전통적인 업계와 결이 약간 다른 일을 하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경력자를 이직 시키기 어렵습니다. 또 육아 문제나 가족들의 반대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도 이직을 고민하던 분들을 그 자리에 묶어 두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작은 회사는 이미 초기 멤버들의 인맥을 통해 데려올 수 있는 사람이란 사람은 다 데려왔고 이제 남은 건 우리가 사람 구한다고 말하면 오히려 나를 데려가려고 약간은 환장한 사람들만 남은 상태인데 이쯤 되면 작은 회사 입장에서 회사도, 또 구직자도 서로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신입 직원을 채용해 교육하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나마 현대에는 관련 교육기관에서 대강 우리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주로 기술적인 측면에서 교육하는 모양이고 또 죽음의 조별 과제보다 더 지독한 학기 단위의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어차피 회사에서 겪게 될 사회생활의 개같음을 미리 겪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아 학부를 갓 졸업하신 분과 직접 대변할 모험을 감수하지는 않아도 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아쉽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러한 교육 기관의 커리큘럼은 적게는 몇 년, 많게는 십 년 이상 오래된 정보와 경험에 바탕을 둔 경우가 많아 보이고 또 그럴 수밖에 없으며 이러 교육을 이수하시는 분들 스스로도 자신이 매일 고객으로써 접하는 게임과 교육을 통해 접하는 게임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음에 고민하시는 것 같아 보임입니다. 또 지난 몇 년 사이 감염병 국면을 거친 다음에는 전 세계적인 경제적 출구전략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구인 및 구직 시장 역시 충격을 받았는데 지금까지 이야기한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면 작은 회사 입장에서도, 또 처음으로 이 업계에 구직을 시도하시는 입장에서도 한번 쯤 모험을 해 볼만한 상황을 갖춘 것 같습니다.

이론적으로 작은 회사에서 학부를 졸업하신 분들을 채용해 업무를 교육해 함께 일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이론적으로 여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당연히 처음 일을 시작하시는 분들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으며 일이 취향에 맞고 또 흥미가 있다면 시간이 조금 지난 다음에는 스스로 자신이 잘 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하고 스스로 의지에 의한 여러 선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일단 일을 시작하고 시간이 좀 지난 다음 업계 전체에서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고 근미래의 계획을 고민하며 회사 밖의 기회를 고민할 단계까지 가면 이제 신입으로써 받을 모든 교육을 마쳤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작은 회사 입장에서 이론 상으로는 꽤 괜찮은 이 계획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지 고민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일단 뉴스를 보면 항상 나오는 소식 중 하나는 작은 회사에서 인력을 교육 시켜 놓으면 큰 회사로 옮겨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항상 접할 수 있는데 이건 근본적으로 인력이 성장하는데 비해 회사의 보상이나 비전이 인력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전적으로 회사 잘못입니다. 대충 생각해봐도 비슷한 일을 해서 생애소득을 올릴 기회가 있다면 당연히 회사를 옮기는 꽤 큰 모험을 해 볼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하지만 회사는 쉽게 직접 교육한 인력의 미래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항상 범하며 인력을 잃은 다음 방송국 카메라 앞에서 웅앵거리기를 반복합니다. 또 한국에서 생애주기에 따라 이름이 널리 알려진 회사에 있으면 여러 가지 생활이 편해지는 구간들이 있고 그런 구간을 본격적으로 맞이하기 전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큰 회사를 기웃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규모가 작은 회사 입장에서는 일단 검증되지 않은 인력을 채용해 직접 검증하는 일 자체가 부담스럽습니다. 일하며 겪는 여러 문제 중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바로 사람과 얽힌 문제들인데 이런 문제들은 어떤 때는 서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성장할 계기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감정을 파괴하고 업무를 실패하게 만들며 관련된 여러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잘못된 관계 한 방에 단지 구직자 한 명과 회사 사이의 관계가 파국에 이르는 수준이 아니라 이 사이에 얽힌 여러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회사 규모가 작아질수록 이런 경험이 좀 더 흔한 것처럼 보입니다.

채용 했다가 회사가 판단에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관계를 정리하고 다음 기회를 찾기를 반복할 생각을 한다 하더라도 이 과정에 관여한 사람들은 인간적으로 소모되고 회사 입장에서도 시간과 비용을 감수해야 하며 전체적인 효율 저하를 각오해야 합니다. 이런 실패를 연속으로 겪다 보면 우리들이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고민하기도 하고 차라리 구인에 사용할 자원을 오롯이 개발에 집중해 좀 고되더라도 내부 인력으로 버티는 편이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들 스스로가 아주 큰 성공을 거두지 않는 이상 위에서 설명한 직접 교육해 성장 시킨 인력을 스스로 저평가하는 실수를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한때 신입 직원이었던 분은 스스로의 가치를 자신이 보고 들은 업계 전체의 현실에 비교해볼 테고 회사의 평가에 만족하지 못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시점에 회사가 충분한 평가와 보상을 하지 않는다면 인력을 잃는 것은 필연적인데 이를 알면서도 신입 인력을 채용하고 교육하는 모험을 하는 이유는 우리들 스스로 개발 볼륨 전체를 감당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또 매우 비효율적임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처음부터 교육을 시작해 이 분이 스스로의 저평가된 상태를 깨닫고 회사를 이탈하기까지 기간 안에 최대한 서로를 활용해 서로가 이익을 얻고 예정된 이탈을 맞으며 이제 업계에 또 다른 인맥을 만들어냈음을 기뻐하기를 반복할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문제는 신규 채용과 예정된 이탈 사이 기간을 우리가 얼마나 확보할 수 있나 하는 점입니다. 머릿속으로 상황을 그려 보면 우리가 성공적으로 교육할수록 인력은 더 빨리 성장하고 예정된 이탈 시점이 더 가까워질 수 있고 그 반대라면 예정된 이탈 시점을 뒤로 미룰 수는 있겠지만 애초에 인력을 채용한 근본적인 목표 달성과는 점점 멀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업계에 널리 알려진 어떤 팀은 오랫동안 런칭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 기간 동안에 신입 인력을 지속적으로 충원해 교육하고 업무에 투입하고 성장하고 예정된 이탈을 맞이하는 수순을 밟으며 통칭 아카데미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당장 함께 일할 수 있는 검증된 인력이 늘어났지만 그 회사 입장에서는 이게 뭔 짓인가 싶을 겁니다.

작은 회사 입장에서 신입 인력을 채용하는 결정은 이제 더 이상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서로가 잘 맞는지 또는 맞춰 갈 의지와 에너지가 있는지, 또 적절한 교육을 주고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또 성장에 따라 필연적인 저평가와 예정된 이탈 수순 속에 서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일지 알 수 없는 회사를 감수하는 모험을 해야 하고 또 회사 입장에서는 교육에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고 온보딩에 성공하더라도 예정된 저평가와 이탈 수순을 밟을 그 사이에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할 떼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