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채용 직후 해고하는 일이 벌어질까

22년 하반기에서 2023년도 상반기로 넘어오면서 고용시장이 단단히 얼어붙은 것 같아 보입니다. 물론 여전히 필요한 사람을 구하기는 너무 어렵고 또 한편 일을 구하는 사람은 일이 없는 이상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지만 확실한 것은 양쪽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겁니다. 다른 회사의 여러 프로젝트가 중단되어 사람들이 해고되고 있다는 흉흉한 소식을 직접 듣기도 하고 또 아직 멀쩡한 줄 알았던 프로젝트로부터 이력서 여러 개가 동시에 유통되는 모습을 보면 아직 터지진 않았지만 여기도 조만간 터질 수 있겠다는 짐작을 하기도 합니다.

한편 뉴스에는 종종 입사를 확정한 상태에서 아직 출근하기도 전에 채용이 취소되거나 입사 후 얼마 출근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해고되는 사례가 보도되곤 합니다. 이는 명백히 회사가 인원 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고 인원을 채용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심지어 업계 전체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분위기이니 당장 문제가 없어도 비용을 줄이고 있다는 신호를 내 외부 투자자들을 걱정을 줄이기 위한 목적도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만약 회사가 제대로 된 인력 계획을 수립해 이에 따라 행동한다면 단지 시장에서 비용을 줄이는 분위기라는 사실만으로 해고를 시작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한편 이미 확정된 채용이 취소되는 일이 벌어지는 이유를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번은 어느 프로젝트에 조인하기로 하고 그 회사에 출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월요일에 출근한 그 프로젝트는 같은 주 금요일에 중단됩니다. 알고 보니 회사가 상당한 금전적 어려움에 처해 있었고 이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개발해야 한다고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회사는 떠오르고 있는 모바일 플랫폼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투자자들에게 회사가 미래를 대비하고 있음을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모바일 플랫폼을 목표로 하지 않는 프로젝트를 중단 시키기로 결정합니다.

한편 이 결정은 내 채용이 진행되기 이전에 이미 논의되기 시작한 것 같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채용을 진행했고 채용이 확정될 시점에 프로젝트 중단 역시 확정되었지만 이미 진행된 채용을 취소하기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쉽지 않았겠지만 저 자신 역시 이미 이전 회사에 퇴사를 통보하고 퇴사 과정을 밟은 터라 프로젝트 중단을 미리 알았다 하더라도 퇴사를 반복하기는 아주 어려웠을 겁니다. 결과적으로는 5일만에 프로젝트가 중단된 다음 다시 시작한 모바일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이전 프로젝트에서는 아마 하지 못했을 경험을 하게 되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월요일에 출근한 프로젝트가 금요일에 중단되고 퍼포스 권한이 없어지고 최고 책임자가 팀원들에게 인사를 다니는 광경을 보는 것은 별로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일이 왜 일어날까요? 인력 계획은 프로젝트나 팀 차원에서 수립하지만 프로젝트 전체의 진행 여부는 회사 차원에서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종종 한 회사는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각각의 프로젝트에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고용되어 있습니다. 회사가 프로젝트 각각에 고용된 모든 인원을 제어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프로젝트 각각의 특징이나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회사 관점에서 일률적으로 인력 계획을 수립할 수 없습니다.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회사 차원에서 인력 계획을 수립하면 속도가 느리고 프로젝트 각각의 특징에 맞지도 않아 회사와 프로젝트 양쪽 모두 만족스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웬만한 회사들은 프로젝트 인력 계획을 프로젝트에 위임하고 프로젝트의 요청에 따라 계획을 실행하는 역할만 합니다. 이 말은 근본적으로 회사는 각 프로젝트의 인력 계획을 잘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프로젝트 각각은 자신이 중단될 가능성을 항상 염두하고 있지 않습니다. 언제든 중단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누구도 고용할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프로젝트 각각은 회사가 설정해 둔 최소한의 바운더리 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인력을 채용합니다.

그런데 회사는 처음에 이야기한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인력을 줄여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는데 이 때 회사 입장에서는 스스로 온전한 인력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각 프로젝트의 인력 계획과 진행 상황을 정확히 모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력 계획에 개입할 방법도 없고요. 그래서 보다 쉬운 방법으로 프로젝트 단위로 제어하게 되는데 간단히 유지할 프로젝트와 중단할 프로젝트를 결정해 중단된 프로젝트에 속한 인력을 한 번에 해고하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이런 결정은 프로젝트 내에서 진행 중인 채용을 고려하지 않으므로 채용이 확정됐지만 출근 직전에 채용이 취소되거나 출근은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해고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근본적으로 회사가 인력 관리를 등한시 해서 벌어지는 일이므로 회사를 두둔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 게임 업계 관점에서, 그리고 경험한 바에 따라 이런 시나리오에 따라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이해하고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