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이전에 다른 사람이 글을 읽을 때를 대비해 보기 예쁜 모양으로 만들어 놓는 행동이 업무 역량의 일부를 판단하는 작은 지표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트위터에 쓴 적이 있습니다. 한동안 이 주제를 생각해 보다가 자칫 이런 이야기가 작은 습관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뚜렷하게 작은 습관을 가진 분과 그렇지 않은 분을 구분할 수는 있어 완전히 의미 없는 지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그래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기만 하려고 합니다.

같은 텍스트를 서로 다른 곳에 붙여 넣을 때 어디에 붙여 넣느냐에 따라 서식이 유지될 수도 있고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가령 아웃룩 앱에서 텍스트를 복사해 다른 오피스 앱에 붙여 넣으면 글꼴, 글자 크기, 줄간격 등이 달라집니다. 이를 붙여 넣는 곳의 형식에 맞추거나 붙인 텍스트의 형식에 맞추면 보기에 좋고 또 읽기에도 편합니다. 어떤 분들은 여기에 신경 쓰지만 또 어떤 분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아 멀쩡히 새돋움으로 진행되던 문서 중간에 갑자기 나타난 12포인트짜리 굴림이 나타나면 당황스럽습니다. ‘이걸 붙여 넣고 아무것도 안 했다고?’ 란 생각이 들곤 합니다.

또 서식을 붙여 넣다 보면 블릿포인트나 숫자 목록이 잘 옮겨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여느 마크다운 에디터에서 텍스트를 붙여 지메일이나 노션이나 컨플루언스에 붙여 넣다 보면 블릿포인트나 숫자 목록 대신 마크다운 태그가 그대로 붙기도 하는데 종종 이를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공유되는 메일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사실 내용을 파악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나중에 볼 사람 편하게 정리해 주시면 안될까요’ 하는 생각이 떠돌긴 하지만 이야기할 만한 주제는 아닙니다.

슬랙의 올바른 사용 사례는 이미 다른 채널에 공유된 텍스트를 복사해서 옮기는 대신 그 메시지 주소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아예 다른 워크스페이스나 권한이 제한된 채널로부터 텍스트를 옮길 때는 부득이하게 텍스트를 복사하게 됩니다. 슬랙은 희한하게도 자기 자신으로부터 복사한 텍스트를 붙여 넣어도 형식을 온전히 유지하지 않곤 합니다. 블릿포인트 들여쓰기가 틀리거나 원하지 않는 줄바꿈이 추가되거나 사라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다른 슬랙 채널에서 붙여 넣은 텍스트가 온전한 상태인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여기서도 물론 이런 점을 일절 신경 쓰지 않기도 합니다. 붙여 넣을 때부터 이미 들여쓰기가 포함된 숫자 목록이 완전히 망가져 어느 줄이 어느 줄의 하위에 포함되는 내용인지 알아볼 수 없는 상태이지만 그런 걸 일절 신경 쓰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쯤 되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여기에 그 내용을 잘 숙지하지 않은 사람들을 비난하기라도 하면 아 진짜 과거에 부장님들이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뭐라고 하는 것이 이런 상황인가 싶기도 하고요.

퍼포스를 사용하다 보면 퍼포스 상의 파일 경로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할 때가 있습니다. 퍼포스에는 로컬 리파지토리 경로와 리모트 리파지토리 경로가 서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로컬 리파지토리는 윈도우 기준으로 대략 C:\로 시작되곤 하는 로컬 경로이고 리모트 리파지토리는 //로 시작되는 경로입니다. 전자는 내 기계에서만 유효합니다. 종종 같은 위치에 리파지토리를 다운로드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자리에서도 동작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윈도우 도큐먼트 디렉토리 하위에 다운로드 했다면 로컬 리파지토리 경로는 사람들마다 항상 다릅니다.

리모트 리파지토리 경로는 퍼포스 클라이언트의 주소 표시줄에 붙여 넣으면 리파지토리 트리에 하이라이트 되고 모든 사람의 경로가 같아 다른 사람에게 경로를 알려줄 때는 리모트 리파지토리 경로를 알려줘야 합니다. 하지만 몇 년에 걸쳐 항상, 그리고 영원히 로컬 리파지토리 경로를 건네 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가장 난처할 때는 로컬 리파지토리 경로가 사람들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로컬 리파지토리 경로 앞부분을 떼내고 \ 문자로 시작하는 전체 경로의 일부분만 줄 때입니다.분명 보내는 사람은 나름 나를 배려한다고 뭔가를 했는데 그게 실제로는 퍼포스 클라이언트에서 로컬 리파지토리 탭으로 옮겨 주소표시줄에 나타난 경로 중 앞부분을 복사해 건네 받은 경로 앞부분에 붙여 사용해야 해 오히려 더 귀찮아졌습니다. 한편으로는 이쯤 되면 형상관리도구의 특징에 대한 교육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모든 사람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이들을 구분해서 건네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차이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별 것 아닌 걸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다만 어떤 행동을 할 때 이 행동의 대상이 될 사람의 편의를 생각해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여전히 이건 별 것 아닌 걸로 예민하게 구는 사람의 불만 뿐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