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개인의 성장

회사에서 개인의 성장에 대한 떡밥이 타임라인을 스치고 지나간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지난번 지속 가능한 크런치? 때처럼 일부러 이야기들이 타임라인을 스쳐 좀 지나가게 놔 둔 다음 회사에서 개인의 성장이란 무엇일지, 성장을 위해 무엇을 제공해야 할 지, 또 전통적인 성장 지원이 지금도 의미 있는지 같은 주제들을 두서 없이 생각해봤습니다. 미리 오리발을 내밀어 두자면 성장에 대한 관점은 사람들마다 모두 다를 수 있으며 이 글은 여러 생각 중 하나 정도의 의미만 있습니다.

한번은 큰 회사에 입사해 하루 짜리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받을 일이 있었습니다. 외부 강사를 초빙해 회사 생활을 하는 우리들의 자세 비슷한 주제에 대한 강좌를 받았는데 시작하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회사에서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와 비슷한 질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필 시력이 안 좋아 맨 앞자리에 앉은 제가 질문을 받았는데 잠깐 생각해보다가 대답으로 아무말 하고 말았습니다. 회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이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한다는 의미의 비슷한 답변을 했던 것 같습니다. 강사는 이런 아무말에도 불구하고 능숙하게 이전에 이런 강의를 들은 적이 있냐고 물으며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는데 지금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크게 틀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세상에서 나에게 좆같이 구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어지간하면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함은 당연하지만 한편으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기왕이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잘 지내면 일도 잘 되고 또 돈도 벌 수 있을 테니 그리 나쁜 제안이 아닙니다. 한편 이런 과정에서 기왕이면 자아의 발견이나 개인적 성장 같은 단순히 맡은 바 업무를 수행해 내는 것 이상의 뭔가를 달성할 수 있다면 굳이 이를 거부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다못해 하던 일이 엎어지더라도 이미 나는 이 일에 해당하는 돈을 받았거나 받을 예정이고 다음에 같은 일을 할 수도 있는 나는 이전보다 나은 내가 될 수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큰 회사에서는 회사가 개개인들의 발전을 위해 일정 수준 신경 써 줬습니다. 한동안 큰 회사에 있었는데 위에 설명한 외부 강사를 초빙한 오리엔테이션을 비롯해서 한 해 동안 이수해야 하는 외부 강좌 수를 정해 놓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강좌를 선택해 듣게 하거나 별도의 직급교육이나 승진자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고 도서 대여 시스템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처음 큰 회사에 갔을 때는 이런 교육에 의해 작은 회사와 큰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역량이 서서히 차이 나게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교육을 제공하는 큰 회사에 다니며 개인의 업무 역량 역시 발전하기를 기대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런 교육은 교육 자체로써는 의미 있었지만 업무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전통적인 교육은 우리가 실제로 수행할 업무와는 거리가 있었고 교육을 통해 우리에게 주입하려는 관점이나 회사에 대한 자세 같은 것은 썩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습니다. 또한 우리가 일하는데 직접적으로 필요한 학문은 교육을 통해 얻을 수가 없었는데 마치 아무리 해도 포트폴리오 준비는 똑같이 어려운 상황과 비슷했습니다. 일하는데 직접적으로 필요한 지식은 실제 업무를 통해 얻었고 업무 역량은 실제 업무를 통해 가장 많이 발전했습니다.

이후 작은 팀에서 일하며 큰 회사가 줄 수 있는 것과 작은 회사가 줄 수 있는 업무 역량의 발전 기회가 서로 약간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큰 회사가 위에 설명한 것처럼 직접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했고 또 실제 업무를 통해 발전하되 큰 회사 특유의 높은 업무 강도를 통해 업무 역량이 발전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반면 작은 회사에서는 상대적으로 소프트스킬을 비롯해 팀을 유지보수하는 역량이 발전할 기회가 더 많았습니다. 큰 회사에서는 여간해서 일어나지 않을 만한 인간적인 문제가 작은 조직에서는 훨씬 더 자주, 많이 일어나곤 했거든요. 이 모든 경험이 미래에 일하는데 여러 관점에서 도움을 주었고 어느 한 쪽이 더 좋거나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회사를 학원처럼 여기고 업무 외에 개인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올바른지에 대한 이야기가 지나가고 한편으로는 현대에는 회사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기보다는 개인이 ‘알아서 성장’하기를 기대 받는 환경 속에서 개인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나가는 것을 보며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이건 전통적인 회사 관점에서 바라본 개인의 성장과 현대에 일을 시작하신 분들이 생각하시는 성장의 관점이 서로 달라서 나온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과거로 꽤 돌아가 보면 위에 큰 회사 사례처럼 회사가 직접 교육의 형태로 성장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전통적인 교육은 개개인이 업무에 적용할 만한 의미를 주지 못했습니다. 결국 개개인의 업무 역량이 발전하려면 실제 업무를 통할 수밖에 없습니다. 큰 회사가 주는 업무 경험은 큰 회사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작은 회사에서는 직접적인 교육을 제공하지는 않았지만 이전과는 상당히 다른 경험을 통한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경험은 사람에 따라 다를 겁니다.

현대에 일을 시작하시는 분들 관점에서 성장의 의미는 회사에서 일하는 이유 중 하나인 업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한 성장과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한 조직은 더 나은 조직으로 이동하기 위한 발판으로써 의미가 강하다고 느꼈습니다. 여기서 회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와 더 낮은 사회적 지위를 제공하는 조직에서 경험을 쌓아 성장해 더 나은 보수와 지위를 제공하는 조직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각 조직은 다음 조직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개인의 성장을 제공해야 하는 곳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회사가 개인의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는 곧이곧대로 교육을 제공하거나 업계에 가장 힙한 기술을 사용해 볼 기회를 얻고 업무 종료 후 시간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가깝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관점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결국 더 잘 해야 하는 이유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 받고 또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더 높은 보수와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제공하는 조직으로 이동하길 원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회사의 존재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혼자서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여러 사람들이 모여 달성하고 이를 통해 돈을 받아 개개인의 생계를 유지하는 곳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목표를 달성하는 부분입니다. 만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그 다음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개개인이 성장해 목표를 더 잘 달성할 수 있게 되면 이 결과 역시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회사가 제공하는 개개인의 성장 기회는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교육은 빠르게 변하는 업무를 반영하지 못합니다. 물론 의미가 없다는 의미는 전혀 아닙니다. 우리들이 여전히 전통적인 자기계발서를 찾는 이유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겁니다. 회사에서 개인의 성장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을 통해 이 목표를 더 잘 달성하거나 더 큰 목표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과 결과 자체가 개인의 성장으로 나타납니다. 만약 한 조직이 다음 조직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특정한 형태의 성장을 제공해야 한다면 이런 형태의 성장은 회사보다는 학원이 더 잘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성장은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성장에 의한 개인의 결과를 명확히 정의한 다음에 이야기해야 합니다. 전통적인 성장, 회사 안에서 공동의 목표를 더 잘 수행하기 위한 성장, 그리고 다음 조직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성장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성장 기회는 주로 큰 조직에서, 공동의 목표를 더 잘 수행하기 위한 성장은 정상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직이라면 어디서나, 마지막으로 다음 조직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성장은 개인 차원 또는 학원에서 기회를 가장 많이 얻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