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firefoX Great Again

아주 오래된 영화 공각기동대 초반 부분에서 출동하던 소령과 토구사가 대화를 나눕니다. 이 시대의 설정 상 소령은 전신을 의체화 한 사이보그로 같은 사이보그들이 근무하는 공안 9과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토구사는 최근 소령에 의해 본청에서 차출 되어 공안 9과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출동하던 도중 토구사가 소령에게 질문합니다. 이전부터 묻고 싶었는데 왜 나 같은 사람을 공안으로 데려왔느냐는 겁니다. 질문에 ‘왜 나 같은 남자를 데려왔느냐’고 묻자 소령은 ‘네가 그런 남자이기 때문이다’라고 답해 토구사의 의문을 자아냅니다.

이어지는 답변은 대략 사이보그들 만으로 구성된 조직은 조직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때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하물며 기계도 그런 치명적인 상황에 취약한데 사람 또한 마찬가지여서 사이보그만으로 조직된 공안 9과는 이들이 출동해야 할 상황에 강한 면모를 보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 이들이 취약한 어떤 문제가 발생할 때 단 한 번에 무너질 수 있어 기존 조직과는 다른 사람을 포함 시켜 미래에 발생할 지도 모르는 문제에 좀 더 수월하게 대응하려는 의도입니다.

이 말은 멋있고 또 옳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실천하기는 상당히 어려운데 팀에 채용을 진행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우리들과 비슷한 사람을 채용하기를 반복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우리들이 한번에 망가질 만한 위기가 찾아오지는 않아 왔지만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조직은 외부 환경에 취약한 면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네가 그런 남자이기 때문이야.

하지만 작은 조직 단위에서 이런 위험에 대응하려면 생각보다 큰 비용이 필요합니다. 조직이 작을 수록 조직의 다양성을 달성할 가능성이 더 높지만 그런 개개인이 만나 작은 조직에서 시너지를 발휘하는 단계에 도달하기는 큰 조직에 비해 훨씬 어렵습니다. 조직이 크고 사람이 더 많다면 적당히 희석되었을 지도 모르는 개개인의 뾰족함이 조직이 작을 수록 더 강하게 드러나 다양성을 취하려던 순진한 조직을 근본부터 망가뜨릴 수도 있습니다. 이전에 내가 믿던 세계의 붕괴에서 소개한 사례 역시 우리가 더 큰 조직이어서 생각이 다른 개인을 전체 조직의 평균에 포함 시키는 수준으로 온보딩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면 애초에 목표한 다양성을 달성할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모질라의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는 한때 인터넷에 아주 큰 영향을 끼쳐 왔던 것 같습니다. 한국어 위키백과의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문서를 통해 찾아 간 StatCounter의 브라우저 통계를 보면 집계를 시작한 2009년 무렵에는 거의 30%에 육박했습니다. 이 시대에는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세계를 지배하던 시대였고 막 구글 크롬이라는 새로운 브라우저가 등장한 시대였는데 몇 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바뀝니다. 이후 지속적으로 점유율이 감소해 2015년 경에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보다 점유율이 낮아졌고 현대에는 거의 삼성 인터넷과 비슷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대에 웹 브라우저를 거의 독점한 크롬과 사파리를 제외한 나머지 웹 브라우저들은 차트에 존재를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를 사용하시는 분들께 좋은 인상을 남기기는 어렵겠지만 개인적으로 현대의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는 어지간한 웹사이트가 별 문제 없이 동작하기를 원하는 사용자나 다양한 익스텐션을 효과적으로 적용하기를 원하는 사용자, 또 여러 기계를 사용하며 이들 사이에 연결된 경험을 원하는 사용자들 모두로부터 별 장점을 가지지 않는 것 같아 보입니다. 물론 여전히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기능과 특정 웹사이트를 컨테이닝 할 수 있는 익스텐션은 파이어폭스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들 대부분은 사실 개인정보의 중요성과 이를 보호하기 위해 이전의 익숙한 습관을 바꾸는데 상당히 인색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강력한 익스텐션은 크로미움 기반의 크롬과 엣지, 다양한 기계 사이에 연결된 경험에는 사파리 같은 확실한 강자가 있는 상황에서 잘 와 닿지 않고 또 겉보기에는 작아 보이는 목표를 위해 습관 전체를 바꾸는 결정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웹 브라우저 한 가지가 전체의 70%를 넘겨 사용되고 웹 브라우저 제작사 스스로가 현대 우리들의 일상을 영위하게 만드는 다양한 웹 서비스를 제작하는 곳인 상황은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지금 확보한 엄청난 웹 브라우저 제어 권한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 힘듭니다. 정확한 사례를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종종 구글 서비스들이 다른 브라우저에게 평화롭게 동작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런 상황은 웹 전문가 분들로부터 어뷰징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모습을 종종 봐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그게 얼마나 대단한 줄 모르고 그냥 날려 버린 웹 브라우저에 대한 강력한 통제 권한은 인터넷에서 태어나고 자란 구글에게는 그 강력함이 잘 파악된 것 같아 보입니다. 현대의 치열한 웹 서비스 경쟁 속에서 손쉬운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웹 브라우저 통제 권한에 손을 대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공각기동대의 한 장면은 모두가 똑같은 사람일 때, 모두가 똑같은 시스템을 사용할 때, 시스템이 똑같은 구성요소로 가득 차 있을 때 작은 위협 요소 만으로도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웹 브라우저 역시 이런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위에서 구글이 종종 웹 브라우저 통제 권한을 남용하는 것 같아 보인다고 이야기 했지만 만약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면 크롬 브라우저는 순식간에 70%를 넘는 점유율에 기반해 웹 브라우저가 아니라 구글 서비스 클라이언트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 시점에 우리들의 삶을 영위하게 만드는 온갖 서비스들은 이미 다른 브라우저에서 편안하게 동작하지 않고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한 선택권을 활용할 때 삶을 영위하게 해 주던 서비스들이 더 이상 동작하지 않게 바뀐 현실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웹 브라우저 역시 점유율의 많고 적음에 관계 없이 여러 선택권이 필요하고 각 선택이 유의미한 힘을 가지고 있어 절대적인 통제 권한을 가진 개인이나 회사가 이를 남용하지 않는 압력으로 작용하는 상태가 바람직합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별로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23년 여름 현재 들리는 바에 의하면 파이어폭스 브라우저 제작사는 직원들을 해고하고 있다고 알려졌고 거의 유일하게 의미 있는 돈을 벌어들이는 방법이던 구글을 기본 검색엔진으로 제공하는 계약 역시 그 의미가 퇴색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반독점 상태를 방어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파이어폭스를 활용해 온 것 같지만 지금은 파이어폭스 브라우저 외에도 최소한의 점유율을 유지한 다른 웹 브라우저들이 있어 지금 처럼 파이어폭스와 계약을 지속할 필요는합니다.훨씬 줄어들었다고 생각.

하지만 이 역사와 전통의 웹 브라우저가 그저 한 자릿수 점유율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을 그대로 두고 결국 한 회사가 웹 브라우저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웹 브라우저가 구글 서비스 클라이언트 화 되는 상황을 지켜 보기만 해야 할까요? 방법이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의 Make Elon’s twitter Great Again에 이어 2023년 여름 현재 어떤 인터넷 서비스에 일어난 일에 집중해 파이어폭스 브라우저가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고 절대적인 웹 브라우저 통제 권한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며 나아가 새로운 고객을 만나고 새로운 역할을 부여 받을 가능성을 소개하겠습니다.

Make firefoX Great Again. 시작합니다.

이 이야기는 지난번에 공유한 Make Elon’s twitter Great Again과 비슷한 톤 앤 매너로 작성한 것입니다. 물론 이야기를 하는 내내 지금 진지하게 이야기 하고 있으며 전혀 농담이 아니라고 주장할 생각이지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러 주체들을 놀리거나 비하하거나 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미리 강조해 둡니다. 그저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속하려면 물리적으로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당장 어디서 만들어낼 수 있을 지에 집중하다 보니 시야가 좁아져 이런 말을 할 수도 있다는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X(구 트위터)는 지금까지 서비스를 정의하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벗어나 위챗 같은 수퍼 앱으로 거듭나려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X(구 트위터)를 사용해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팔로우 해서 타임라인을 구축하고 스스로도 현재의 생각과 주변의 사건, 여러 상황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며 다른 사람들의 타임라인을 구축하는데 기여해 왔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팔로우 또는 구독해 자신의 타임라인을 구축하는 행동은 구독한 사람들을 신뢰하는 방법을 통해 자신이 읽을 컨텐츠를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사람들 사이에 정보가 전달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꿉니다. 이제 이전까지의 정보 전달 방법을 초월해 정보 이외에 재화, 용역 등 다양한 뭔가를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수퍼 앱 또는 종합 플랫폼으로 발전하려고 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퍼 앱들이 그런 것처럼 다양한 웹 기반의 기능을 일론님의 의도 대로 수용하고 연결하고 또 다양한 상황과 요구 사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웹 서비스 자체 뿐 아니라 이를 사용자들의 클라이언트에 실체화 해 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웹 브라우저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일론님 스스로도 필요하다면 웹 브라우저 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만들 의지도 있다고 이야기 했는데 현실적으로 완전히 성숙한 시장인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2007년에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할 때도 이미 스마트폰 시장은 완전히 성숙했다고 평가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속단 하기는 이릅니다.

하지만 발뮤다 같은 회사가 만만하게 보고 진입했다가 회사에 큰 피해를 입힌 것처럼 현대에 명확한 목표와 기술 없이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반면에 웹 브라우저는 스마트폰 하드웨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을 수 있습니다. 시장에는 이미 다양한 웹 브라우저가 있고 라이선스를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누구나 완전히 구축된 코드 기반 위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의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는 마침 이름 철자에 X가 들어간 김에 나머지 철자를 드랍 하고 브라우저 이름을 X로 바꿔야 합니다. 일론님이 완전히 바닥부터 웹 브라우저를 구축하는 무모한 시도를 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미 시장에서 사용 중이고 접근 가능한 웹 브라우저에 기반해 시작하면 바닥부터 시작할 때에 비해 훨씬 빨리 원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고 지난 수 십 년 동안 이루어진 인터넷 발전의 역사를 하나하나 반복할 필요 없이 작은 노력과 무리하지 않은 돈으로 현대 인터넷 역사에 바로 뛰어들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는 지난 수 십 년 동안의 역사를 통해 발전해 왔고 현대에 역사와 전통을 갖춘 브라우저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파이어폭스 브라우저 철자에 X를 남긴 나머지를 드랍 하고 일론님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는 지금부터 우리 브라우저 이름을 X라고 하기로 했다'고 말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제 새로운 브라우저 X(구 파이어폭스)는 일론님의 요구 사항에 맞게 커스텀 될 웹 브라우저 기반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는 X의 매력을 통해 일론님의 정상적인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어 마이크로소프트처럼 크로미움 기반으로 시작할 수 있을 여지에도 불구하고 새 브라우저의 이름이 가지는 압도적인 매력과 무한한 가능성을 통해 X(구 트위터)를 고객들의 기계에 실체화 하는 기반이 될 웹 브라우저에 X(구 파이어폭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들 겁니다. 물론 이름 뿐 아니라 테마 색상이나 아이콘에 들어간 특정 동물을 교체해야 하겠지만 새 로고는 만들기가 아주 쉬워 작업이 어렵지 않을 겁니다.

아직 X(구 파이어폭스)는 구글로부터 기본 검색엔진을 유지하는 계약을 통해 가장 의미 있는 수익을 창출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독점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점차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퍼 앱을 구성할 모든 웹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실체화 하게 될 웹 브라우저로써 입지를 차지하면 슬슬 검색엔진 독점 계약을 마무리하려던 생각을 다시 검토해야만 할 겁니다. 만약 기본 검색엔진 제공 계약을 끝내면 이제 X(구 파이어폭스)는 X(구 트위터)의 강력한 통제 하에 놓여 근미래에 X(구 트위터)를 구성할 다양한 서비스의 기반이 될 겁니다.

가령 2023년 여름 현재 X(구 트위터)는 곧 영상통화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발표했는데 수퍼 앱이 되기 위한 첫 단계로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같은 일방향 미디어 뿐 아니라 양방향 비디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어서 재화와 용역을 전송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개편될 텐데 여기에는 강력한 클라이언트 기반이 필요합니다. 만약 구글이 여기서 X(구 파이어폭스)와 계약을 끝내면 X(구 파이어폭스)는 X(구 트위터)에 탑재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검색엔진, 새로운 영상통화 시스템, 새로운 재화 전달 서비스의 기반이 될 것이며 이 상황을 통제하거나 견제할 방법을 완전히 잃게 됩니다.

현대 인터넷의 역사와 전통을 만들어 낸 온갖 역사적인 풍파를 정면으로 돌파해 온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는 고객들에게 과금하는 등의 현실성 없는 유료화 모델을 고민하는 대신 브라우저 이름에 철자 몇 개를 제거하는 것 만으로 적어도 두 회사로부터 이 웹 브라우저의 통제 권한을 어떻게 보유, 유지, 그리고 견제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입장이 될 수 있습니다.

Make firefoX Great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