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블로그는 긴 글 공유에 적합하지 않을 것 같음

지난번 버퍼를 오토메이션으로 대신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일주일에 다섯 번 씩 블로그 글트위터마스토돈에 공유하는 실험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미리 글을 작성해 버퍼라는 서비스를 통해 스케줄을 설정해 놓으면 신경 쓰지 않아도 스케줄에 따라 일주일에 다섯 번 글을 공유합니다. 최근 버퍼가 마스토돈을 지원하지 않아 처리 방법을 고민하다가 버퍼 서비스 사용을 중단하고 아이폰 오토메이션을 만들어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현대에 글을 작성하는 일 자체가 의미 있는지, 그리고 트위터나 마스토돈같은 마이크로블로깅 서비스를 통해 블로그 글을 공유하는 행동에도 의미가 있기는 한지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블로그의 긴 글을 마이크로블로그를 통해 공유하는 일은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이는 현대에 더 이상 아무도 글을 읽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대에 글은 이전 빽빽한 글의 용도를 통해 설명한 대로 사이트를 장식하는 용도로 더 자주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글을 읽는 사람들은 전통적인 블로그 스타일의 긴 글 보다는 마이크로블로그를 통해 포스트 여러 조각으로 나뉜 글을 읽는데 더 익숙한 것 같아 보입니다.

트위터를 통해 블로그 글을 공유하면 효과가 어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타임라인에서 블로그 글 공유 포스트를 본 사람들의 1% 미만이 링크를 따라 이동합니다. 이 분들 일부가 글이 있는 페이지에 도달하는데 여기 도달하지 못하는 분들은 로딩을 기다리지 않았을 거라고 추측합니다. 페이지에 도달한 분들 대부분은 첫 문단 일부를 읽다가 스크롤을 맨 아래까지 내린 다음 창을 닫습니다. 맨 처음 트위터 포스트를 본 사람들 중 극히 일부가 글을 훑으며 시간을 쓰는데 이 분들은 트위터 포스트가 노출된 전체 횟수에 비해 많이 작습니다. 거의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입니다.

다른 유입 경로에는 구글 검색이 있습니다. 구글 검색은 안정적으로 방문자를 유입 시켜 주지만 극히 일부 키워드로 제한됩니다. 진지하게 뭔가가 궁금해서 구글에 검색어를 입력한 사람이 빽빽한 글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저 자신부터 검색 결과에 나타난 블로그 글에는 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겁니다. 애초에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는데 성공했다면 구글까지는 가지도 않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현대에는 긴 글을 작성하고 이를 전달하는 일 자체가 별 의미 없다는 점과 마이크로블로그는 링크를 통해 글을 전달하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일단 링크를 포함한 포스트 자체는 팔로어들의 타임라인에 도달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를 떠나게 만드는 링크는 1% 미만의 클릭을 보입니다. 그나마 링크를 통해 글을 읽는 소수의 사람들은 글을 읽고 반응하기 보다는 글을 읽은 데서 끝납니다. 트위터 기준으로 리트윗 같은 적극적인 반응이 일어나지 않으며 글은 팔로어들의 타임라인에 나타나는 수준에 머무릅니다.

마이크로블로그 사용자들이 링크에 반응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링크를 타고 이동하면 방금까지 사용하던 마이크로블로그를 떠나야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이크로블로그 자체에 작성된 글은 여러 포스트에 걸친 긴 글이라도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를 떠날 필요가 없고 글을 읽는 동안 언제라도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따라 이동할 수 있지만 브라우저를 통해 글을 열면 다시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로 돌아와야 합니다. 만약 마이크로블로그 사용자들이 다른 서비스로 이동했다가 다시 돌아오는데 문제가 없었다면 트위터가 직접 이미지와 동영상을 서비스할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초기 트위터는 오직 텍스트만 서빙했기 때문에 그림과 영상을 외부 서비스에 올린 다음 링크하곤 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트위터는 이 기능을 포함했고 이로써 트위터를 떠나지 않고서도 미디어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뇌내망상을 통한 결론. 트위터를 포함한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는 링크를 통해 긴 글을 공유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일단 마이크로블로그 사용자들은 서비스를 떠나게 만드는 링크를 선호하지 않는 것 같아 보입니다. 현대에 긴 글 모양의 컨텐츠를 선호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검색은 영상을 위주로 시작되며 구글에서도 긴 글은 궁금함을 직접 해소해주지 못해 기피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