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레스 대신 고스트를 사용하기로 결정

2022년 여름에 글 쓰는 날을 시작하고 거의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몇 년에 걸쳐 아무 것도 쓸 수 없는 상태였다가 상태가 좀 호전되며 갑자기 글을 쓸 수 있게 된 이 상태를 잘 활용해 최대한 생각을 글로 적어 두면 미래에 닥쳐 올 지도 모르는 글을 다시 못 쓰는 상황을 조금 더 잘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거의 1년 가까이 주중에 트위터마스토돈을 통해 매 평일마다 한 주에 다섯 번 어떤 주제로든 글을 공유하는 실험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글을 마구 쏟아내는 행동이 나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기왕에 머리 속에 들어 있던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모양으로 만든 마당에 이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좀 더 보기 편한 모양으로 인터넷에 게시해 놓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들의 행동을 살펴보니 컨플루언스 위키로 만들어 놓은 웹사이트는 글을 읽는 사람들을 전혀 붙잡아 두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위키 모양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블로그 모양으로 글을 공유한다면 사람들이 글을 읽고 스크롤을 내려 다른 글을 좀 더 살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사람들이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 게임디자인 관련 글을 워드프레스를 사용해 게임디자인 블로그에 게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애초에 2023년 봄 현재 기준의 요즘 세상에 멀쩡한 비디오 대신 글을 찾아 읽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지만 그나마 다른 사람이 인터넷에 쓴 글을 읽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컨플루언스 위키에 글을 올릴 때에 비해 블로그 모양의 웹사이트에 조금 더 오래 머무르는 경향을 보였고 이 실험은 나름의 성과를 얻었습니다.

한편 블로그 모양으로 글을 공유하더라도 어느 플랫폼에 속하지 않은 독립된 웹사이트인 이상 이런 웹사이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어떤 플랫폼에든 광고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중 하나는 구글 검색에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컨플루언스 클라우드는 구글 검색을 거절하고 이를 변경할 수 없었기 때문에 별도의 귀찮은 작업을 통해 구글 검색에 노출시키는데 성공했지만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구글에 검색어를 입력하는 사람들은 당장 지금 닥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튜토리얼 스타일의 페이지에 더 관심이 있었고 생각을 글로 표현한 어떤 의견은 별로 관심이 없었고요.

한편 위에 언급한 트위터나 마스토돈을 통한 광고는 구글만큼 큰 실패를 거두지는 않았는데 어느 정도 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예 구글캘린더를 만들어 글 공유 일정을 공개하고 여기 맞춰 트위터와 마스토돈에 글을 자동으로 공유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었는데 2023년 봄 현재 트위터에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 트위터를 통한 광고에 한계가 가까워온다는 판단을 하기 시작합니다. 2022년 겨울에 비해 현재 마스토돈은 그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마스토돈 인스턴스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배운 점은 어딘가 텍스트로 계속해서 떠들 장소가 필요하다는 것과 그것이 굳이 트위터일 필요하는 없다는 것입니다.

운영 주체의 정책 변경에 따라 이리 저리 흔들리는 댓가를 치르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떠드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내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를 통해 보다 적은 사람들에게 내 떠드는 모습을 보이는 것 사이에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면 후자를 선택할 겁니다. 그러면서 마스토돈은 여전히 스스로 관리할 수 있으니 글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유지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트위터에 대한 의존은 없애기로 결정합니다. 말이 길었는데 매일 글 공유를 마스토돈에만 유지하고 트위터는 준비가 되면 멈추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구글 검색보다 관심을 더 끌 수 있고 또 트위터에 의존하지 않는 글 배포 방법이 필요했는데 이 상황에서 실험해볼 수 있는 방법이 메일링 리스트였습니다. 사실 메일링 리스트는 1990년대 후반에 유행했던 것 같은 느낌인데 거의 30년이 지나서 다시 인기 있는 방법이 된 점은 한편으론 재미있기도 합니다. 한때 메일은 스팸에 의해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지만 여전히 인터넷 상에서 인증의 근본적인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꽤 괜찮은 글 전달 도구로 동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태까지 글을 블로그 모양으로 공유하는데 사용하던 워드프레스 블로그는 메일링 리스트를 운영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했지만 플러그인을 사용하려면 워드프레스 비즈니스 서브스크립션을 구독해야 했는데 이는 가격이 상당히 높아 지금처럼 글을 쓰고 공유하는 실험을 거듭하는 입장에서 매달 지출하기에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또한 플러그인 모양이어서 메일링 리스트를 영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웠습니다. 단순히 글을 쓰고 공개하는 거라면 중간에 솔루션을 바꾸거나 도메인이나 주소를 바꿔도 어떻게든 커버할 수 있지만 구독자들의 개인정보인 이메일을 수집해 서비스를 시작하면 솔루션을 바꿀 결정을 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기에 워드프레스 네이티브 기능이 아닌 플러그인 모양의 기능을 사용해야 하는 점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찾아보니 요즘 세상에는 고스트라는 도구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고스트는 CMS 관점에서 워드프레스에 비해 상당히 많이 열화된 도구인데 밝은 면을 보면 여러 사람이 한 사이트에 글을 작성하고 블로그, 페이지, 태그 정도의 핵심 기능만 갖춘 단순하고 가벼운 도구입니다. 물론 어두운 면을 보면 워드프레스를 복잡하게 만들던 컨텐츠가 아주 많은 상황에서 관리 방법을 제공하거나 커스터마이징에 한계가 극명하다는 단점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단순하고 가벼운 도구라는 점에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또한 메일링 리스트를 네이티브로 지원하는 점 역시 마음에 듭니다. 애초에 CMS로써는 워드프레스의 열화판에 가깝지만 메일링 리스트를 직접 운용할 수 있는 점에서는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사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지만 메일링 리스트를 유료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지는 않았습니다.

장기적으로 메일링 리스트를 운영한다면 꽤 괜찮은 선택이라고 판단해 이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금은 워드프레스 서브스크립션 종료 전까지 워드프레스에서 고스트로 마이그레이션을 천천히 진행하는 중인데 여느 마이그레이션이 다 그렇듯 광고와 실제 동작이 크게 다른 편입니다. 그래서 마이그레이션 도중 일어난 일과 기억해둘 만한 일을 다른 글을 통해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