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 앱 게임 아닐까?

이전에 멀티 유틸리티 토큰 모델, NFT화된 인게임 자원과 법률 준수, 그리고 크립토 게임의 법률 및 플랫폼 정책에 따른 설계 과제 같은 생각을 하면서 전통적인 게임 경제에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토큰을 도입하는 것은 재미있기도 하고 또 도전적인 과제임과 동시에 약간은 모호한 법률을 위반할 소지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법률 상 블록체인에 기반한 토큰을 도입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지는 않고 있지만 경품을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법률의 해석에 따라 약관 상 소유권이 사용자에게 있는 데이터가 발생하는 특징을 경품으로 해석해 법률을 위반하게 됩니다. 그래서 게임에 블록체인에 기반한 토큰을 도입하려 한다면 게임 안으로는 인게임 경제가 게임 외부의 경제 여건 변화에 따라 쉽게 고장 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하는 과제가 있고 또 게임 밖으로는 이런 경제 체계를 도입한 게임을 정상적으로 서비스 하기 위한 법률적 대비가 필요합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이마트24 앱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기능에 충실했던 것으로 알려진 기존 앱을 크게 고쳐 앱을 게임처럼 만들어 목적이 불확실한 상태에서도 앱을 실행해 보는 습관을 만들고 이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며 보상의 일부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활용할 수도 있게 만든 점이 특징입니다. 여러 서비스의 게임화는 딱히 새로운 주제가 아닙니다. 소셜 미디어가 사용자들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시간을 들여 컨텐츠를 생산하게 만들고 사용자들 사이의 연결에 대한 압력을 가해 서비스 체류 시간을 길게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더 이상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 않게 된 지 적어도 10년 이상이 지났습니다. 또한 스트라바 같은 서비스는 사용자들의 운동 기록에 대해 적극적인 업적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으며 애플 같은 회사들도 늦었지만 굉장히 빠르게 게임화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이마트 앱을 둘러보다가 약간 신경 쓰이는 석연찮은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전통적인 게임 업계에서는 2천년대 초반 바다이야기로 유명해진 경품을 제공하는 게임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켜 이후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이벤트를 통해 제공할 경품 액수에 제한이 있을 뿐 아니라 이벤트가 아닌 인게임 시스템 자체에서 제공한 보상을 실제 세계의 재화로 교환하는 행동 자체가 금지되었습니다. 그래서 종종 게임을 통해 실제 세계의 재화를 교환할 수 있는 게임에 대해 게임의 내용이나 구조에 관계 없이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아 도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법률에서 규정하는 사행성의 정의와 흔히 생각하는 도박의 정의는 서로 상당히 다르며 해석의 범위에 따라 아무 게임이라도 도박의 범주에 넣을 수 있기도 하고 반대로 전통적인 도박 산업에 흔한 게임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도 도박이라고 부를 수 없기도 합니다. 쉽게 정의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마트 앱은 애초에 보도자료에서부터 앱에 탑제된 미니게임을 통해 획득한 재화를 오프라인 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앱을 통해 NFT 증서를 구입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의 거래에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NFT를 실제로 구입해보지는 않았는데 NFT의 형태를 띠고 있다면 높은 확률로 사용자의 지갑에 할당되는 형태일 겁니다. 전통적으로 서비스로부터 권한을 구입하더라도 권한의 증명과 유지관리에 대한 기술적인 책임을 서비스 제공자가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NFT는 권한의 증명은 비대칭 키 알고리즘을 통해, 그리고 유지관리에 대한 기술적 책임은 이 NFT가 발행된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합니다. 때문에 앱으로부터 구입한 NFT의 소유권은 사용자에게 귀속됩니다.

이런 구성은 우리가 실제 세계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경험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오프라인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받으면 그 물건에 대한 소유권은 구매자에게 귀속됩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가게나 이마트 앱 대신 같은 자리에 게임을 집어넣으면 이 행동은 불법입니다. 게임에서는 돈을 내고 뭔가를 구입하더라도 이 구입한 대상에 대한 소유권이 사용자에게 이전되면 경품으로 해석되어 법률을 위반하게 됩니다. 그래서 게임으로부터 구입한 뭔가는 약관 상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고 사용권을 획득하기만 합니다. 인게임에서 이를 사용하는데는 이 차이가 전혀 드러나지 않지만 블록체인처럼 게임의 통제를 넘어선 장소에서 재산권을 행사하려고 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사용자가 돈을 지불하고 사용권을 획득했지만 게[임 바깥으로는 권한을 전혀 행사할 수가 없습니다.

이마트 앱은 게임이 아닙니다. 이제는 별로 새롭지도 않은 게임화 조류를 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앱 내부의 소위 ‘미니게임’이나 플레이를 통해 보상을 획득하는 메커닉을 고려하면 이 앱을 게임이 아니라고 해석해 지금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은 전통적인 게임 산업이 받고 있는 규제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만듭니다. 만약 전통적인 게임 업계에서 게임처럼 보이지만 게임이 아닌 외부 기능을 탑재하고 게임이 아닌 카테고리에 앱을 출시한 다음 처음에 소개한 규제를 무시한다면 이마트 앱과 같이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이 맞을까요? 아니면 규제를 받아야 할까요?

결과가 궁금하지만 이는 제가 판단할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여러 모로 게임의 특징을 가지고 있고 게임처럼 보이지만 게임은 아닌 앱이 전통적인 게임 업계가 받는 규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행동을 하는 모습은 우리들이 받고 있는 규제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