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소유와 분할소유 사이의 감정

현실 세계에서 물건을 소유하는 개념을 생각해봅시다. 지금 제 전 재산 뿐만 아니라 미래의 수입 일부까지 저당 잡는 신용카드라는 마법의 도구를 사용해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어깨를 당당히 편 다음 외향인들이 판치는 애플스토어에 걸어 들어가 아이폰을 구매할 작정입니다. 미래의 수입을 저당 잡은 할부거래계약을 마친 다음 아이폰의 소유권을 넘겨 받아 상자를 열고 기계를 꺼내 전원을 켭니다.

어쩌면 처음 등록할 때 나오는 도저히 읽을 수 없는 기나긴 약관에는 제 손에 든 아이폰의 모든 부분이 온전한 제 소유가 아니며 내가 아이폰에 기록한 모든 정보 역시 온전히 제 소유가 아니라는데 동의해야만 기계를 사용할 수 있음을 나타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표면적으로 할부거래계약이 성사된 이상 이 기계는 저 한 명의 소유입니다. 내가 아이폰을 소유하고 있다는 말의 의미는 이제 제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폰을 떨어뜨려 박살을 내더라도 온전히 제 스스로 책임을 지며 반대로 아이폰을 활용한 부가가치 역시 적어도 부가가치가 생성된 그 순간만큼은 가치가 온전히 제 소유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세계에서도 어떤 물건을 한 개인이 온전히 소유하지 않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매매계약서를 살펴보면 그냥 쉽게 아파트라고 표현하면 될 것을 굳이 ‘집합건물’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대강 건물이 서 있는 대지와 건물의 소유권을 분리해 건물의 각 부분을 소유한 개인들이 건물이 서 있는 대지 역시 소유자 수로 나눈 만큼의 지분을 보유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아파트를 매매하면 표면적으로는 현관 방화문을 열고 들어간 그 건물 내부를 구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계약 상으로는 건물의 일부 뿐 아니라 건물이 서 있는 땅의 정확히 어느 부분을 가리키지는 않지만 땅의 일부를 함께 구입하는 겁니다.

공개회사의 주식을 구입하는 행동 역시 공개회사를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소유하는 거라고 합니다. 회사는 이익을 내는 집단이므로 회사가 낸 이익을 주식에 따라 배당하기도 하고 회사의실적 자체가 주식 시세를 끌어올려 주식을 판매한 전 주주에게 이익을 주기도 합니다. 공개회사는 주식을 보유한 모든 사람의 소유입니다. 음악 저작권에 대한 권리를 본할 소유해 저작권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분할 지급하는 서비스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법률 상 저작권과 저작인격권의 차이로부터 일어나는 문제 역시 간단하지 않아 지금도 서비스가 온전히 유지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특별히 알아볼 생각은 없습니다.

핵심은 실제 세계에서 물건의 소유권이 온전히 한 사람에게 귀속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집합건물, 공개회사의 주식, 음악 저작권 등 한 가지 물건을 분할 소유하는 개념은 흔하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차이를 매번 설명하기는 귀찮으니 전자를 풀소유, 후자를 부분소유라고 부르며 나머지 이야기를 진행하겠습니다.

이전 몇몇 글(멀티 유틸리티 토큰 모델, NFT화된 인게임 자원과 법률 준수, 크립토 게임의 법률 및 플랫폼 정책에 따른 설계 과제, 혹시 이 앱 게임 아닐까?)을 통해 생각해본 바에 따르면 규제를 준수하는 범위 안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 사용자가 구입한 물건의 소유권 대신 사용권을 부여해야 합니다. 이런 미묘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은 게임 상의 권한에 대해 소유권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며 소유권을 가진 상태에 준하는 감정 상태를 보이며 게임디자이너들이 게임 메커닉을 디자인할 난이도를 낮추는데 기여하곤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전통적인 게임에 실질적으로는 사용권을 획득한 풀소유 개념은 사용자들 간의 꽤 강한 경쟁을 이끌어내기도 했는데 유명한 사례에는 리니지 시리즈에서 성을 먹는 것이 있습니다. 성은 길드 단위로 먹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길드의 핵심 권한을 가진 길마 한 명이 먹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성으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길마의 통제 하에 길드원들에게 분배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온갖 정치적 행동이나 불협화음 역시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게임의 일부입니다. 이런 현상을 투박하게 요약하면 풀소유 메커닉과 이로부터 나오는 권한 역시 한 사람에게 집중시킴으로써 일어나는 정치적인 활동을 의도적으로 게임디자인 관점에서 통제하지 않음으로써 욕망에 기반한 게임플레이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다만 풀소유 모델은 접근성이 낮고 풀소유에 실패할 때 게임 상에서 사용자의 위치가 너무나 뚜렷하게 고정됩니다. 사람에 따라 새로운 질서에 순응해 다음을 도모할 수도 있지만 실제 세계가 아닌 이상 쉽게 이탈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풀소유의 단점을 감안해 부분소유 개념을 게임에 도입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부분소유는 위에 설명한 실제 세계에서 그리 낯설지 않은 방법일 뿐 아니라 풀소유로부터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인간적인 문제를 회피해 사용자들을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습니다. 또한 풀소유에 실패할 때 일어나는 강한 부정적 감정으로 게임을 떠내는 대신 부분소류를 달성한 여러 사람들을 만들어 이들이 게임에 좀 더 관심을 유지하고 보다 긍정적인 감정으로 게임에 접근하도록 유도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풀소유의 강렬한 경험과 이를 향한 강한 욕망에 기반한 규칙을 만들다가 부분소유로 전환하는 것은 메커닉을 디자인하는 일 자체는 크게 복잡하지 않겠지만 이로부터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정치적인 현상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또 어떻게 유도할지를 예측해 이에 맞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어떤 답을 제시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요즘 이런 고민을 하고 있고 잘 하면 이 고민의 결과를 게임에 반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