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에서 레벨디자인 변경

싱글플레이 게임에서는 캐릭터가 더 적극적으로 주변과 상호작용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공간에 배치된 낮은 장애물을 손으로 짚으며 가볍게 뛰어 넘거나 장애물 앞에서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추기도 합니다. 어지간한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에서는 하기 쉽지 않은 경험입니다.

또 공간에 큰 규모로 레벨디자인을 바꾸기도 합니다. 작게는 동적으로 장애물 위치를 옮겨 게임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크게는 레벨디자인을 구성하는 거대한 구조물을 움직여 이전과 완전히 다른 형태를 만들기도 합니다.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에서 레벨디자인 변화는 기껏해야 문을 여닫거나 다리가 무너지는 수준이거나 레벨디자인이 실시간으로 변하기 보다는 변화하는 과정을 컷씬으로 보여준 다음 완전히 변한 레벨에서 이어서 플레이 하는 식으로 처리하곤 합니다.

전에 스팀판 갓오브워를 플레이 하다가 이 게임이 전반적으로 커다란 호수와 호수 주변에 있는 주요 목적지를 배로 오가며 플레이 하는 구성인데 종종 게임 진행에 따라 이 호수 레벨디자인을 크게 바꾸고 싶을 때 레벨디자인에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을 직접 플레이 하도록 만든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이 게임에서도 아주 큰 레벨디자인과 배경 변화는 컷씬을 통한 이벤트를 보여준 다음 레벨디자인이 변경된 결과 레벨을 로딩해 그 레벨에서 플레이 하게 합니다. 하지만 배경이 바뀔 필요가 없다면 같은 레벨 안에서 레벨디자인 변화를 겪은 다음 같은 레벨에서 이어 플레이 하도록 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엄청나게 복잡한 일은 아닙니다. 같은 레벨에서 상황에 따라 내비게이션 메시를 켜고 끄거나 레벨 변화에 관여하는 개체들을 상태에 맞게 켜고 끄며 이들을 언리얼 기준으로 월드 아웃라이너나 서브레벨 같은 논리적 구분을 통해 유지보수 하기 편한 모양으로 잘 관리하면 같은 레벨에서 경험을 계속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레벨디자인 변화를 컷씬을 통하지 않고 직접 변화를 일으키도록 하는 연출은 재미있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에서 달성하기 정말 쉽지 않은 메커닉이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 특히 이런 게임의 퍼시스턴트 월드에서 이런 경험을 만들기 어려운 이유는 말 그대로 그 공간이 퍼시스턴트 월드이기 때문입니다. 종종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에서도 이와 비슷한 큰 규모의 레벨디자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기는 하지만 거의 모든 경우 이는 인스턴스 안에서만 일어납니다. 인스턴스 안은 변화를 겪을 인원이 훨씬 적고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 인스턴스 안에 있는 몬스터를 포함한 모든 개체의 상태를 쉽게 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약간 확장된 싱글플레이 개념에 더 가깝다고 보면 되는데 그래서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에서도 제한적으로나마 비슷한 경험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퍼시스턴트 월드는 말 그대로 영속적인 공간으로 이곳에 있는 많은 캐릭터들이 같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종종 캐릭터의 게임 진행상황에 다라 특정 NPC를 표시하거나 표시하지 않거나 특정 포탈을 열거나 열지 않는 식으로 소극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기는 하지만 싱글플레이 게임에서 보던 것처럼 큰 규모로 레벨디자인 변화를 일으키기는 어렵습니다. 퍼시스턴트 월드에는 인스턴스에 비해 훨씬 더 많으 캐릭터들이 있음을 가정해야 하며 레벨디자인 변경이 일어나는 동안 같은 레벨 안에 있는 캐릭터, 몬스터, 인터랙션 오브젝트 등 모든 개체들의 상호작용을 통제해야만 하는데 모두들 자기 자신의 플레이를 각자 수행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이런 큰 규모의 레벨디자인 변화에 따른 상황 통제를 감수하기를 강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종종 온라인 멀티플레이 FPS 게임 중에는 이벤트에 의해 레벨디자인이 크게 변하는 메커닉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들은 한 레벨이 아주 넓고 레벨에서 동시에 플레이 할 수 있는 캐릭터 수를 32명 전후로 조절하며 캐릭터의 이동과 상호작용을 물리엔진에 크게 의존하고 몬스터처럼 내비게이션 메시에 의해 이동하는 개체가 없거나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MMO 게임에서 이런 아주 큰 규모의 레벨디자인 변화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주 오래된 어느 MMO 게임은 운영자가 직접 세계 전체의 역사를 만들어 게임 전체에 걸쳐 모두가 경험하는 레벨디자인을 이벤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바꿔버리기도 했습니다. 이 이벤트의 결과로 마을 하나가 사라졌는데 이 변화는 모든 캐릭터에 걸쳐 영속적인 변화였기 때문에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이벤트 이후에 새로 게임을 시작하면 이 사라진 마을을 경험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현대 MMO 게임이 그런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결론. 싱글플레이 게임에서는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에 비해 훨씬 더 과감한 레벨디자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게임에 따라 레벨디자인 변화 과정을 컷씬 대신 직접 상호작용을 통해 연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는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의 인스턴스에서 제한적으로 체험할 수 있지만 퍼시스턴트 월드에서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체험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사례가 아예 없지는 않으나 현대에 재현하기는 어려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