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앱은 꽤 괜찮을지도 몰라요

지난번 혹시 이 앱 게임 아닐까?에서 이마트 24 앱이 혹시 게임일지도 모른다는 관점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게임이 아니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지만 만약 게임으로 정의한다면 게임 업계가 받고 있는 규제를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인게임에서 받은 보상을 오프라인에서 사용해서는 안되고 또 모바일 게임이 받는 자율심의의 규제를 해야 합니다. 한편 게임이 아니라면 경품 관련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게임을 통해 얻은 보상을 오프라인에서 사용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렇다면 이 앱처럼 생긴 게임이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규제를 받지 않아야 하지 않는지 의문이 생기기는 하지만 이건 법률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이야기해 봐야 의미는 없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쿠폰 시스템 일부에 NFT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NFT는 아마도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판매한 것 같은데 NFT를 구입한 사람이 지갑을 연동하면 NFT에 기반한 쿠폰이 앱에 나타나며 오프라인 매장에서 쿠폰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애플앱스토어는 NFT 매매 기능이 있는 앱은 리뷰를 통과시켜 주지 않지만 이미 다른 곳에서 구입한 NFT가 앱 상에 나타나 동작을 하는 것을 막지는 않습니다. 만약 앱에 NFT를 도입하고 싶으면 앱이 아닌 가령 웹이나 오프라인 등에서 NFT를 판매하고 앱은 지갑 정보를 가져오기만 하는 형태라면 서비스 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이렇게 한다면 기술적으로 굳이 왜 NFT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데 이 의문에 대한 접근은 나중에 다른 글을 통해 해볼 작정입니다.

한편 본격적으로 이 앱을 둘러보면서 처음에는 게임처럼 보이면서도 게임이 받는 규제를 받지 않는 점 때문에 그리 곱지 않은 시선으로 앱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앱을 둘러보면 볼수록 예상보다 훨씬 더 잘 만들었고 또 기존의 기능에 초점을 맞춘 앱을 사용하던 사람들로부터 욕을 먹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앱이 가리키는 사용자층이 명확합니다. 종종 백화점식 MMO 게임이 타겟 사용자를 명확히 하지 않고 모든 사용자에게 통해야 한다며 어중간하게 개발하다가 처참하게 망하는 사례와 비교해 정확한 타겟에 집중한 점이 훌륭합니다.

사실 제 주변에는 게임화를 도입한 앱에 강하게 반응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런 앱들은 걸음 수에 따라 인앱 보상을 주거나 아주 작기는 하지만 법정화폐를 보상으로 주기도 합니다. 이들은 본격적으로 게임처럼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이마트 24 앱처럼 게임으로 인식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지만 근본적인 메커닉은 게임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앞으로 법적으로 ‘게임이란 무엇인지 정의’할 필요는 있을 겁니다.

이런 앱의 게임화는 실제 세계의 활동에 따른 보상 뿐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용해 랭킹을 보여주고 또 여러 사람이 함께 목표를 달성할 때 더 높은 보상을 주기도 하는데 모바일 게임에서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큰 비용을 들여 서비스를 지속해 나가는 것과 비슷하지만 이런 앱들은 상대적으로 더 긴 주기마다 업데이트를 하지만 게임에 비해 충성 고객이 잘 유지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 번 간단히 게임을 플레이 하는 습관이 생기면 서비스에 공백이 조금 생기더라도 계속해서 습관을 유지하며 작은 보상을 굉장히 긴 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획득하게 됩니다. 이 분들은 앱의 게임에 익숙해지지만 결국 앱에 붙어 있는 기능에 접근하게 되며 앱이 만들어진 목표를 달성하게 될 겁니다.

게임으로써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고 또 기본 기능 중심의 앱 사용자들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기도 하는 것 같지만 이 앱은 게임화 관점에서 완전한 게임 앱으로 접근해 일단 게임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이 게임 말고 구매에 관련된 다른 기능에 서서히 접근하기를 원하는 관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앱이 좀 무거워지더라도, 또 일상적인 기능들의 접근성이 이전에 비해 좀 낮아지더라도 그 정도는 감수할 만한 단점입니다. 앱의 핵심 목표는 이런 게임화 앱에 강하게 반응하는 사용자들이며 이런 분들이 한 번 앱에 익숙해지고 난 다음에 아주 천천히 앱의 나머지 구매 기능을 사용하게 만드는 것인데 이런 관점에서 이마트 24 앱은 이전에 별로 좋지 않은 시각으로 봤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