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이 넘어가야 하는 장애물이 있는 이유

최근에 스팀에 출시된 갓오브워를 플레이 하며 크게 호평을 받은 게임이라고 해서 게임의 모든 측면에 심혈을 기울여 만들지는 않았다는데 안정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에 갓오브워를 플레이 하며 눈에 띈 자잘한 메커닉 이야기를 좌우 대칭 기믹,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사례, NPC가 문을 못 지나갈 상황을 귀엽게 해결한 사례, NPC가 지나가면 닫히는 문 사례, 수평으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사례, 레버를 돌리면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사례 등에 걸쳐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이런 사례들에 집중해 본 이유는 온라인 멀티플레이 환경에서 비슷한 메커닉을 만들 때 플레이어 한 명에게 일어나는 사건이 같은 공간에서 이 상황을 지켜 보고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동기화 되어야 하기 때문에 메커닉을 결코 쉽게 만들 수 없었던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가령 이 게임에서 간단하게 만든 온갖 문과 엘리베이터 사례는 싱글플레이 환경에서 플레이어 한 명에게만 완벽한 모습으로 보이면 되기 때문에 완전히 컷씬으로 만들거나 카메라 바깥에 있는 대상의 상태를 별로 고려하지 않습니다. 반면 같은 상황을 멀티플레이 환경에서 만들려면 상태가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공유되어야 하기 때문에 컷씬으로 만들더라도 간단하지 않으며 내 카메라 바깥에 있다고 해서 게임 규칙을 무시한 행동을 하게 할 수가 없는데 이는 내가 안 보고 있더라도 다른 플레이어가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짚고 넘어갈 사례는 이 게임에서 종종 등장하는 장애물 메커닉에 대한 것입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종종 레벨디자인 상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장애물이 나타납니다. 위 스크린샷에는 크게 허리를 숙여 지나가야 하는 장애물과 넘어 가야 하는 장애물을 가져왔는데 이외에도 컷씬을 통해 열어야 하는 문, 좁은 틈으로 지나가는 경우, 길을 막고 쓰러져 있는 기둥을 들어 올려 지나가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레벨디자인 상 어떤 기능을 하지는 않습니다. 가끔 이런 장애물 연출이 끝나자마자 적이 나타나는 연출을 사용할 때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게임 전체에서 의미 있는 분량을 차지하지는 않습니다. 의미 있는 분량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이 장애물이 끝나자마자 나타나는 적이 놀랍게 느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 놀라움을 깨지 않기 위해서는 자주 사용하면 안 됩니다.

이 게임에서는 몬스터 AI가 한정된 전투 공간에서만 유의미하게 동작하게 만들었습니다. 주인공과 몬스터 사이 거리가 멀어지면 주인공을 찾기 위한 정교한 행동을 하는 대신 그저 주인공을 향해 걸어오거나 그저 자리에 가만히 서서 주인공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도 합니다. 반면 가까이 다가가면 꽤 정교하게 만들어진 전투 AI를 통해 다양한 전투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는데 이는 넓은 공간을 함께 고려한 동작을 만들려 했다면 쉽게 만들어내기 어려운 결과입니다.

이런 한계와 특징을 고려해 이 게임의 전투 공간은 꽤 좁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만약 몬스터가 자주 넓은 전투 공간에 노출된다면 멍청하게 움직이는 상태가 쉽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여러 레벨 사이를 오가며 넓은 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반면 몬스터들은 넓은 공간이 나타나는 환경에 함부로 노출되면 안됩니다. 그렇다고 몬스터가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을 인위적으로 정해 두면 조금만 플레이 해 봐도 이런 제약을 쉽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저 작위적으로 보일 뿐이라면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몬스터가 넓은 공간에 노출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한 경계선에서 플레이어가 어뷰징을 하기 시작하면 이 상황을 고려한 규칙을 설계하기는 상당히 골치 아픕니다.

가령 MMO 게임에서 넓은 묘지 사냥터를 만들고 그 가운데 퀘스트 NPC가 있는 상태를 만들려고 하면 말은 쉽지만 생각보다 훨씬 골치 아픈 규칙을 설계해야 합니다. 일단 묘지에 있는 몬스터들이 플레이어와 전투 중이더라도 플레이어가 퀘스트 NPC와 대화할 수는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퀘스트 NPC 주변을 함부로 안전 지역으로 정의하면 안전 지역과 묘지 경계에서 온갖 예외가 발생하기 시작하고요. 경계선에 서서 적과 아군의 정의가 모호한 원거리 스킬이나 소환물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이 상황을 온전히 통제하기 쉽지 않게 됩니다.

그렇다고 NPC와 대화를 시작하면 플레이어가 공격 받지 않게 만든다면 똑똑한 고객들은 이 동작을 이용하기 시작합니다. 또 아무 장치도 안 해 두면 플레이어들은 이 퀘스트를 클리어 하는데 상당하 고통을 느끼거나 누군가는 아예 클리어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합니다. 그래서 이런 요구사항을 만족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전투 공간과 안전 지역을 구분하는데 다리, 계단 같은 구조물을 사용합니다. 이 게임에서는 몬스터와 플레이어가 상호작용 하기를 원하지 않는 경계에 위에서 설명한 장애물을 배치헤 몬스터가 넓은 공간에 노출되거나 서로 다른 지역을 넘어 다니며 일으킬 수 있는 문제를 아예 일어나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갓오브워에서는 이런 경계선을 지날 때 등장인물들이 대화하게 만들거나 경치를 보여주는 등 게임 경험을 풍부하게 만드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때 던전에 여닫을 수 있는 문이 있는 MMO 게임이 있었는데 (지금도 서비스 중) 그 게임에서는 적절한 타이밍에 문을 여닫는 행동이 플레이어의 현재 성장 상태보다 난이도가 더 높은 던전을 플레이 하는데 유용한 기술이었습니다. 한편 멀티플레이 온라인 게임에서 이런 상황을 개발하는데 복잡한 규칙을 만들며 고통 받는 동안 싱글플레이 게임에서는 비슷한 상황을 완전히 단순하게 만들면서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어 한번 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