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NFT는 어쩌다 사기 키워드가 되었나

블록체인 중심적 표현에서 요즘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 일을 설명하는데 사용하는 여러 키워드가 사기로 인식된다는 점도 여러 차례 느끼곤 합니다. 마스토돈 타임라인에도 종종 NFT나 메타버스 키워드가 지나가곤 하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이 말을 입에 담는 사람들은 모두 사기를 칠 사람들이니 절대로 가까이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함께 지나갑니다.

사람은 이전의 경험에 근거해 현재를 판단하고 미래에 대비합니다. 이런 행동 패턴에 따라 지난 수 천 년 동안에 겪은 여러 위기에도 불구하고 살아 남았습니다. 이전에 서늘한 신호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 세상을 사는 누구나 그 동안 살아오면서 축적한 경험 데이터가 있고 여기에 기반해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면 이를 피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또 이익이 되는 선택입니다.

한편 블록체인 업계를 밖에서 보는 사람들이 왜 이 업계에서 종종 사용하는 NFT나 메타버스 같은 키워드에 거부감을 느끼고 이들을 쉽게 사기로 인식하는지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믿을 수 없겠지만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어떤 사기에 가까운 요소는 없습니다. 꽤 괜찮은 게임을 만들고 있고 블록체인에 기반한 토큰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이 토큰은 마치 전통적인 게임의 다이아와 같은 맥락으로 동작하는데 다이아와 다른 점이라면 다이아는 인게임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데 비해 토큰은 게임 밖에서도 구입할 수 있고 게임과 관계 없이 개인 간에도 사고 팔 수 있다는 점 정도가 있습니다. 다이아가 전통적인 게임의 닫힌 경제에서 통용되어 상대적으로 의도대로 동작하도록 설계하기 쉬운데 비해 블록체인을 통해 통용되는 토큰이 인게임에서 의도 대로 동작하게 만들기 쉽지 않음을 감안하면 가끔은 뭐하러 똑같은 게임 만들면서 이런 어려운 길을 선택했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먼저 게임에 토큰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게임의 여러 생산물과 구성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소유권을 고객이 가지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은 게임을 만들며 월급을 받는데 이 돈의 원천은 고객들이 게임에 지불한 돈입니다. 고객들이 게임에 돈을 내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게임이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을 줘야 하고 이 경험을 더 깊이 있게 느끼는데 돈을 지불할 만 함을 고객에게 설득해야 합니다. 전통적인 게임은 쉽지 않은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이런 설득 방법을 꽤 잘 습득했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고객들이 지불한 돈에 대한 댓가로 오로지 경험만을 주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종종 고민해보게 됩니다. 게임 서비스가 종료될 때 고객이 게임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경험과 이에 대한 기억, 게임으로부터 생산된 스크린샷, 동영상, 글과 음악 외에 게임으로부터 나온 직접적인 산출물은 아무 것도 남지 않습니다.

또 법률 상 고객은 게임의 그 무엇도 소유하지 못합니다. 고객이 인게임에 많은 시간과 돈과 열정을 쏟아 부어 경험과 기억을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철저히 이 과정의 도구로써 동작할 뿐입니다. 고객이 게임에 이러한 귀중한 자원을 투입했다면 고객은 실질적인 게임 구성요소의 소유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 블록체인에 통용되는 토큰이 필요한데 이런 토큰의 여러 형태 중 하나가 NFT입니다.

초기에 NFT는 경제가 급격하게 확장되는 상황에서 돈이 뭔가의 투자처를 찾는 과정에 따라 과대 평가되었다고 생각합니다. NFT는 그저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토큰의 한 형태일 뿐입니다. 여기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거나 부여하지 않는 것은 순전히 이를 유통하는데 관여하는 사람들의 의견일 뿐이지만 한때 마치 여기에 관심을 가지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는 자세가 옳지 않다는 식의 이야기가 오가면서 나쁜 선입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경제의 급격한 축소 국면을 맞이하며 NFT를 포함한 여러 자산 보관 수단의 가치가 떨어질 때 급격한 가치 상승과 하락을 겪은 NFT가 사기에 가깝게 인식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이제 와서 정확히 표현하면 NFT는 그저 블록체인에 자산을 기록하는 한 가지 수단일 뿐입니다. 그 수단에 가치를 부여하거나 부여하지 않거나는 순전히 유통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의견입니다. 다만 NFT는 여전히 이전에는 안전하게 소유권을 주장하고 또 거래하기 어려웠던 요소들을 거래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을 지원하는 게임들은 이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고요.

한편 인게임 구성요소에 대한 온전한 소유권의 주장과 행사가 가능해지면 그 다음으로 나타나는 개념이 바로 메타버스입니다. 이전 메타버스는 왜 망하고 있나요?에서 메타버스의 의미는 서로 다른 세계 사이의 물건 교환을 지원하는데 의미가 있으며 메타버스 스스로가 전통적인 게임처럼 그 세계의 존재 이유를 설명할 수 없으면 존속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메타버스의 의미는 인게임 구성요소의 소유권 행사가 가능해지며 인게임 구성요소가 전통적인 닫힌 게임 경제에 머무르지 않고 게임 밖에서도 통용될 수 있고 이 통용을 지원하는데 있습니다. 누군가는 쉽게 리니지에 통용되던 집행검이 다른 세계에서 같은 값어치를 가지는 형태로 통용될 수 없을 지적하곤 하지만 여러 차례 이야기했듯 이는 지나치게 얕은 상상력에 의한 결과일 뿐입니다.

현대의 메타버스는 전통적인 게임 업계가 오랜 세월에 걸쳐 구축한 목적이 있고 의미가 있는 가상 세계를 쉽게 돌파할 목적으로 목적 없는 단순한 세계를 만드는데 집중했고 그 결과로 아주 개같이 멸망했지만 메타버스는 여전히 인게임 구성요소의 소유권을 게임 밖에서 행사할 수 있을 때 이를 지원하는 세계로써 의미가 있습니다.

결론. NFT와 메타버스가 사기 키워드로 인식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쉬운 감정도 있습니다. NFT는 인게임 구성요소의 소유권을 게임 밖에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기술적인 수단 중 하나이고 메타버스는 인게임 구성요소의 소유권이 게임 밖에서 행사될 때 이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요소입니다. 이런 각 단어의 정의와 개념 자체에는 사기에 가까운 요소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이 단어들이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어 왔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저 사기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해도 이 말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단어들이 과거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잠깐만 접어 두고 실질적으로 이 개념들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