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라이크 - 1.5년 정리

1년 반 전에 저는 어느 MMO 개발팀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기간을 꽤 들여 개발해 온 이 프로젝트는 영상과 플레이 버전이 각각 시차를 두고 공개되자 작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감사하게도 여러 매체의 기대 순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개발은 그리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느린 걸음 하나하나가 묵직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수 년 이내에 출시될 것이 확실했고 다행히 팀에서 제가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있었기 때문에 평화롭게 개발해 나가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그런 프로젝트였습니다. 하지만 평화가 계속되면 누군가는 염증을 느낀다고 했던가요. 제 시야에 보이는 좁은 세상이 모바일을 향해, 정확히는 사람들이 늘상 손에서 놓질 않는 기계를 향해 달려가고 거기서 또 다른 누군가는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묵직한 걸음으로 제자리에 서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이전 프로젝트를 떠났습니다.

목성에 충돌

2주쯤 전 어느 날 아침에 지난 1.5년 동안 진행해 온 프로젝트를 회사에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소식을 듣게 된 월요일 아침에 출근해 이번 주에 할 일 목록을 점검하고 새로운 우선순위를 부여한 다음 일을 시작했지만 당연히 있을 것으로 예상한 팀원 사이에 우선순위 피드백이 없었고 이에 따라 슬슬 때가 다가왔음을 느꼈습니다. 중단 발표 후 여러 사람에게 이번 프로젝트의 중단을 목성에 충돌한 것으로 비유하곤 했습니다. 어느 날 목성에 충돌한다면 깜짝 놀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상 목성은 너무 크기 때문에 몇 억 킬로미터 밖에서도 약간의 물리 지식을 사용한다면 머지 않아 부딪치게 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연료를 사용해 버린 다음 천체 사이를 관성으로 진행하고 있다면 목성에 부딪칠 것을 오래 전에 알았다고 하더라도 관성에 의지한 채 사건이 일어날 날을 기다리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덕분에 회사의 결정을 전해 들을 때 아무런 감정이 없었습니다. 아. 드디어 목성에 부딪쳤구나, 혹은 드디어 목성에 도착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습니다.

장르

2014년 말 회사에서 팀에게 주문한 것은 당시 중국에서 출시되어 의미 있는 성과를 내던 게임을 기반으로 회사가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설정과 아트 리소스를 활용한 상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회사가 팀에 주문한 그것을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지 화장실에서 한참을 생각했지만 그것을 게임이라고 부르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회사가 원한 것은 게임이라기 보다는 매출을 일으키는 소프트웨어에 가까웠습니다. 사실 장르를 부르는 이름으로 ‘수집형 RPG’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는데 이해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롤 플레잉의 사전적 정의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지나치게 과거지향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꽤 고통스럽게 고민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프로젝트 중단 결정이 내려지기 얼마 전에 한국 프로야구 2016 시즌이 시작되었는데 야구 경기 중간마다 게임 광고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게임 광고 뿐 아니라 다른 매체에 등장하는 광고로 미루어 볼 때 적어도 한국에서 광고하는 게임 기준으로 롤 플레잉의 의미는 중세 판타지 그래픽을 사용한 게임을 의미하는 거라고 타협하기로 했습니다. 이 관점에서는 개발하던 프로젝트는 ‘롤 플레잉’이라고 부를만 했습니다. 이번 게임 개발에 참여하기 시작한지 1.5년이 지나서야 장르에 대해 타협 수준에서 이해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회사가 중단 결정을 내리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중단 결정이 내려지고 나서 함께 기여한 사람들,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 거기에 회사 밖에서 팀과 프로젝트의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회사나 팀에 알려졌던 ‘수집형 RPG’라는 제 기준으로는 기상천외한 장르 이름보다는 좀 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장르 이름을 붙이려고 합니다. 제가 지난 1.5년 동안 개발하던 모바일 기반 상업용 소프트웨어 장르는 ‘카지노 라이크’입니다.

카지노 라이크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바는 비교적 간단했습니다. 중국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고 소스 유출 스캔들과 함께 영문 복제 게임이 나타났으며 한국에 출시된 다음에 적어도 판교에서는 의미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낸 바로 그 게임을 그대로 복제 하면서 회사가 보유한 적어도 국내에서는 꽤 알려진 지적재산권에 기반한 설정과 아트 리소스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회사의 요구를 짧게 설명하면 특정 게임에 또 다른 특정 게임의 스킨을 입힌 수준을 원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은 추정입니다. 이유는 프로젝트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회사와 중간관리자, 그리고 실무자 사이에 서로 알고 있는 지향이 서로 달랐고 이는 결과적으로 프로젝트 중단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진실은 세 가지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에 흩어져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처음으로 우리가 복제할 게임을 접했을 때 상당히 혼란스러웠습니다. 게임의 코어인 전투시스템은 그 자체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었지만 그 코어는 전투에 참여하는 캐릭터를 선택하고 쿨타임에 따라 스킬을 사용하는 시점을 결정하는 것 이외에는 플레이를 확장하기 대단히 어려운 형태였습니다. 그래서인지 게임은 이 코어를 기반으로 제 기준에서는 과도할 정도로 메타 플레이에 집중했습니다. 캐릭터 하나의 성장은 서로 다른 적어도 네 가지 독립된 트리로 구성되어 있었고 각각의 트리는 서로 다른 컨텐츠로부터 나오는 서로 다른 보상을 통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간단한 플레이를 요구하는 코어와 그것을 활용하는 과도한 메타 플레이로부터 지금까지 쌓아 왔다고 생각한 게임에 대한 일종의 직관이 무너지면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었습니다. 지금은 적어도 머리로는 그 게임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기는 했습니다.

그 이해의 끝에 저는 이 게임의 장르를 ‘카지노 라이크’라고 정의했습니다. 카지노는 이탈리아어로부터 온 말인데 저택 따위에서 본관과 조금 떨어져 있는 별채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좀 더 들여다보면 재물을 걸고 내기를 하는 행위를 하는 공간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을 줄일 수 있는 두 음절로 된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겠습니다. 이 게임의 일부분에는 게임 상의 재물을 걸고 내기를 하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회사가 우리에게 복제하라고 요구한 게임의 경우에는 이 기능이 비즈니스 모델 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 편이었지만 한국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다른 게임에는 이 기능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또한 이 기능이 포함된 게임이 한국에서 더 큰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이런 단어나 표현이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딱히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당장 이 기능을 사용한 경쟁작들이 한국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고 역사적 또는 학술적으로도 기능의 효과가 입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게임디자이너가 이 요구사항을 공정하고 세련된 형태로 포장해낸다면 서로 즐거울 수 있는 그런 장르입니다. 재물을 걸고 내기를 한다기보다는 게임비를 내는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비슷한 장르 게임을 만들도록 요구받는다면 마음 편히 처음부터 ‘카지노 라이크’ 게임을 만들기 위한 연구와 시도를 해볼 작정입니다.

인정의 문제

회사와 팀은 이미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된 원인을 각자의 시각해서 도출해내고 있습니다. 그 둘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경과를 발표할 겁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원인은 딱히 발표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기에 적어 보겠습니다. 프로젝트가 후반에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중단으로 이어진 원인 중 하나에는 ‘인정’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와 중간관리자, 그리고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그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위에서 이미 우리가 만들려고 시도한 것은 ‘카지노 라이크’ 소프트웨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코어 플레이를 정교하면서도 단순하게 만들겠지만 플레이어가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코어 플레이 보다는 이를 과도할 정도로 감싸고 있는 메타 플레이입니다. 이미 여기서 우선순위가 나왔습니다. 우리는 전투를 어느 수준에서 마무리하고 이를 감싸는 메타 플레이를 만들며 전투 자체는 볼륨을 늘려 가는 식으로 대응하는 방향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여느 MMO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과 별로 다르지 않게 초기에 많은 자원을 들여 차별화된 전투 시스템을 만드는데 시간을 쏟았습니다. 그렇게 모바일에서 꽤 그럴싸한 전투 시스템을 만들어냈지만 굳이 회사의 초기 지시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는 원래 목적인 단순한 코어 플레이의 경계선을 이미 넘어버렸습니다. 당연하게도 회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봤을법한 ‘여러 차례에 걸친 방향성 변경의 지옥’이 열렸습니다.

회사와 중간관리자,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목표가 일치하지 않았고 이를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로 정의하기에 앞서 이들 모두에게는 개발하기로 한 소프트웨어가 어떤 것인지를 인정하고 시작했어야만 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소프트웨어는 ‘카지노 라이크’라는 장르이며 이 장르의 특징은 단순한 코어 플레이와 이를 감싸는 거대한 메타 플레이라는 것을 완전히 공유하고 서로 인정한 다음 시작했어야 합니다. 그러면 다른 게임과 다른 개발 방식이 필요함을 초기부터 인식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메타 플레이라고 퉁쳐버린 거대한 ‘저택의 별채’를 만드는데 더 집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불가능한 평가

우리에게 주어진 회사가 보유한 지적재산권에 의한 설정과 아트 리소스는 유저 입장에서 ‘시대를 초월하는 훌륭한 그래픽’으로 요약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의 요구 중 하나는 이러한 지적재산의 특징을 모바일 게임에도 나타내는 것이었습니다. 메시지는 간단했지만 여기에는 간단한 문제가 있었는데 훌륭한 그래픽이라는 말 자체가 추상적이기 때문에 함부로 목표로 설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는 타겟 디바이스로 이전에 개발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연구개발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여느 상용 개발팀이 그렇듯 연구개발 자원을 확보하기는 대단히 어려웠고 회사의 다른 개발팀으로부터 유효한 노하우를 확보하는 것 역시 불가능했습니다. 또한 이런 제약조건으로부터 훌륭한 그래픽을 확보하기 위한 아트 관점의 연구개발 역시 거의 수행되지 않았습니다.

회사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훌륭한 그래픽’은 정량적으로 평가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이러한 평가방법을 만들기 위한 또 다른 ‘연구개발’을 하기 전에는 말입니다. 추상적인 목표를 평가하기 위해 1점에서 5점 사이의 설문지를 만들어 배포했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었습니다. 가령 “그래픽이 만족스러운가?”라는 질문에 대한 “3점”이라는 응답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평가를 완료해야 하는 관료주의 관점의 회사 입장에서 저러한 질문의 평균값으로 프로젝트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를 평가하는 놀라운 일을 벌이게 됩니다.

여기서 곁다리로 회사에서 연구개발 없이는 달성이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거나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대상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려는 시도를 할 때 팀과 회사가 어느 정도 서로를 완충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여느 회사에서는 이 역할을 하는 부서를 둡니다. 회사와 팀은 각각 자신들의 의견을 상대의 관점에서 세련되게 표현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장기적으로 팀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방법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프로젝트가 중단되면 같은 팀에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이들 두 집단 사이의 언어를 모두 이해하고 완충 역할을 하는 누군가, 혹은 어떤 팀이 필요합니다. 근본적인 목표는 추상적이거나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할 때 이를 팀이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한 방법으로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는 완충 역할을 하는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의 역할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뜻밖의 수확

사실 프로젝트를 진행해 가는 과정 속에 고통이 계속되었습니다. 처음 한동안은 새로운 장르를 고통 속에서 이해해 갔습니다. 이런 것이 과연 게임인가, 혹은 이런 프로덕트가 도덕적으로 올바른가 하는 관점에서부터 고객이 이 프로덕트로부터 어떤 재미와 보람을 느낄 것인가 하는 점에 이르기까지 쉴 새 없이 생각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방식이 어떻든지간에 이 소프트웨어는 지금까지와는 꽤 다른 방식을 사용하지만 인간의 존재, 성장, 관계 욕구의 일부를 충족시켜주며 특히 성장에 관해서는 극단적일 정도로 욕구를 파고들어 이를 시스템으로 구현해 놓았습니다. 성장과 성장 체감이라는 목표를 이 정도로 악착같이 파고든 게임을 복제하며 이를 머리로 이해한 노력 자체가 제 개인적으로 이 프로젝트로부터 얻은 가장 큰 수확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시스템을 구현하고 각각의 연관관계를 정의하고 실행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성장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숫자를 집행하는 일은 지금까지 MMO 게임 개발에 기여하며 작업해 온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했습니다. 가령 컨셉, 기획서, 사양서, 리뷰, 개발회의 등을 거치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방법보다는 컨셉에서 바로 사양 결정과 개발로 건너뛴다든지, 리뷰를 빨리 끝낼 수 있는 다른 업무 방식을 시도해본다든지 하면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시간 소모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시도를 하면서 이전에 별 생각 없이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던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저는 사양 단계로 비교적 빨리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팀에 짐이 되는 수모를 간신히 면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이 과정에서 연구개발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사색하는 시간이 거의 없어졌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이 소프트웨어를 출시했다면 근본적으로 여기에 내 어떤 철학을 담았는가 하는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없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

프로젝트는 중단되었고 멤버들은 흩어졌습니다. 일부는 사내로, 일부는 사외로, 또 누군가는 결정을 미뤘습니다. 1.5년 동안 함께 일하며 이룬 표정만 봐도 원하는 바의 절반은 이해할 수 있는 팀웍, 처음 접하는 타겟 디바이스를 다루며 생긴 어처구니없는 사건사고에 대한 노하우, 거대한 게임 엔진을 다루며 엔진에 점차 익숙해진 여러 스탭들의 과정과 결과들이 모두 낱알이 되어 판교와 강남, 구로 곳곳으로 흩어졌습니다. 회사 입장에서 이런 움직임이 딱히 손해라고 생각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 기준에서 이런 결정을 쉽게 내리는 회사는 자선사업을 한다고 이야기하고 이 회사 역시 자선사업을 즐깁니다. 하지만 실무 입장에서는 이렇게 흩어진 사람들이 아깝게 느껴집니다. 이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서로의 네트워크 역할만을 수행하기에 그동안 쌓은 무형의 자산은 생각보다 더 크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프로젝트는 중단되었고 다음 주 부터 저 역시 새로운 팀에 출근합니다. 다행히도 같은 회사 안에서 흥미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이력서에 또다른 ‘중단된 프로젝트’를 추가하고서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채 제가 할 수 있는 선택 중 ‘가장 위험한’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유는 그게 가장 재미있어 보였거든요. 제 주변 분들께서 이력서에 중단된 프로젝트를 추가한 다음에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팀에 들어가 런칭 타이틀을 확보하는 것이 좋은 커리어를 만들어 가는 요령이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만, 또다시 객기를 부리며 조언과는 반대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어쨌든 선택은 끝났고 이제 흩어진 노하우의 작은 조각 하나를 주워 들고 다음 프로젝트에 기여해볼 작정입니다.

추신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워낙 모든 일을 짧은 시간 안에 수행하도록 요구 받다 보니 사실은 시간을 좀 더 들여서 작성해야 할 것 같은 글 역시 거의 타이핑하는 시간만 들여 작성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긴다면 다른 글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제 한동안은 다시 사색하는 버릇을 복원해볼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