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통화녹음기 magmo 긴 기간 사용기

'아이폰 통화 녹음기 magmo 사용기'를 쓴 다음 석 달 정도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전까지는 아이폰 통화 녹음이 안 되는 상황은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팠습니다. 녹음 하기 위한 방법들이 하나 같이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인데 중간에 삼자 서버를 두고 녹음하는 방법은 통화내용 노출, 인터넷이 안 될 때 사용할 수 없음, 쉽게 동작에 실패하는 상황이 마음에 안 들었고 별도 블루투스 장비를 통한 녹음 역시 항상 블루투스 장비를 통해서만 통화를 해야 하는 점이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magmo’를 사용하고 나서는 이 제품 자체에 대한 불만은 있지만 통화내용이 노출되거나 인터넷이 안 되는 상황에는 동작하지 않거나 동작에 실패하거나 별도 블루투스 장비와 항상 페어링 해야 하는 문제들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요즘 아이폰 통화녹음 관련 불만은 일단 녹음이 되는 상태에서 생기는 불만입니다. 이전에는 통화녹음이 안 되는 상태에서 생기는 불만이었던 점에 비하면 대단한 발전입니다. 하지만 지난 3개월 정도 사용해 오면서 처음부터 예상한 불만 뿐 아니라 한참 사용해 보니 새로 생기는 불만도 있어 이들을 좀 정리해 두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설명하려는 불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제가 아는 범위에서는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아이폰 통화녹음 방법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첫째. 2023년 상반기 현재 이미 충전이 상당히 불편합니다. 이 장치는 한 번 충전하면 연속으로 여섯 시간 정도 녹음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정도 시간을 충전 없이 연속으로 녹음한 적이 없어 배터리 시간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충전을 라이트닝 케이블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한동안 여행할 때가 아니면 사용할 일이 거의 없던 라이트닝 케이블을 함께 들고 다니거나 적어도 집에는 준비해 놓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아이폰은 무선 충전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폰 스스로도 컴퓨터에 연결할 일이 점점 줄어들었고 현대에는 아이폰을 직접 컴퓨터에 연결해 데이터를 주고 받을 일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아마 48MP 사진을 찍어 이동시키려면 유선 연결이 필요할 것 같지만 그 외 사용 시나리오 대부분에서는 인터넷을 경유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수준이면 충분합니다. 충전은 무선으로, 전송은 인터넷을 경유하는 이상 라이트닝 케이블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고 회사에도 집에도 라이트닝 케이블이 없었습니다. 오직 magmo를 충전하기 위해 아이폰 상자 안에 들어있던 라이트닝 케이블을 꺼내야 했습니다.

충전 방식을 라이트닝으로 결정한 것은 꽤 단순한 의사결정에 기반했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아이폰은 라이트닝 케이블을 통해 충전하니 같은 포트를 채용하면 아이폰 사용자들이 만족하리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아이폰은 지난 거의 10년에 걸쳐 라이트닝 포트를 채택하고는 있지만 충전, 데이터 전송 양쪽 모두의 사용 빈도가 급격히 줄어들어 왔음을 고려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아이폰과 같은 라이트닝 포트를 채용한 결정은 오히려 아이폰을 위해서 조차 사용하지 않던 라이트닝 케이블을 오직 이 장치를 위해서 꺼내야 하는 이상한 상황을 만들어 냅니다.

근본적으로는 무선 충전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한 쪽 면은 아이폰 뒤에 맥세이프를 통해 붙어야 하니 무선충전에 사용할 수 없을 겁니다. 애플 맥세이프 배터리는 아이폰을 통한 역방향 무선충전을 할 수 있지만 이런 서드파티 제품이 그런 기능에 접근할 수는 없을 테고요. 그렇다면 장치가 좀 더 두꺼워지더라도 반대쪽 면에 무선충전을 받을 수 있도록 코일을 장착하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적어도 충전을 위해서는 라이트닝 케이블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둘째. 녹음 파일을 꺼내기가 불편합니다. 이 역시 라이트닝 케이블을 채택한 것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컴퓨터와 연결하기 위해서는 한 쪽은 라이트닝, 다른 한 쪽은 USB인 케이블이 필요합니다. 최신 아이폰을 구입하면 한 쪽은 라이트닝이고 다른 한 쪽은 USB-C인 케이블을 제공하는데 종종 컴퓨터에는 USB-C 포트가 없거나 거의 없을 때가 있습니다. 2022년에 새로 구입한 윈도우 기계에 USB-C 포트가 있었지만 그보다 오래된 다른 데스크탑에는 USB-A 포트밖에 없어 아이폰을 구입할 때 제공 받은 케이블로는 컴퓨터에 연결할 수 없었습니다. 오직 이 장치에 사용하기 위해 라이트닝에서 USB-A로 가는 케이블을 별도로 준비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USB 메모리류보다 이 제품에서 유난히 파일을 꺼낼 때 더 큰 불편을 느끼는 이유는 USB 메모리류에는 포트가 장치 자체에 달려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별도로 케이블을 준비하지 않아도 USB-A 커넥터가 본체에 붙어 있으니 USB-A 포트만 있으면 어쨌든 연결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제품은 미려한 외형을 위해 커넥터 없이 라이트닝 포트만 있다 보니 반드시 케이블이 필요할 뿐 아니라 컴퓨터가 USB-C 포트나 USB-A 포트를 제공하는데 따라 연결할 수 있을 지 없을 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녹음 파일을 컴퓨터로 옮겨야 하는 사용 방식 역시 결코 편안하지 않습니다. 컴퓨터를 별도로 사용하고 있어 망정이지 만약 아이폰만 사용했다면 이 장치로부터 녹음 파일을 꺼낼 방법이 없습니다. 아이폰에 직접 연결해 파일을 꺼낼 수 있었다면 오히려 가장 편리한 사용 시나리오를 달성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럴 수 없는 이유를 모르지는 않음. 지금은 아이폰에 직접 연결하는 시나리오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애플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저렴한 케이블을 포함할 수 있었을 겁니다.

또 라이트닝에서 라이트닝으로 가는 잘 사용되지 않는 케이블을 별도로 생산하고 애플의 승인을 받는데 돈이 필요하고 가격이 몇 만원은 더 비싸졌을 겁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미 아이폰 통화녹음을 위해 십 몇 만원을 지출할 결정을 한 사람에게 그 정도 추가 비용은 이후 편리한 사용을 위해 가격을 올리는 편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근본적으로는 무선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었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낮은 가격과 간결한 설계를 유지하는 선에서 아이폰에 직접 유선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방법을 제공했더라면 더 좋았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스토리지가 아주 느립니다. 이 정도로 내장 스토리지가 느린 장치는 오래 전에 사용하던 가민 Edge 520 사이클링 컴퓨터가 있었는데 평소 사용할 때는 잘 알 수 없지만 컴퓨터에 연결해 파일을 꺼내거나 지도 파일을 넣다 보면 고작 100메가를 옮기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고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내장 스토리지가 엄청나게 느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장치에서 녹음 파일을 꺼내는 과정은 내 컴퓨터가 혹시 멀웨어의 영향을 받아 느려진 것은 아닌가 싶은 착각이 들게 할 정도입니다.

일단 윈도우 탐색기나 맥 파인더에서 드라이브에 접근하면 파일을 리스팅하거나 정보를 보거나 선택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엄청나게 느립니다. 버벅거리는 상황에서 간신히 파일을 선택해 클립보드에 복사하고 로컬 드라이브에 붙여 넣으면 그 다음부터 고작 몇 메가 짜리 파일을 복사해 오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요. 한동안 이렇게 까지 느린 복사를 경험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더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물론 파일은 제대로 전송될 뿐 아니라 음질이 훌륭하지는 않지만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복사 속도는 서기 2023년의 장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느립니다.

한편 가민은 이후 사이클링 컴퓨터 제품에서는 빠른 스토리지를 채용해 기가 단위의 지도 파일을 넣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이렇게까지 느린 스토리지를 채용한 이유에 원가 절감이 있을까 싶은데 만약 그렇다면 원가 절감 측면에서는 분명 성공했을 것 같아 보입니다. 사용 경험 측면에서는 철저히 망했지만요.

결론. 지난 석 달 동안 사용한 아이폰 통화녹음 장치 ‘magmo’는 가볍고 깔끔합니다. 아무 것도 설정할 필요 없이 그냥 아이폰 뒤에 붙인 다음 켜기만 하면 되는 사용 경험은 이보다 더 만족스러운 사용 경험을 주려면 애플이 직접 통화녹음을 제공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충전 방법과 데이터 전송 방법에는 불만이 있습니다. 근미래에 이런 단점을 개선한 조금 더 두껍고 더 비싼 제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그때까지도 애플이 통화녹음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관심을 가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