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는 차에 ○○를 해야 한다.

한동안 미니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일단 예쁘고 작고 귀엽고 단단하고 잘 달릴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 나와 있는 여느 차량과 비교해도 한 번에 가지기 어려운 특징들이었습니다.

자동차는 굉장히 보수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미디어에서는 자동차가 그 사람의 개성을 나타내는 요소로 표현되곤 하지만 자동차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려면 충분한 돈이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은 입장에서 자동차는 도구로써 잘 동작해야 하고 개인의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게 아니라면 소비의 합리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 중고로 판매할 때까지 고려해서 구입을 결정해야 하는 보수적일 뿐 아니라 복잡한 선택 대상입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먼 거리, 오랜 시간을 함께 할 기계를 선택하는데 오직 이런 보수적인 관점으로만 자동차를 선택하기는 너무 재미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니는 방금 설명한 조건의 어디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먼저 도구로써 잘 동작하게 만들려면 여느 국산 차량에 비해 훨씬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같습니다. 유튜브에서 관리가 잘 안 된 미니를 고통 받으며 수리하는 영상을 쉽게 검색해낼 수 있는데 관리를 많이 요구하는 차량임에도 관리 없이 방치된 채로 운용되다가 돌이키기 쉽지 않은 수준으로 문제가 커진 다음에야 수리하며 큰 비용을 지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보통의 사회인이 자동차에 그렇게 큰 관심을 가지려면 자동차 자체가 취미의 일부여야 합니다. 다른 일에 관심이 많고자동차는 말 그대로 도구에 가깝다면 미니는 분명 적당한 선택이 아닙니다.

또 개인의 사회적 위치를 표현하거나 소비의 합리성을 설명하기에도 적당한 선택과는 거리가 멉니다. 일단 크기가 작아 도로에서 쉽게 위협의 대상이 됩니다.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차량의 실제 가격보다는 제조사나 연식, 차량의 크기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 같은데 미니는 크기가 작고 연식이 달라져도 클래식 미니가 아닌 이상은 모양이 크게 다르지 않으며 자동차에 그려진 제조사 이름과 자동차 이름이 같아 제조사가 모호하기까지 합니다. 또한 한국에서 경차로 분류되는 자동차와 크기가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두 배가 넘기 때문에 ‘그돈이면’으로 시작하는 합리적 소비 관점과도 거리가 멉니다. 개인적으로는 ‘밸로스터N'만큼이나 설명하기 쉽지 않은 차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원활한 중고 판매 관점에서도 적합하지 않습니다. 판매를 고려하면 보수적인 색상과 옵션을 선택해야 하고 또 차량 자체도 감가가 너무 크게 일어나지 않아야 하지만 미니는 이 모든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단 차량 자체가 보수적인 선택과는 거리가 있고 새 차를 구입할 때 색상과 옵션을 보수적으로 선택하기 쉽지 않은 차량입니다. 이런 모든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니를 선택한다면 정말 미니를 애정하거나 이런 스타일의 차량이 시장에 없기 때문일 겁니다.

한편 잠깐 이야기한 유튜브 영상의 답글을 살펴보다가 ‘이렇게 관리할 거면 이 차를 탈 자격이 없다’는 글이나 ‘이 차량을 선호하는 운전자들은 다 뻔하다’는 뉘앙스의 글을 보고 애초에 이 차량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왜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미니는 작은 크기, 훌륭한 외모, 그럼에도 단단하고 잘 달리는 특징이 있는데 이런 특징을 함께 갖춘 차량이 시장에 거의 없습니다. 크기만 생각하면 경차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은 충분히 단단하지 않고 또 충분히 잘 달리지 않을 뿐 아니라 외모가 훌륭하지도 않으며 현대적인 옵션을 충분히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차량을 검토해 보면 그만큼 단단하고 또 잘 달리는 차량이 없지는 않지만 그들은 또 미니만큼 충분히 작지도 않고 또 외모가 훌륭하지도 않았습니다. 사실상 이런 요구사항을 가진 고객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차량을 판매할 때 이런 특징을 충분히 안내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합니다. 한때 일본 차들이 잔고장이 거의 없는 특징으로 명성을 떨쳤는데 방금 설명한 크기, 단단함, 외모, 잘 달림 같은 특징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잔고장이 적고 정비 요구량이 적은 특징 역시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니는 분명 그런 차량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분명 작고 단단하고 훌륭한 외모를 갖췄을 뿐 아니라 잘 달리지만 동시에 잔고장이 아주 많다고 알려져 있고 또 정비 요구량 역시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앞쪽에 나열한 특징을 주로 인식하고 차량을 구입하면 구입과 함께 따라온 위쪽 특징에 소홀하기 쉽고 그런 결과가 유튜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잘 정비되지 않은 미니 수리 영상인 것 같습니다.

미니는 분명 매력적인 차량일 뿐 아니라 이런 특징을 동시에 가진 차량 중에서는 대안이 거의 없는 차량이기 때문에 장점에 해당하는 특징 뿐 아니라 이 차량의 장기적인 평판을 위해 차량을 구입할 때 갖게 되는 장점과 이 장점을 유지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댓가를 함께 설명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 지금까지 설명한 현실적인 이유들 때문에 관심만 가지고 결국 구매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여전히 소위 드림카 치고는 꽤 가격이 낮은 드림카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추신. 이 글의 제목은 선정적 ○○ 만들기의 실험에 의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