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권력 관계를 활용한다

오래 전에 읽었고 또 반 년 전에 다시 읽은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는 한 편으로는 세상을 살아 가며 겪는 여러 사건들을 협상의 형태로 바꿔 서로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도 내가 원하는 결과에 더 가까운 결과를 얻는 요령을 가르치는 책임과 동시에 다른 한 편으로는 그런 협상이 과연 도덕적으로, 혹은 윤리적으로 올바른지를 생각하게 만들곤 합니다.

반 년 전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며 한동안은 세월이 흐르며 일상의 좀 더 여러 가지 상황을 협상이 필요한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이전에 비해 원하는 것을 얻는 요령을 조금 더 활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런 상황을 좀 더 잘 감지하고 또 그런 상황을 좀 더 잘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고도 생각합니다. 한편 이전에 가졌던 의문인 이 책에 나온 어떻게 보면 이상적인 협상의 사례들이 과연 실제 세상에서 잘 동작할지, 만약 잘 동작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지, 또 만약 잘 동작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지를 생각 날 때마다 고민해 봤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불편했던 순간들은 저자가 자신에 비해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협상을 시도하는 여러 사례를 설명할 때였습니다. 호텔에서 더 좋은 방으로 업그레이드 해달라거나 시간이 지나 이미 판매가 종료된 상품을 구입하면서도 더 저렴하게 달라고 하거나 음식점에서 주문한 메뉴 이외의 메뉴를 더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들은 어떻게 보면 국내에 널리 알려진 더 똑똑한 소비자의 행동과도 비슷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은 공통적으로 상대가 자신보다 약자이거나 자신의 요구사항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입장일 때를 노려 집요하게 상대를 괴롭힌 끝에 원하는 것을 얻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가령 호텔에서 더 좋은 방을 업그레이드 하는 사례를 생각해봅시다. 컨시어지 입장에서는 더 좋은 방이 사용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호텔 전체의 이익을 위해 더 나은 의사결정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집요하게 방이 비어 있고 또 어차피 오늘은 더 이상 투숙객이 나타나지도 않을 것이며 이 서비스를 해 주면 상급자에게 편지를 써 주겠다는 사람에게 컨시어지가 거절 의사를 얼마나 더 표현할 수 있었을까요.

만약 집요하게 요구하는 이 투숙객을 끝까지 거절한다면 자신이 이 요구에 응할 때 편지를 써 주겠다던 사람이 또 다른 편지를 쓰지 않을 가능성은 얼마나 되며 이 사람을 응대하는데 시간을 쓰며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일, 다가오는 퇴근 시각, 집에 기다리고 있는 일, 옆에 울리고 있는 전화, 이 사람 뒤에 서 있는 체크인 손님 등을 생각할 때 컨시어지는 명백히 저자에 비해 약자의 위치에 있으며 저자는 이런 상황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활용하고 있습니다.

레스토랑 사례 역시 호텔만큼이나 나쁘다고 생각하는데 레스토랑에서 서빙하는 사람의 곤란한 입장을 집요하게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손님이 매뉴얼에 없는 요구를 할 때 물론 그 요구를 들어줄 수도 있습니다. 상대의 곤란한 입장이나 사정을 고려해 자신의 권한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매끄럽게 일을 처리할 수도 있고 이 행동이 장기적으로 자기 자신이나 레스토랑의 운영에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이 집요한 손님의 요구를 듣는데 시간을 써야 하고 위 컨시어지 사례와 비슷하게 당장 레스토랑 안에서도 이미 자신이 해야 하는 모든 일들이 계속해서 지연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이미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집요하게 요구를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는 저자에게 얼마나 더 거절을 계속할 수 있을까요. 이 손님이 매니저를 부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차라리 이 손님의 요청을 빨리 들어주고 원래 업무로 돌아가는 편이 단기적으로 더 이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책 뒤로 가면 나오는 좀 더 공적이고 더 강한 힘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조차 저자는 권력 관계에서 자신의 우위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습니다. 관리자들이 참여한 워크샵에서 저자는 이 워크샵을 통한 결과를 회사에 제시해야 하는 입장의 관리자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관리자들의 이런 입장을 활용해 최대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거의 비용 없이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사례를 포함한 책을 쓸 수도 있었습니다.

일상 생활의 여러 상황을 협상론에 기초한 상황에 대입해 가능성을 끌어내고 이를 행동으로 옮겨 이익을 얻는 행동 자체는 결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에서 언급한 사례 거의 전부가 저자와 상대 사이의 권력 차이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지보다 그렇게 얻은 원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한 만약 이런 요령을 읽은 사람들이 늘어나 사람을 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더 많은 사람을 상대하게 될 때 어떤 결과가 일어나게 될 지 상상해 봅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할 때 결코 추천할 만한 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권력 관계를 활용해 무리한 요구를 관철 시키는 요령을 가르치는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책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