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기계에 의한 검색 서비스와 웹사이트 사이 관계 변화 예상

구글 검색 결과에 ChatGPT 스타일의 생성형 AI 결과가 노출되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서기 2023년 초여름 현재 지난 약 30여년에 걸쳐 유지되던 인터넷 검색 방식은 아주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검색 서비스가 인터넷에 공개된 알려진 온갖 사이트를 읽어 저장한 다음 검색 요청을 받으면 요청에 관계가 있는 것 같은 결과를 나열하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러면 그 결과 안에서 실제로 요청한 것과 일치하는 결과가 있는지 찾고 또 요청에 의도한 정보를 습득하는 일은 검색을 하는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그래서 검색을 하는 행동은 자신의 의도를 검색어로 만들고 그 검색어에 따른 결과를 확인해 의도에 일치하는 정보를 찾아내는 꽤 복잡한 사고 과정이 필요한 행동입니다.

그런데 이전에 기계가 쓴 책을 살 필요는 아직 없어요에서 아직 말하는 기계가 만들어낸 정보에 온전히 의존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 반면 검색은 이미 인간이 만들어낸 온전한 정보에 기반하기 때문에 방금 설명한 검색의 꽤 복잡한 사고 과정을 아주 단순하게 바꿀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이전에는 의도를 검색어로 만들고 결과로부터 다시 의도에 따른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말하는 기계가 검색을 대체하기에 충분히 똑똑해지면서 검색에 직접 의도를 언급하고 결과 역시 직접 의도에 맞는 결과를 표시하면서 검색이 이전에 비해 훨씬 덜 복잡한 사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직 까지는 이전에 검색 결과로부터 결과 각각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역할을 인간이 해야 했고 여전히 말하는 기계 역시 신뢰성 판단에 약한 면을 보이고 있지만 이 역시 인간이 신뢰성 판단을 하도록 정보를 편리한 모양으로 가공해 준다면 검색은 이전 시대에 비해 완전히 다른 방식이 될 겁니다. 또한 이 방식은 검색에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고 과정을 요구하게 될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오랜 시간에 걸친 검색 경험이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바뀔 때 새로운 검색 방식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상당히 걱정스럽고 초반에 말하는 기계가 내놓은 검색 결과를 의심해 전통적인 검색 방법을 통해 다시 검색해 교차검증하며 시간을 낭비하거나 기존에 의도를 검색어로 바꾸는 습관 때문에 말하는 기계를 통해 검색할 때도 의도를 검색어로 바꾼 나머지 잘못된 결과를 받아 들며 말하는 기계의 성능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기존 검색이 말하는 기계를 통한 검색으로 변해 가면서 검색 서비스에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와 검색 서비스 사이의 관계에 큰 변화가 있을 겁니다.

검색엔진 최적화라는 분야가 있는데 웹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제공할 때 검색엔진이 정보를 잘 인식하고 올바르게 판단해 검색 결과에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웹사이트를 기계가 더 잘 볼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고 어느 부분이 제목이고 어느 부분이 내용이며 어느 부분이 이 페이지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고 어느 부분이 그렇지 않은지를 구분하고 또 웹사이트의 구성을 검색엔진이 접근하기에 용이하게 바꾸고 또 성능을 개선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한동안은 퍼머링크를 잘 바뀌지 않는 의미 없는 문자와 숫자로 구성하는 것이 유행했지만 검색엔진 최적화 정의에 따라 글 제목이 웹사이트 주소에 나타나게 하면 검색 결과에 유리하게 반영됨이 알려짐에 따라 이전 시대에 비해 웹페이지 주소가 길어지고 또 주소에 여러 언어 문자들이 나타나게 바뀌었습니다.

이 모든 행동을 하는 이유는 검색 서비스에 웹사이트가 노출됨에 따라 웹사이트에 방문자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웹사이트는 일단 방문자가 있어야 뭐가 됐든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나아가 개인적인 효능감이든 직간접적인 수익이든 뭐든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의 인터넷에서 특정 플랫폼에 속하지 않은 웹사이트 입장에서 웹사이트가 노출될 광고를 제외한 거의 유일한 방법은 검색 서비스에 노출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웹사이트는 검색 서비스가 제시하는 최적화 방법에 따라 컨텐츠를 제공하고 또 사이트를 설계하고 제작하는데 집중해 왔습니다.

한때 네이버 뉴스는 언론사로부터 직접 뉴스를 제공 받아 네이버 뉴스 인터페이스를 통해 제공하고 뉴스 사이트에 비용을 지불해 왔는데 뉴스를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항상 일관된 인터페이스를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지만 뉴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기존에는 뉴스를 만들어 대중에게 직접 전달하는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뉴스를 만들어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대중에게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역할로 변했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단계를 뉴스를 만드는 입장에서 다시 보면 뉴스를 제공하는 대상이 대중에서 네이버로 바뀌었고 기존에는 대중에게 뉴스를 제공하기 위해 구축한 웹사이트와 이를 바탕으로 구축한 광고 시스템이 더 이상 동작하지 않게 됩니다. 네이버 뉴스에서 특정 뉴스 사이트의 기사가 인기 있고 또 널리 공유되더라도 이를 통해 뉴스 사이트가 얻을 수 있는 추가 수익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널리 알려진 분쟁이 일어났고 네이버는 뉴스 사이트를 직접 링크하는 방식으로 뉴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일관되지 않은 뉴스 소비 경험, 뉴스 사이트마다 나름 살아남기 위해 미래를 불사른 선택을 통한 온갖 쓰레기 광고가 넘쳐나는 사이트로 고객을 보내는 이상한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다시 구글 검색 이야기로 돌아가 구글은 이전 시대까지 구글 검색 결과를 통해 플랫폼에 속하지 않은 웹사이트가 사용자들에게 발견되게 만드는 역할을 해왔고 사용자들은 이 역할을 존중해 검색엔진 최적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런데 검색 형식이 말하는 기계를 통한 방식으로 바뀌고 이에 따라 사용자들에 검색을 통해 더 이상 웹사이트에 유입되지 않게 되면, 또 기껏 유입되는 사용자들이 이전처럼 직접적으로 정보를 얻으려는 사용자들이 아니라 이미 얻은 정보를 재확인하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들 뿐일 때 웹사이트 입장에서 검색엔진 최적화에 이전처럼 공을 들일 필요가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나중에 가서 결과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대신 틀릴 위험을 무릅쓰고 반년 정도 뒤를 예측하려는 RSS는 망한다. 아니 망했다, 마스토돈 커뮤니티는 오래 못 갈 거라고 봐요, 트위터 대안 분산 서비스에 대한 회의적 의견 같은 시도의 연장으로 이번에도 플랫폼에 속하지 않은 웹사이트와 구글 같은 검색 서비스와의 관계는 앞으로 반 년 정도 지나면 꽤 많이 달라질 거라고 예상합니다. 검색 사이트는 이전 시대처럼 웹사이트에 사용자를 직접 유입 시키는 역할에서 사용자들을 검색 페이지에 머무른 채 말하는 기계가 답하는 결과만 받아들이도록 행동을 바꿀 겁니다. 이는 기존에 사용자들이 웹사이트에 방문할 것을 가정하고 구축한 운영 모델, 수익 모델을 근본적으로 파괴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웹사이트 운영 비용을 충당할 적절한 모델이 없는 웹서비스는 존폐의 위기를 맞게 될 겁니다.

한편 말하는 기계를 통한 검색의 변화는 검색 서비스 자기 자신과 검색 서비스가 안내하는 웹사이트 전체를 아우르는 광고 플랫폼을 통한 수익 모델 역시 큰 변화를 가져올 거라고 예상합니다. 이전에는 검색 결과에 광고 링크를 포함하고 또 검색 결과에 나타난 웹사이트에도 광고를 붙여 수익을 냈다면 이제 말하는 기계를 통해 사용자가 검색 서비스에만 머무를 가능성이 높으므로 검색 결과를 통해 이동한 웹사이트를 통한 광고 수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모든 체계를 지탱하던 서비스가 꽤 파괴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을 예상합니다.

결론.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관점에서 검색 서비스는 거의 유일하게 사용자들에게 웹사이트의 존재를 알려 사용자 유입을 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수단이었기에 검색엔진 최적화를 통해 이 체계에 협조해 왔습니다. 하지만 검색 서비스가 말하는 기계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정보를 직접 제공하고 더 이상 웹사이트에 사용자를 유입 시켜 주지 않는다면 기존 체계에 파괴적인 변화가 예상되며 웹사이트들은 어쩌면 과거 네이버 뉴스에 의존하던 뉴스 사이트들이 그랬던 것처럼 황폐화 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