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광고와 연예인

지난주에 연예인을 사용한 아파트 광고가 의미있는지를 고민하는 트윗을 봤습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어 마침 트윗을 본 김에 정말 아파트 광고 옆에 별 관계없어 보이는 연예인 사진을 붙여두면 효과가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아쉽지만 연예인 사진을 사용한 아파트 광고와 그렇지 않은 광고 사이에 차이가 있는지를 숫자를 통해 검증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다만 이전의 경험으로 미루어 의외로 저게 의미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위 트윗의 사진을 보면 아파트 이름은 왼쪽 아래 구석에 조그맣게 적혀있습니다. 이 광고로부터 맨 먼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오남역에서 5분거리, 5000세대 규모입니다. 사실 수도권에서 신축 아파트에 관심을 가질지 말지를 처음으로 결정하기에 충분한 정보입니다. - 물론 오남역이 어디인지 몰라서 네이버맵에 검색해봤는데 안나와서 구글에 검색해보니 아직 개통하지 않은 역이라고 나와 잠깐 당황하긴 했습니다만 - 남양주 근방에 역 전철역 건설과 도시조성이 진행되는 모양이고 5000세대급 단지면 단지 안에 초중고교를 모두 갖출 수 있을만한 크기입니다.

그 다음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평당 가격인데 700만원대면 수도권 광역전철을 이용할 수 잇는 것 치고는 꽤 낮은 가격으로 보입니다. 직주근접을 고려한 전세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력적인 가격으로도 생각됩니다. 사실 여기까지 하면 광고로부터 얻을만한 정보를 모두 얻었습니다. 대형 건설사는 이런 지역에 잘 들어오지 않을테니 애초에 중소형 건설사들 대부분이 비슷비슷할테고 위치와 규모와 가격이면 이제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런데. 이제 이 정보를 뭔가 항목 이름 하나로 묶어 기억해야 할텐데 이 때 약간 고민이 생깁니다. 광고 왼쪽 아래에 표시된 아파트 이름을 기억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많이 알려진 브랜드도 아니고 잘 알려진 건설사도 아닐 것 같습니다. 이 이름으로 대화를 시작하면 분명 작은 건설사를 들먹이며 대화가 잘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때 한국에서 십수년째 스마트폰을 광고할 때 사용하던 방법이 있습니다. 수많은 유명인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십년 전에도 이미 새로운 폰을 광고할 때 유명인을 광고에 출연시킨 다음 '아무개폰'이라고 광고해 왔습니다. 아파트도 비슷할 겁니다. 어쩌면 이런 광고방법을 사용한건 아파트가 더 오래됐을지도 모르고요. 이 광고는 사람들에게 '한아무개 아파트'로 기억될겁니다. 이제 이 분양 광고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이렇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 남양주에 새로 짓는다는 '한아무개 아파트' 있잖아. 거 5000세대급이라던데. 관심있어?'

한동안은 광고에 별 상관도 없는 연예인을 억지로 끼워넣은 광고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부터는 이 광고를 보고 반응할 사람들의 대화방법이나 기억방법을 고려한 광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한편으로는 과거로부터 내려온 광고방식을 별 고민 없이 반복하고 있는 것 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보다는 이런 광고가 돈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 보다는 약간 더 큰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