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탭 필기 사용기

결론: 갤럭시탭 S3를 최근에 게임용 안드로이드 태블릿 현역에서 퇴역시켰고 대신 서피스 프로 다음의 서브 원노트 필기 기계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드웨어는 요구를 충족하지만 일부 소프트웨어는 어처구니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사용할만합니다.

배경

맨 처음 모바일 개발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기계의 용도는 처음에는 게임을 구동하는 것이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몇몇 최신 게임이 구동되지 않기 시작하고 그런 게임이 점점 더 늘어나면 다른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구입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뒤쳐진 기계는 필요한 사람들에게 형식적인 비용을 받고 넘기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하곤 했습니다. 이번에 그렇게 수명이 끝나가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인 갤럭시탭1)은 마지막으로 리니지2M2)을 돌렸는데 이 프레임레이트로 게임을 계속하다가는 조만간 성질이 더 나빠지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게임을 돌리는 용도로 더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계는 원래 와콤 기반의 S펜이 셀링포인트였고 원래 메인 필기 기계인 서피스 프로와 함께 서브 필기 기계로 활용해보기로 했습니다.

필기에 원노트3)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2년 부터입니다. 당시에 윈도우 기반인 삼성 슬레이트 PC4)와 S펜을 사용해 필기를 시작했고 원노트는 그 시점에도 이미 오랫동안 텍스트와 이미지를 아무렇게나 붙여넣어 사용해 왔습니다. 그 시대에도 원노트는 무겁고 인터넷 시대에 잘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 시대에도 이미 장기간에 걸쳐 사용할 소프트웨어는 그걸 충분히 지탱할 능력이 있는 회사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필기 역시 원노트에 의존하기 시작했습니다.

갤럭시탭

갤럭시탭 기계 자체는 스토리지가 32기가로 제 메인 노트를 열지도 못합니다. 노트를 열려고 시도하면 스토리지를 가득 채우고 에러메시지를 표시한 다음 다시 원노트를 실행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됩니다. 하지만 다른 노트북을 새로 만든 다음 이 노트북에만 노트를 작성하고 다른 윈도우 기반 기계에서 이 노트북에 작성한 노트를 내 메인 노트로 이동하는 식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윈도우 기반 원노트에서는 긴 필기 노트를 작성하면 종종 기기의 팬이 돌며 급격하게 느려져 문제가 생겼습니다. 가령 슬레이트 PC에서는 내 눈에는 이미 작성된 것처럼 보였던 필기가 사실은 스크롤되지 않은 잘못된 좌표에 작성되어 다른 필기 위에 덮혀 작성될 때가 있었습니다. 사양이 더 높은 서피스 프로로 바꾸면서 이 문제는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PDF로 익스포트할 때 A4 크기 페이지를 기준으로 노트 하나가 6에서 8페이지에 이르면 이 현상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갤럭시탭에서는 비슷한 노트 크기에 이르러도 앱이 급격히 느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더 긴 노트를 작성하면 마지막에 작성한 약 10글자 정도가 다음번 스와이프 동작에도 스크롤되지 않고 마지막으로 작성된 위치를 유지하다가 몇 초 기다리면 원래 자리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서피스 프로와 비교해 긴 필기 노트를 작성하기에 더 안정적입니다.

S펜

과거 슬레이트 PC를 사용할 때의 S펜은 화면 가장자리로 이동할수록, 화면 하단에 비해 상단으로 이동할수록 화면에 펜이 닿는 지점과 실제 선이 그어지는 지점 사이에 거의 1cm 가까운 오차가 생기곤 했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정상적으로 필기할 수 있는 영역은 화면의 절반보다 좁았습니다. 반면 갤럭시탭은 화면 전체에 걸쳐 오차가 훨씬 적습니다. 단 EMR 기술을 지원하지 않는 구형 S펜을 사용하면 화면 전체에 걸쳐 오차가 생깁니다. 갤럭시탭에 함께 들어있는 S펜을 사용하면 화면 전체에 걸쳐 오차가 줄어듭니다. 화면 모서리 부근에서는 여전히 오차가 있습니다. 하지만 필기하는 수준에서는 적당합니다.

구형 S펜, 서피스펜은 펜 뒤쪽에 지우개 버튼이 붙어있어 펜을 휙 돌려 바로 지우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만 갤럭시탭에 붙어있는 S펜은 뒤쪽에 버튼이 없어 불편합니다. 지우개 동작은 펜 아래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되는데 납득할 수 있는 동작이지만 제가 기존에 사용하던 다른 펜들과 동작이 달라 종종 실수하곤 합니다. 또 실제 볼펜이나 서피스펜에 비해 얇아 오랫동안 쥐고있으면 훨씬 더 피곤합니다.

이 신형 S펜의 무시무시한 점은 펜 자체가 아니라 삼성의 펜 소프트웨어에 있습니다. 필기를 주력으로 사용하는 입장에서 펜으로 메뉴를 불러내고 펜으로 필기 이외의 동작에 접근하는 기능들은 근본적으로 필기를 방해합니다. 다른 어지간한 기능은 모두 끌 수 있게 되어있지만 펜을 쥔 채로 엄지손가락으로 버튼을 짧게 누르면 나타나는 바로가기 메뉴만은 끌 수 없었습니다. 한참 글씨를 쓰다가 실수로 버튼을 누르면 화면을 뒤덮고 바로가기 메뉴가 나타납니다. 글씨를 쓰던 손이 메뉴를 무시하고 글씨를 이어서 쓰면 메뉴가 닫히고 원노트로 돌아가지만 그 사이에 몇몇 획이 누락되어 마지막 단어를 지우고 다시 써야 합니다. 이 버튼은 지우개로도 사용되므로 없애버릴 수도 없어 굉장히 피곤합니다. 아마도 광고에 나오는 화면의 요소에 동그라미를 치고 몇 글자 적는 용도로는 괜찮겠지만 적극적으로 화면 전체를 글씨와 그림으로 가득 채우는 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습니다. 훌륭한 하드웨어를 간단한 소프트웨어 기능만으로 처참하게 만들어놨습니다.

결론

하지만 서피스 프로는 필기하지 않을 때 독에 연결해놓고 외부모니터를 통해 사용하는데 이 서피스를 독에서 뽑지 않고 필기할 수 있는 다른 기계가 있고 이 기계에 필기하는 경험이 꽤 괜찮다는 점은 작업환경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서피스로 다른 원노트 페이지를 펼친 채 그걸 보면서 내 바로 앞에 있는 갤럭시탭에 필기할 수 있는 환경이 되자 노트를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계가 좀 작고 펜이 좀 가늘어 아쉽지만 딱히 심각한 문제는 아닙니다. 다음번에는 이런 용도로 활용할 것을 고려해 게임용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13인치 급의 좀더 큰 모델로 구입하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