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피스 프로 수리경험

보증기간 후 배터리 스웰링 문제

공식 서비스는 만 3년까지

  • 보증기간이 끝난 서피스는 리퍼 받아야 하며 비용은 약 80만원이다.

    • 배터리가 부푼 문제는 구매 후 3년까지는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사설수리는 약 30만원

  • 사설수리점에서 배터리 교체비용은 약 30만원이다.

    • 경우에 따라 기계를 분해하면 배터리에 의해 휘어있던 보드가 고장날 수 있고 이 때 추가 비용이 청구될 수 있다.

    • 비용으로 인해 수리를 포기하더라도 점검비용은 청구된다.

문제

올해 들어 펜을 사용하려고 서피스를 바닥에 내려놓으면 필기할 때 기계가 좀 덜컹거렸습니다. 아이패드처럼 카메라가 튀어나와 있지도 않은데 왜 기계가 바닥에 평평하게 놓이지 않을까 궁금했습니다. 올해로 4년째 아낌없이 사용해온 기계라 외장에 조금쯤 문제가 생긴다 해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특히 킥스탠드를 수 천 번은 접었다 폈다 했을 테니 조금쯤 휘어도 납득할 만한 일입니다. 이 일이 일어나고 나서도 계속해서 아무 문제 없이 돌아갔고 온갖 곳에 들고다녔으며 도킹스테이션에 붙여 펜이 굉음을 내도록 사용했고 또 여전히 킥스탠드를 접었다 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에는 화면 일부가 더 밝게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그 자리만 꾹 누른 것처럼요. 다들 모니터에 빛샘 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이지만 저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문제였고 이번에도 화면에 새끼손가락 지문만한 반점이 생겼지만 가장 신경쓴 것은 그 자리에 펜이 인식되냐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밝은 반점 위에서도 펜은 이상 없이 동작했고 또 신경을 끄고 살았습니다. 그러는 사이에도 서피스는 여전히 한달에 몇 백 시간은 돌아갔습니다.

지난주에 필기하다가 눈앞에서 '뽁' 소리를 내며 스크린이 불룩하게 튀어나왔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플라스틱으로 된 스크린 표면이 저혼자 늘어난 거라고 생각하곤 커다란 집게로 꽉 잡아 다시 본체에 붙여놓고 계속해서 사용했습니다. 그대로 회의에 들고 들어갔다가 옆자리에 앉은 분이 제가 필기하는걸 보곤 “그거 원래 화면이 곡면인가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언제까지 이걸 집게로 잡아 사용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스크린이 튀어나온걸 집게로 잡아 놓은 상태로는 킥스탠드를 펼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배터리 스웰링

구글에 검색해 스크린이 튀어나오는 현상은 스크린의 문제가 아니라 배터리 문제라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또 서피스 기계에 흔하게 일어나는 문제라는 것도 알게 됐고요. 사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애플워치 배터리가 부풀어 스크린이 튀어나오는 사진을 본 적이 있었는데 같은 문제가 제 서피스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습니다. 일단 배터리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이미 1년 보증은 끝난 상태여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새 배터리를 구입해 과감하게 기계를 뜯어 수리하시기도 하지만 저는 그런 타입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제조사에 지원요청

일단 이전에도 전화해본 적이 있는 제조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 번호로는 아주 오래전부터 여러 번 전화한 적이 있습니다. 마우스 버튼이 눌린 채로 튀어나오지 않거나 서피스펜이 영원히 켜지지 않거나 키보드 다리가 부러졌거나 비지오를 인스톨하다가 인터넷 인증에 실패할 때 전화해서 도움을 받아 왔습니다. 마우스나 키보드는 택배를 통해 교환했고 서피스펜은 새 제품을 보내줬습니다. 비지오는 90일 이내의 인스톨이라 생긴 문제였다면서 제한을 해제해주기도 했고요. 거의 항상 의미있는 도움을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 상황이 좀 여의치 않았습니다. 보증은 옛날에 끝났으니까요. 아니나다를까 이미 ARS에서부터 보증기간 내와 보증기간 외를 구분해서 번호를 누르도록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상담사분 역시 구입 후 3년까지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3년을 초과한 제품은 리퍼 제품을 구입해야 하고 서피스 프로 4는 단종되어 제품이 없기 때문에 그 다음 모델을 구입해야 하며 가격은 약 80만원이라고 안내를 받았습니다. 80만원은 제가 같은 기계를 새로 구입하는 것 보다 확실히 싼 비용입니다. 하지만 배터리가 부풀어 바닥에 평평하게 놓이지 않고 스크린은 반점이 생긴 채로 둥글게 튀어나왔지만 여전히 멀쩡히 하루하루 제 요구를 들어주고 있어 선뜻 새 기계를 살 결정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사설수리

전화를 끊고 사설수리를 알아보니 서피스를 맡아주는 곳은 드물었습니다. 애플 기계를 고쳐주는 사설수리점이 판교에만 여러 개 있는 반면 서피스는 반경 몇 킬로미터 안에도 수리해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결국 지하철을 타고 한참을 가야 하는 곳에 서피스를 맡아주는 곳이 있다는걸 알게됐고 그나마 맡아주는게 어딘가 싶어 다행스런 기분으로 수리를 맡기러 갔습니다. 가격은 새 제품 가격의 35% 정도입니다. 다음다음날 더이상 배가 불러있지도 않고 바닥에 내려놓을 때 덜렁거리지도 않으며 스크린에 반점도 사라진 서피스를 돌려받았습니다. 물론 결제하고 나서요.

결론

높은 서피스 의존

수리를 맡기고 만 하루 동안 서피스 없이 살면서 제가 이 기계에 얼마나 많이 의존하고 있는지를 문득 깨달았습니다. 위키에 메모를 할 수도 없었고 노트에 메모를 할 수도 없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아이폰에 키보드를 연결해 타이핑할 수 있었고 원노트 메모에 접근할 수도 있었습니다만 어느 시도도 서피스에 비교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게임을 돌리던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긴 위키 페이지를 편집할 때 반응이 너무 느렸고 원노트를 열기에는 스토리지가 부족했습니다. 간신히 필기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 하고 노트 조회는 아이폰으로 하면서 하루를 그럭저럭 보내고 보니 수리를 맡기는 대신 당장 중고 서피스를 하나 사올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 정도로 의존한다면 만약을 대비해 한대 더 사서 들고있는 것이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보증 종료 후 상황 고려

제조사 지원에 처음으로 거절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됐는데 이번을 제외하고는 제조사로부터 나쁘지 않은 지원을 받아왔기 때문에 다음번에도 비슷한 용도의 기계를 구입한다면 서피스를 고려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점. 한편으로는 만약 보증기간이 끝나고 기계에 문제가 생길 때 애플 기계처럼 사용하는 사람도 많고 그에 따라 고쳐주는 곳도 많은 기계를 사용하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제 서피스는 다시 멀쩡해졌으니 한동안 이런 고민을 다시 할 필요는 없겠지만 미래에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면 이제 기계가 고장나고 제조사가 더이상 지원해주지 않을 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도 고려해봐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