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자전거 사용기

결론

  • 요약:

    • 이틀간 4회 대여.

    • 기록 상 16.5km 이동.

    • 보증금 포함 총 15000원 소요

    • 보증금 제외 킬로미터 당 이동비용 약 300원.

  • 장점:

    • 시골에도 대여자전거 서비스가 있다!

  • 단점:

    • 사용중 내 폰 배터리도 사용한다.

    • 변속기가 없는 자전거도 있다.

    • 앱에만 나오고 실제로는 없는 유령자전거가 자주 나타난다.

    • 안장 높이 조절이 충분하지 않다.

    • 앱에 자전거도로 및 진입정보 표시가 없다.

    • 신분당선보다도 비싸다.

    • 대여에 실패할 경우 이동경로가 완전히 꼬인다.

대여자전거

서울에서 따릉이를 빌려 사용하며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굉장히 넓은 지역이 배포되어 있고 가격이 저렴했습니다. 자전거가 좀 후지다든가 앱이 쓰레기라든가 대여과정이 좀 불편하다든가 가끔 반납처리나 대여처리가 잘 안된다든가 하는 문제는 별 것 아닌 문제로 넘어가줄만큼 괜찮았습니다. 처음 몇 번은 그때그때 결제해서 사용하다가 결제과정이 편안하지는 않았으므로 6개월 단위로 결제해서 사용했는데 전체적인 경험은 꽤 좋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하는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서울에서만 서비스되고 그 바깥에 있는 시골에서는 이용할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성남 방향으로는 거의 경계선인 복정역에까지 배포됐지만 역시 서울 시계 밖으로 서비스가 확장되지는 않았고 한때 성남시에서 대여해준다고 요란하게 보도자료를 띄웠던 서비스는 한달에 한번쯤 탄천 자전거도로에 버려진 채로 발견되곤 했지만 그 어디서도 대여할 방법을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 주변에 노란색 자전거가 돌아다녔고 어느날 카카오T 앱을 업데이트해보니 새로운 서비스가 추가되어 있었습니다. 카카오의 자전거 대여 서비스가 있다는걸 알게된 날 판교역에서 자전거 대여를 시도해볼 작정으로 에스컬레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보증금 만원을 걸었지만 정작 역 밖에 나가보니 한번 대여하는데 최소 천원인 자전거는 역에서 회사까지 걸어가는 길 중간쯤에 있어 차마 고작 몇 백 미터를 가는데 천원을 내긴 그래서 당일 대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단 보증금을 걸었으니 타볼 기회가 생기면 타보자고 마음먹었고 카카오 자전거를 탈 일이 생겼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몇 번인가 퇴근길에 자전거를 대여해보려고 했지만 앱에는 나타나고 실제로는 없는 유령 자전거를 여러번 만나는 바람에 실제로 대여에 실패하고 있었습니다.

첫 대여

회사까지 자전거로 오가는데 주말 브레베 전에 아무래도 지난 라이딩 때 급 더러워져 세차를 맡겨야겠다 싶었습니다. 세차를 맡기려면 일단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 다음 퇴근길에 가게에 들려 자전거를 맡기고 거기부터 집까지 어떻게든 이동해야 합니다. 또 다음날에는 어떻게든 회사까지 출근했다가 퇴근하는 길에 다시 어떻게든 가게까지 가서 내 자전거를 받아 퇴근해야 합니다. 이 상황의 일부에 카카오자전거를 써볼 수 있어 보였습니다. 둘째날 아침에도 그냥 신분당선을 타고 이동하면 됐지만 그 구간도 카카오자전거를 이용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출발하기 전에 세차를 맡길 가게 근처의 아파트단지에 카카오자전거가 몇 대 흩어져있다는걸 알고 출발했습니다. 내 자전거를 타고 가게까지 이동한 다음 자전거를 맡기고 헬멧을 손에 든 채 터덜터덜 근처 아파트단지 주변을 서성이다 보니 이번에는 진짜 노란 자전거가 서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처음으로 앱에만 표시되는 가짜 자전거가 아니라 진짜 자전거를 마주한 겁니다. 바코드를 찍어야 대여가 시작되는데 어두워서 바코드가 잘 찍히지 않았습니다. 내가 수동으로 플래시라이트를 켠 다음에야 바코드를 찍을 수 있었고 간단히 대여가 시작됐습니다. 따릉이와 비슷하게 안장 높이를 조절할 수는 있지만 충분히 높힐 수 없어 그냥 힘줘서 페달을 굴리다가는 무릎이 고장나기 십상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카카오자전거는 PAS 방식의 전기자전거라 거의 페달을 굴리는 시늉만 해도 앞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따릉이처럼 내 힘만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안장 높이 조정이 제대로 안되면 정형외과만 돈을 벌게 될 겁니다.

현행법상 자전거도로를 합법적으로 달릴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 PAS입니다. 간단히 페달을 굴릴때만 모터가 돌고 페달을 멈추면 모터도 함께 멈추는 방식입니다. 그 외에 스로틀 방식으로 움직이는 모든 이동수단은 자전거도로를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뭐 주말의 한강 자전거도로처럼 실제로 단속을 할 가능성은 없으므로 굳이 합법과 비합법을 구분해서 달리지는 않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보호받는건 현행법상 합법인 전기자전거 뿐이고 카카오자전거는 이 합법적인 전기자전거 범위에 들어갑니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교통수단으로 삼을만한 속도로 달리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내가 페달을 굴림에 따라 나를 도와주던 모터는 시속 25킬로미터를 넘기는 순간 멈춰버립니다. 거기부터는 온전히 내 힘으로 달려야 하는데 모터의 도움을 받다가 모터가 멈추면 자전거의 하중이 온전히 나한테 전달되어 약간의 충격이 있습니다. 또 내 자전거로 감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잡아야 했다면 이 전기자전거는 페달링만 멈춰도 속도가 확 줄어들어 자전거를 타는 요령이 약간 달랐습니다. 또 내 힘보다는 모터의 힘을 더 많이 빌려 주행하는데도 요령이 좀 필요했습니다.

반납할 때 잠깐 당황했는데 설명에는 잠금장치를 돌려서 잠그면 반납된다고 적혀있었지만 레버가 돌아가질 않았습니다. 캄캄한 다리 밑에서 플래시라이트를 비춰보니 레버에 작은 빨간 버튼이 있었고 그걸 누르면서 레버를 돌려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설명에는 그냥 돌리라고만 되어 있어 잠깐 시간을 더 써야 했습니다. 당연히 거기 달린 버튼을 함께 누르라는 설명이 추가되어야 할 겁니다. 그렇게 자전거를 다리밑에 버려두고 집에 갔고 다음날 아침이 됐습니다.

두번째 대여

출발하기 전에 어제 자전거를 버려둔 그 자리에 자전거가 여전히 있다는걸 확인한 다음 출발했습니다. 따릉이는 주요 배포장소가 인구밀집지역, 대중교통 연계지역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동선상에 있고 만약 자전거 대여에 실패하더라도 바로 다른 대중교통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만 카카오자전거는 버려진 위치를 예측하기 어려워 만약 대여에 실패하면 다른 대중교통으로 전환하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건 사실 저녁때 절실하게 겪게 됩니다. 여튼 조마조마하며 어제 자전거를 버려둔 다리밑에 도착해보니 자전거가 있긴 있는데 어제 버려둔 그 자전거는 아니었습니다. 어제 타고 온 건 바퀴가 큰 자전거였고 이번에는 바퀴가 작은 자전거가 버려져 있었습니다. 브롬톤으로 장거리 타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는걸 알고 있어 뭐 바퀴가 작다고 문제가 있겠나 싶어 별 고민 없이 자전거를 빌렸습니다.

그런데 이 자전거에는 변속기가 없었습니다. 설마 그럴리가 없지 싶어 중간에 두번이나 멈춰놓고 핸들바를 면밀히 관찰했습니다만 정말로 변속 기능을 할 것 같은 아무런 장치도 없었습니다. 오른쪽 핸들에 달린 돌아가는 레버는 벨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벼운 페달을 아무리 돌려도 속도를 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괜히 케이던스를 올리면 모터만 꺼질 뿐이었습니다. 낮은 안장에 모터도 없이 내 무릎을 박살낼 이유가 없어 꼼짝없이 탄천 자전거도로를 따라 어처구니없는 속도로 이동해야만 했습니다. 중간에 큰 바퀴 카카오자전거를 발견해 그걸로 바꿔탈려고 재빨리 자전거를 반납하고 대여를 시도했지만 수리 대기중으로 표시되어 대여할 수 없었고 다시 방금 전까지 타고 온 자전거를 다시 대여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30분 넘게 달린 끝에 판교에 도착했는데 아침에 이동하며 두번 대여하는데 3500원을 내야 했습니다. 비싸기로 유명한 개인소유의 신분당선으로 출근하는며 2350원을 내는데 이동도 내 힘으로 하고 돈도 더 많이 내는 경험은 좀 허탈했습니다. 게다가 무거운 자전거를 케이던스를 올려 타면서도 무릎을 망가뜨리지 않으려고 조금씩 일어나서 타는 바람에 힘은 더 들었습니다. 물론 회사 근처에 자전거를 버릴 수 있는 점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 자전거를 빌릴 다른 누군가는 저처럼 자전거를 찾아 폰과 주변을 한참이나 둘러봐야 하겠지만요.

네번째 대여

저녁이 되어 세차를 맡기 내 자전거를 찾으러 가야 했는데 이때는 문제가 좀 많았습니다. 분명 회사에서 5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자전거가 있다고 표시됐지만 실제로는 없었습니다. 슬슬 어두워질 시간이라 내가 못 본는 것인가 싶어 주변을 여러번 돌아봤지만 없었습니다. 또 거기로부터 횡단보도 두어 개를 지난 다른 곳에 있는 자전거를 찾아 걸어갔지만 거기에도 없었고 세번째 허탕을 칠때쯤 역 근처에 도착해 그냥 신분당선을 타고 가게와 가까운 역에 내렸습니다. 악명높은 신분당선 차비를 냈고요. 그런데 역으로부터 가게까지 또다시 1킬로미터 넘는 거리이길래 이번에도 카카오자전거를 찾아볼 작정이었는데 지도상에는 다리 위나 아래, 경사를 사이에 둔 자전거도로와 도로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지도상에 바로 옆에 보이는 자전거를 찾아 한참을 돌아야만 했습니다. 자전거 대여 서비스인데도 앱 지도에 자전거도로나 경사로 표시가 없다는 점은 좀 웃겼습니다. 여튼 자전거를 빌려 조금 이동한 다음 또 가게 건너편에 버려놓고 제 자전거를 찾아 집에 갔습니다.

결말

기억할만한 특징은 대여한 동안 카카오T 앱이 내 폰의 GPS를 사용해 이동 경로를 체크하는 점, 자전거 종류에 따라 변속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는 점, 이유는 모르겠지만 앱에만 표시되고 실제로는 없는 자전거가 제 기준으로는 전체의 절반이나 됐다는 점, 지금 대여할 수 없는 상태인 자전거라도 앱에는 대여 가능하다고 표시되어 바코드를 찍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는 점 정도였습니다. 대부분은 좋은 경험은 아니었고 대여를 종료할 때마다 경험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별 하나를 넘게 줄 수가 없었습니다. 유령 자전거 현상은 따릉이에 비해 이동에 더 큰 대미지를 주고 있었고 이동 중에 배터리를 많이 먹는 GPS 기능을 항상 켜고 있어야 한다는 점은 특히 거슬렸습니다. 비싸기로 유명한 신분당선보다도 더 비싼 점 역시 조금 거슬렸지만 애초에 비교 대상인 따릉이는 서울시가 거의 책임비용만 받고 운영하는 서비스라 비싸다고 판단하기는 좀 이르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동력의 절반을 내가 제공하는데 신분당선보다 비싸다는걸 내 자신에게 설득시키기 쉽지 않았습니다만.

따릉이가 워낙 괜찮은 서비스라 카카오자전거가 단시간 내에 그런 수준을 달성하는건 어렵겠습니다만 최소한 성남시에서도 보도자료에서만 나오는 가짜 대여자전거 대신 실제 대여 가능한 대여자전거가 있긴 하다는 점에서 마냥 서울사람을 부러워하지는 않아도 되어 다행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일단 내 자전거가 돌아온 이상 카카오자전거는 앞으로 자전거 세차를 맡길 때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을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