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 이터널 에인션트 갓 파트 원

둠 이터널 에인션트 갓 파트 원은 이전에 이야기한 둠 이터널의 핵심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온데 이어 레벨디자인과 몬스터 구성을 바꿔 이전보다 훨씬 더 골때리는 플레이를 요구합니다. 이전에는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것을 강력하게 요구받았는데 이제는 공격적일 뿐 아니라 순간적인 올바른 판단과 더 섬세한 이동을 요구합니다. 이 플레이는 여전히 속도가 빠르지만 이전보다 더 큰 피로감을 주며 레벨 하나하나를 빠르게 클리어하고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는 플레이를 더디게 만듭니다. 엄청나게 빠르고 힘들지만 또 한편으로는 전체적인 진행이 느려 맥이 빠지게도 만들었습니다.

에인션트 갓 파트 원의 레벨디자인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이전에 더 넓은 공간에서 상대하던 적들이 더 좁은 공간에서 등장하는 점입니다. 이미 원작에서 좌우가 좁은 공간에서 나타난 악마를 상대하기 위해 악마 뒤로 빠르게 이동하는 기믹을 여럿 제시했습니다. 가령 악마들이 직접 방패를 들고있거나 허공에 일정 시간마다 방패를 생성하는 기믹이 있었는데 이들은 밋밋한 공간 구성을 계속해서 변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습니다. 마치 레벨의 벽들이 큐브처럼 튀어나왔다 들어가기를 반복하며 나와 악마 사이를 갈라놓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런 플레이를 더 강하게 요구하기 위해 정면에서 상대하기 어려운 악마가 이제는 좁은 복도에서 튀어나옵니다. 이들을 상대할 거의 유일한 방법은 강제로 이들 뒤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 뿐인에 이 좁은 복도에는 이 악마 이외에도 이동 패턴이 다른 악마들이 여럿 있으므로 단순히 내 앞의 악마 뒤로 이동하는 대신 모든 악마들의 뒤로 이동하는 이전보다 더 현란한 움직임을 더 좁은 공간에서 보이기를 강요받습니다.

또 이전에는 한 공간에서 악마 하나만 상대하도록 디자인했을 것으로 추측하는 악마들이 이제 한 공간에 둘씩 나옵니다. 특히 에인션트 갓을 플레이하던 다른 플레이어들도 욕설에 마지 않는 머더우더 두 마리가 한 공간에 나오는 부분은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그렇잖아도 이 악마가 등장할 때 나타나는 붉은색 포탈이 나타나면 손가락보다 더 빨리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는데 눈앞에 작은 갈림길 양쪽에서 동시에 붉은 포탈 두 개가 나타나자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옴과 동시에 손가락은 ESC키를 눌러버렸습니다. 그리고 의자 뒤로 몸을 묻으며 “어떻하지…” 라고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이들 둘을 동시에 상대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 빨리 움직이며 이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함과 동시에 이들에게 대미지를 줄 수 있는 짧은 시간 안에 정확히 무기를 발사하지 않으면 안됐습니다. 몇 번 재시도한 끝에 이들을 제압하고 다음으로 이동할 수는 있었지만 슬슬 제 자신의 물리적 한계를 느꼈습니다. 만약 앞으로 이런 식으로 난이도를 올린다면 다음번에는 클리어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또 이런 플레이는 한편으로는 도전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둠의 빠른 플레이를 망쳤습니다. 화면을 보고 있으면 슬레이어와 악마들은 항상 빠르게 움직이지만 한 공간에서 너무 오래 전투하게 되어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지루한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최종보스전은 둠 이터널의 아이콘 오브 씬에 비해 에인션트 갓의 세라핌이 훨씬 더 좋았습니다. 아이콘 오브 씬은 공격방향이 항상 고정돼있었고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구조물의 위치도 고정되어 있어 이전에 악마들을 상대하던데 비해 오히려 쉬엄쉬엄 싸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라핌은 애초에 텅 빈 넓은 공간 안에서 그때그때 나타나는 장애물 기믹을 바탕으로 싸우는 구조여서 나는 마치 매트릭스의 네오 같은 움직임을 함과 동시에 세라핌의 패턴에 맞춰 싸워야 했는데 꽤 짜증났지만 또 꽤 괜찮았습니다. 세라핌 자체의 패턴은 단순하지만 에인션트 갓에서 추가된 눈알, 영혼, 레이저 장애물이 동시에 등장하며 이들 사이를 정신없이 피하며 세라핌에게 총질을 해 대야 했고 이건 아이콘 오브 씬에 비해 좋았습니다.

에인션트 갓 파트 원은 둠 이터널식 플레이에 만족한다면 추천할만 합니다. 보다 조심스럽게 FPS를 플레이하던 제 스타일을 바꿔버렸고 비슷한 시기에 구입한 콜오브듀티 콜드워가 답답해서 진도를 못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간을 움직이고 이전에 한 공간에서 한 개체씩만 싸우도록 디자인한 몬스터를 한 공간에 둘 이상씩 나타나게 만들면서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시즌패스를 구입해 다음 확장팩도 어쩔 수 없이 플레이하게 되겠지만 과연 제대로 플레이할 수 있을지 좀 걱정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