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사진을 공개할 때 위험성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집안에 일어난 문제에 도움을 받기 위해 사진을 올렸다가 주소를 알려준 적이 없는 모르는 사람이 집에 찾아온 적이 있었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제가 읽은 글은 불청객이 사진의 위치를 대략 추측한 다음 주변 부동산에 찾아가 입주인의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상당히 공격적인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의도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위협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고 문득 가끔 심심할 때 하는 놀이가 생각났습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집안 사진이나 집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사진을 보고 이 사진을 촬영한 위치가 어디일지 추측해보곤 하는데 이 이야기를 들은 분들은 이게 굉장히 크리피한 놀이라고 이야기했고 저 자신도 이게 크리피한 호기심임을 이해합니다. 재미로 해보고 거기서 끝나지만 한 걸음만 더 나가면 위에 이야기한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는 위험한 행동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진 한 장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집 내부 사진이라면 집의 평면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파트나 원룸은 구조가 비슷비슷하거나 아예 특이한데 사진 한 장에 조금 나타나느 벽이 꺾인 모양을 보고 나머지 구조를 예상해보면 꽤 높은 확률로 일치했습니다. 또 조명에 자연광이 섞여있다면 이 구조가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을지를 알 수 있고 집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이 조금이라도 나타난다면 힌트는 훨씬 많아집니다. 만약 집 바깥에 읽을 수 있는 글자가 보인다면 이건 더이상 흥미를 끌지 못하는 너무 쉬운 문제입니다. 바깥에 멀리 보이는 산 같은 자연물이 보인다면 흥미를 조금 더 유지하며 가능한 위치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사진 한 장 만으로는 한계가 있지만 같은 분이 집안 사진을 한번 더 올리면서 바깥 풍경이 찍힌다면 이제부터는 추측 문제에서 지도 상에 동그라미를 그려넣고 비슷한 지형을 찾을 만한 산수 문제로 변합니다. 집 바깥에 간판이나 특이한 자연물이 없더라도 여전히 사진 한 장에는 추측할 거리가 남아있습니다. 공동주택에서 바라본 주차장,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봉투, 우연히 찍힌 배달오토바이와 지나가는 사람들의 특이한 복장 같은 거요.

다른 문제로는 사진을 올릴 수 있는 서비스들이 사려깊에 만들어지지 않아 폰으로 찍은 원본 사진을 그대로 인터넷에 노출시키는 경우입니다. 요즘 웬만한 사진은 GPS 기능이 있는 폰으로 찍으니 사진에 이 정보가 남아있습니다. 사려깊은 서비스라면 사진을 올릴 때 이 정보를 취하더라도 다시 유저들에게 공개되는 사진으로부터 이 정보를 지웁니다만 그렇지 않은 서비스가 너무 많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방법으로 잠깐 추측놀이를 한 다음 사진에 남아있는 위치정보를 보고 정답을 확인할 수 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내가 사진을 올리는 서비스가 이런 사려깊은 동작을 할 지 알 수 없으니 서비스에 사진을 올릴 때는 이 정보를 확실히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간단한 방법으로 윈도우에서는 올릴 사진을 그림판에 붙였다가 다시 잘라내서 올리는 것이 있고 아이폰에서는 사진을 화면에 띄운 다음 스크린샷을 찍어 올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굳이 복잡하게 이 정보를 제거하는 유틸리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진 한 장에는 의도하지 않게 공개될 수 있는 정보가 너무 많이 들어있습니다. 맨 처음 이야기처럼 누군가가 공격적으로 사진의 위치를 알아내려고 시도하는 것 이외에도 심심풀이 정도의 추측만으로도 위치를 추측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원하지 않는 위치, 특히 집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할 때는 주의해야 합니다. 최대한 집안 구조나 바깥 풍경이 너무 많이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또 사진이 공개되는 범위가 어느 정도 제한되는 서비스에 올리는 것이 좋습니다. 실내에서 찍은 사진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