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mm 바이크컴퓨터

지난주에는 정말 오랜만에 킥스타터 캠페인에 백킹했습니다. 트림이라는 바이크 컴퓨터입니다. 이미 가민이나 와후 같은 회사에서 잘 돌아가는 바이크컴퓨터를 만들고 있습니다만 만족스러운 상태는아닙니다. 저는 가민에서 만든 바이크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데 잘 납득되지 않는 하드웨어와 어처구니없는 소프트웨어에 놀란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특히 장거리 라이딩에서 가민의 바이크컴퓨터는 항상 완전하게 동작하지 않았습니다. 코스 기능을 켠 상태로 약 10시간 정도 구동됐습니다. 기온이나 상황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지만 10시간 정도 간다고 예상하는 편이 마음편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긴 라이딩은 자주 일어났고 점심 먹으면서, 저녁 먹으면서 디바이스를 충전해야 했습니다. 그래사 밥먹는 옆에는 항상 보조배터리에 스마트폰과 바이크컴퓨터가 함께 충전되고 있었습니다.

배터리 문제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전체적으로 불편하고 인터페이스를 관통하는 개념이 너무 낡아 라이딩을 쉽게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또 디바이스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는 가끔 응답하지 않거나 기기 전체가 크래시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가령 차도를 따라 고속으로 터널에 진입해서 GPS를 잃어버린 상태가 됐는데 터널에서 나온 후 한참이 지나도 복구되지 않는다거나, 이 상태로 기기가 응답하지 않기도 하고 장거리 라이딩 후에 라이딩을 저장하다가 멈춰버리거나 멈춘 디바이스를 재시작했더니 이전 라이딩이 사라져버린다거나 - 이건 부팅할 때 임시파일을 삭제해버리기 때문이라는걸 문제를 겪고 나서야 알게됐습니다 - 하는 괴상한 동작 때문에 디바이스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코스를 항상 PC에서 GPX 또는 TCX 파일로 만들어 복사해야 한다는 해묵은 이슈는 굳이 문제삼지도 않겠습니다.

이에 비해 만약 제조사가 주장한대로 동작한다면 트림 바이크컴퓨터는 위에 이야기한 문제 중 일부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가령 배터리. 사실 GPS 장비가 배터리를 무시무시하게 먹는다는건 이미 어찌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애플워치로 스트라바를 켜고 라이딩하면 너댓시간만에 파워 리저브 모드로 들어가야 합니다. 광학식 심박계와 GPS를 동시에 구동한 댓가입니다. 사실 이건 디바이스 단독으로는 거대한 배터리를 다는 것 외에는 별 대안이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는 GPS가 온갖 디바이스에 널려있고 이들을 잠시 빌려다 쓸 수 있다면 굳이 내 배터리를 소모할 필요도 없습니다. 트림 바이크컴퓨터 제조사가 주장하는 배터리 절약 방법이 이겁니다. 스마트폰이 GPS나 기압계를 빌려 쓰고 바이크컴퓨터 본체의 배터리를 절약하겠다는 겁니다. 사실 누군가는 배터리를 써야 하지만 이걸 어느 한쪽으로 집중한다면 저녁에 밥먹으며 바이크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서로 다른 케이블로 - 젠장 - 충전하는 볼성사나운 꼴을 덜 봐도 됩니다. 또 만약 라이딩 중에 충전한다 하더라도 케이블 위치로 미루어 라이딩 중에 충전하기에 별로 불편함이 없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가령 가민 디바이스는 최상위 모델을 제외하고는 라이딩 중에 충전하기 좀 불편합니다.

다만 이런 하드웨어, 하드웨어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 스마트폰 앱이 모두 온전히 구동돼야 하는 제품의 특성 상 이 모두를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가령 가민이 하는 꼴을 보면 하드웨어는 어떻게든 만들었는데 소프트웨어는 쓰레기고 스마트폰 앱은 여전히 도대체 이 앱이 뭘 하는 앱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으며 온라인 서비스는 나중에서야 부랴부랴 붙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기능과 뒤섞여 사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트림 바이크컴퓨터 역시 위에 이야기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외에도 예쌍하기에 전체 서비스 구동에 서비스 인프라도 필요할 겁니다. 이 모든 것을 돈과 사람을 갖춘 회사에서도 말끔하게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는 마당에 처음으로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구축하는 회사가 이를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카드 번호를 넣었으니 한번 기다려볼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