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읽은 책 정리

지난 12월과 1월은 썩 유쾌한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일은 늘 그래왔던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망가지고 있었고 이 일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조금씩 무너져갔습니다. 일에 의해 망가진 영혼이 일을 마친 다음의 일상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고 뭘 읽을 수 있는 에너지 수준에 도달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책이 저를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들이 저를 스쳐지나간 만큼만 짧게 적어두고 넘어갑니다. 지난 12월과 1월에는 미드웨이Finnish Nightmares인간 실험을 읽었습니다.

미드웨이

실은 영화 미드웨이를 보기 전에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해두면 좋겠다 싶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적이 있는 역사책에 비해 개인의 경험 위주의 글일 거라고 예상했고 어느 정도는 그랬습니다. 개인의 경험은 이전에 생각하지 않았던 여러 장면들을 상상할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에너지 수준을 복원하지 못해 정작 영화는 안 봤습니다. 한편으로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개인적인 관점으로 커다란 사건을 이해해보려고 시도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Finnish Nightmares

… 어떤 상황이 그토록 힘들었던 원인이 나 자신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

인간 실험

화성에서 죽겠다는 목표를 지닌 사람이 자동차를 만들어내고 재활용하는 로켓이 임무를 완수하고 재착륙하는 장면을 유튜브를 통해 중계하는 시대에 문득 30여년 전 사람들이 밀폐된 생태계를 만들어 그 안에서 2년 동안 거주한 실험을 했다는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어딘가에서 굴러다니는 기사를 통해 50여년에 걸쳐 커다란 유리병 안에 밀폐된 생태계를 구축해서 가지고 있다는 사람의 사진을 보기도 하고 수많은 제어장치를 통해 해수어항을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본 적도 있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초기 극지방 탐험가들이 장기간에 걸쳐 고립된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온갖 문제들로 고통받고 죽음에 이르렀다는 이야기 역시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30여년 전에 사람들을 밀폐된 생태계에서 생활하게 한 실험의 경과가 궁금해져 책을 구했습니다.

글쓴이 개인의 인생 경험은 구세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극동아시아에서 태어나 자란 입장에서 흥미롭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많이 다르기도 했습니다. 인생이 달라지는 계기가 된 조그만 가게와 거기에 다다르기까지 살아온 개인의 인생으로부터 시작해 실험을 준비하고 30년 후 미래인이 보기에는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실험이 시작되었으며 또 지금 시대를 사는 사람 입장에서 과학적으로 부족함이 있어 보이는 설정들이 자꾸만 거슬렸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사건이 30여년 전에 일어났으며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문제는 지금도 여전하고 인류는 아직도 그들이 그 시대에 발견해낸 힌트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스피어 1에 일어난 온갖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북해를 고립시키는 댐을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점을 연결해 생각해보면 그들이 지금 시각에서 충분히 과학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는 당시로부터 시작되어 계속된 평가는 별 의미아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